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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성서의 해: 마카베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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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1 조회수7,014 추천수0

[2020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마카베오기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 부정적인 의미였지만, 그가 중요한 인물임을 이미 언급하였습니다. 그는 다신론을 바탕으로 한 헬레니즘 문화를 유다인들에게 강요한 셀레우코스 왕조의 임금입니다. 좋게 이야기 해서 문화의 강요이지, 그가 야훼 하느님만을 섬긴 유다인들에게 이방신들을 섬기도록 강요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강요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에 의해서 무자비한 박해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강요 속에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지키고자 적극적으로 저항하면서 노력했던 유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로 마카베오기 상권과 하권이 담고 있습니다.

 

마카베오라는 이름은 마타티아스라는 인물의 셋째 아들 유다의 별칭이었고, 이후에 마카베오 가문 전체의 호칭으로 사용된 이름입니다. 마카베오기는 상권과 하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상권과 하권으로 구성된 책을 이미 보았습니다. 사무엘기, 열왕기, 역대기입니다. 시대의 순서로 자연스럽게 상권에서 하권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마카베오기는 내용이 상권에서 하권으로 이어지지 않고,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줍니다.

 

먼저 상권은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통치하기 시작한 기원전 175년부터 134년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 4세가 예루살렘 성전에 제우스의 신상을 세우도록 강요하는 정책에 무력으로 저항한 마카베오 가문의 항쟁이 전체 이야기의 중심에 있습니다. 유다의 항쟁(3,10-9,22)을 시작으로, 요나탄의 항쟁(9,23-12,53)과 시몬의 항쟁(13,1-14,3)이 묘사됩니다. 마카베오기 상권은 시몬의 죽음과 동시에 하스모네아 왕조의 시작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마카베오 가문이 이렇게 이방인의 통치에 저항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하느님과 율법에 대한 공경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열정과 계약에 대한 충실함은 이 책을 구성하는 가장 큰 주제입니다. 마카베오 가문이 성전을 탈환하고 정화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하느님께 대한 신실함이었고 하느님 구원의 명확한 표징입니다.

 

하권의 시대적 배경은 상권보다 범위가 좁습니다. 기원전 176년부터 161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권이 정치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면, 하권은 종교적인 관점을 더욱 부각합니다. 역사 안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권능과 다가올 메시아 왕국이 부각됩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접근하다 보니 하권의 중심에는 성전이 있습니다. 성전을 탈환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유다 마카베오를 하느님의 도구로 바라보면서 성전을 이야기 전체의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마카베오기 하권이 전해주는 신학적 주제는 다양합니다. 우선, 고통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제시합니다. 유다인들이 받는 고통은 이스라엘을 정화시키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시험이자 교육이라는 사실입니다(1,5; 5,20; 6,12-16; 7,33). 또한 의로운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하느님의 축복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3,1-3; 5,18-20). 이러한 맥락 안에서 순교자 엘아자르(6,18-31), 일곱 아들과 그들의 어머니(7장), 예루살렘의 원로 라지스(14,37-46)의 이야기를 마카베오기 하권은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이와 함께 부각되는 주제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구원을 위한 도구입니다(1,6.8; 3,15). 마카베오기 하권에서는 기도에 관한 발전된 신학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전구라고 하는 ‘중개기도’입니다. 죽은 이들을 위한 살아 있는 이들의 전구(12,42)와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죽은 이들의 중개기도(15,14)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마카베오기 하권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부활 사상입니다. 창세기부터 마카베오기에 이르기까지, 마카베오기 하권을 제외하곤 부활 사상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구약의 전통적 가르침이라는 것은 반복해서 언급했던 신명기적 사고입니다. 하느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면 상을 받고, 그렇지 못하면 벌을 받는 다는 상선벌악의 가르침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카베오기 하권은 이러한 전통의 가르침과는 달리 내세의 삶에 대한 인정과 희망을 들려줍니다(7,9.11.14.23; 12,44; 14,46).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신약성경의 부활 사상과는 차이를 보이지만,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단! 부활은 의인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고, 악인은 영원한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2020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축성 생활의 날)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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