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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역대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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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2-25 조회수8,132 추천수2

[2020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역대기 이야기

 

 

우리는 지금까지 신명기계 역사서를 살펴보았습니다. 신명기계 역사서는 예루살렘의 파괴와 바빌론 유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열왕기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우리 성경책에 열왕기 다음 페이지에는 무엇이 펼쳐지나요? 바로 역대기 상권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유배 시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인류인 아담에서 시작되는 족보 이야기가 나옵니다. 짧게 끝나지 않고 족보 이야기는 길게 계속되면서 9장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사울의 족보로 마무리됩니다. 이야기가 역행하는 모습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잠시 역대기의 구조를 살펴봅니다.

 

1) 1역대 1-9장 : 아담에서 사울까지 이르는 족보

 

이 부분에서는 아담에서 시작되는 이스라엘 백성의 긴 역사가 족보를 통해서 언급됩니다. 이 족보의 특징은 열두 지파 가운데에서 유다 지파와 레위 지파에 더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유다 지파는 다윗 왕조의 지파이고, 레위 지파는 사제들의 지파이기 때문입니다. 역대기는 성전과 제의에 관심을 많이 갖습니다.

 

2) 1역대 10-2역대 9장 : 통일 왕국의 역사

 

통일 왕국의 역사는 바로 다윗과 솔로몬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윗과 솔로몬이 정치지도자가 아닌 종교적인 인물로 묘사된다는 사실입니다. 다윗은 주님의 계약의 궤를 옮기고, 성전 건축의 준비를 하였으며, 레위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성전 예배를 위한 성가대를 조직합니다. 솔로몬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한 인물입니다. 그러한 그의 업적 때문인지, 열왕기와는 달리 역대기에서는 그의 결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3) 2역대 10,1-36,21 : 분열 왕국의 남 유다 역사

 

역대기는 열왕기와 달리 북 이스라엘의 역사에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다윗 왕조의 정통성을 지닌 남유다 왕국만이 역대기에서 관심의 대상입니다. 아울러 제의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이 바로 남 유다에 있으므로 북 이스라엘은 역대기에서 배제되는 특징을 만나게 됩니다.

 

4) 2역대 36,22-23 : 키루스 칙령

 

열왕기와는 달리 역대기는 유배의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를 그 시야에 두고 있습니다. 키루스의 칙령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유배지에서 해방됨을 알려주고, 아울러 역대기가 집중하고 있는 중심 장소인 예루살렘 성전 재건의 메시지를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입을 통해서 전해줍니다.

 

역대기는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가요? 전체 구조를 살펴보니 분명 신명기계 역사서와 유사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얼핏 보면, 역대기는 신명기계 역사서의 단순한 반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남 유다 왕국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면 복을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심판과 벌을 받게 된다는 신학적 주제도 거의 흡사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이야기를 왜 굳이 반복해서 기록한 것일까?’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 두 역사서는 차이점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역대기는 신명기가 전해주지 못하는 무언가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더 알려주고자 비슷한 이야기와 신학의 반복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해줍니다. 그 명확한 차이가 다음의 사실에 있습니다. 신명기계 역사서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시작하여 약속의 땅에서 쫓겨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다면, 역대기는 아담으로 상징되는 창조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유배와 귀환까지를 그 시야에 담고 있습니다. 담고 있는 범위가 훨씬 더 넓습니다. 무엇이 강조되는 것일까요? 바로 이스라엘의 역사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이 아니라, 이미 창조 때부터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하느님의 백성이었으며, 유배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귀환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알려줍니다. 이것이 역대기가 담아내고자 했던 신명기계 역사서와의 차이점입니다. 그리고 역대기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귀환 이후의 이야기는 에즈라기와 느헤미야기가 들려줄 것입니다.

 

[2019년 12월 22일 대림 제4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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