제목 |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 탈출기 입문 및 1,1-22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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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9-12-12 | 조회수8,178 | 추천수1 | |
[탈출기 함께 읽기]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탈출기 입문 및 1장 1-22절
입문
탈출기는 히브리어로 ‘토라’(방향을 정해 주는 가르침)’라고 일컬어지는 오경(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가운데 한 권입니다. 탈출기는 구약이 “구약(舊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를 전해주기 때문에 구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성경입니다. 탈출기를 일컫는 ‘엑소도스’(exodos)는 ‘ex(밖으로)+hodos(길)’에서 나온 말로 ‘어디에서 떠남’이란 뜻을 지닙니다. 이집트 탈출 사건은 성경에서 믿음의 핵심을 이루는 주제이며, 이스라엘 자손들이 하나의 백성으로서 하느님과 관계를 맺게 되는 출발점입니다. 탈출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자기 정체성을 규정하는 두 사건을 전합니다. 곧 ‘이집트 탈출의 역사’와 ‘시나이 계약’입니다.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역사를 전하는 이 두 사건은 하느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원체험’(바탕체험)인 동시에 이스라엘과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원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출기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 노예살이에서 해방하여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겠다는 ‘기쁜 소식’을 선포하기에 ‘구약성경의 복음서’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탈출기 1장이 400년(창세 15,13) 또는 430년(탈출 12,40)에 걸친 이스라엘 자손들의 이야기라면, 2장은 모세의 출생에서 중년까지의 80년 세월을 담고 있으며, 3-40장은 1년여 동안에 이루어진 이집트 탈출과 계약을 전합니다. 이집트 탈출 사건이 선조들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의 ‘하느님 백성 되기’를 향한 위대한 출발점이라면, 광야에서의 여정은 주님 신앙 공동체를 준비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탈출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곧 이스라엘의 이집트 체류(1,1-15,21), 광야에서의 이동(15,22-18,27), 그리고 이스라엘의 시나이 체류(19,1-40,38)입니다. 이집트 탈출 전의 상황을 묘사하는 탈출기 1-2장은 창세기에서 탈출기로 넘어가는 하나의 연결고리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이집트 거주(1,1-7)
탈출기의 첫 단어는 ‘그리고’란 뜻의 접속사 ‘웨’인데, 이 단어로 창세기와 탈출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어 곧바로 창세기 46장 8-27절을 요약하는 ‘야곱(이스라엘)의 아들들 이름’(1,1), 곧 족보가 소개됩니다. ‘야곱’이라는 이름이 조상이라는 어감이 강하다면,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은 축복을 떠올리게 합니다(참조: 창세 32,27-29; 35,10). 또한 ‘이스라엘의 아들들’이라는 표현은 야곱의 열 두 아들뿐 아니라, 계약과 더불어 이루어질 ‘이스라엘 백성’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창세기에서는 하느님과 개인들(노아,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이 관계를 맺지만, 탈출기에서는 하느님께서 주로 한 백성과 접촉을 하십니다. 곧 탈출기는 가족에서 부족으로, 나아가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한 백성의 탄생을 알려줍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이라는 표현이 창세기에는 두 번밖에 등장하지 않지만(창세 32,33; 36,31) 탈출기 전체에서 125번이나 등장하는 데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야곱 집안이 이집트로 이주할 때 식구는 모두 칠십 명이었습니다(창세 46,8-27). 그런데 70이라는 숫자는 정확한 역사성에 근거한다기보다는 신학적인 면에서의 완전성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1장 7절에서 ‘많이 낳다, 늘어만 갔다, 번성하였다, 더욱더 강해졌다, 가득 찼다’라고 표현을 바꿔가며 다섯 번이나 강조할 만큼 이스라엘 백성의 번성은 두드러졌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의 증가는 아브라함(창세 12,1; 13,16; 15,5; 17,5-6), 이사악(창세 26,4.24), 야곱(창세 28,3.14; 35,11)에게 내린 약속이 실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가나안 땅의 소유에 관한 약속만 이루어지면 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억압(1,8-22)
이집트에서의 억압 상황은 강제 노동(부역)을 통한 억압과 사내아이의 살해를 통한 억압으로 나뉩니다. 여기에서 파라오는 억압의 강도를 높여 갑니다. 요셉 일가의 이집트 이주 사건(창세 41,37-50,26)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그것을 무시하여 그들과 전혀 가깝지 않은 새 임금이 등장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백성’이라고 부르며, 많고 강한 그들을 이집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로 간주합니다. 그래서 임금은 자유를 제한하고 존엄성을 잊어버리도록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강제 노동을 시킵니다. 선조 아브라함에게 하느님께서 “너희 후손은 남의 나라에서 나그네살이하며 사백 년 동안 그들의 종살이를 하고 학대를 받을 것이다.”(창세 15,13)라고 하신 말씀이 실현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더욱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1,12) 파라오는 강제 노동 정책이 실패하자, 히브리 산파들을 불러 히브리 여인이 해산할 때 아들이면 죽이라고 직접 명령합니다. 한편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을 지닌 두 명의 히브리 산파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문제를 처리하려는 계략을 꾸미는 파라오는 극적 대조를 이룹니다. 이 정책도 실패하자, 파라오는 세 번째로 히브리인의 아들이 태어나면 모두 나일 강에 던져 죽이라는 명령을 ‘온 백성에게’ 내립니다. 이로써 백성 전체가 살인 정책에 관여하고 책임지게 되는 죽음의 문화가 일어납니다. 파라오는 자신이 이스라엘 백성의 생명과 미래의 주인인 듯 행세합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 소유라 선언하시는 하느님과 충돌하게 됩니다.
성경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정확히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 또는 공동체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하신 일과 그분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전하며 그에 따라 살아가는데 목적을 두고 저술된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성경과 교회 가르침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 없이는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람들이 믿기 위해서는 알아야겠다고 말하지만, 알기 위해서는 믿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책이고, 믿음에 관한 책이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인 탈출기를 함께 읽고, 믿고, 가르치며, 실천하는 가운데 인생살이의 여정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체험하면서 신앙 성장과 성숙을 이루어가는 한해를 살아가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성경은 ‘하느님은 누구이신지?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일러주기 때문입니다.
참고 문헌 「모세의 생애」, 「모세의 한평생」, 「어서가거라」, 「주석 성경」, 「탈출기 I」, 「탈출기 1」, 「탈출기 2」, 「광야에 선 인간」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19년 12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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