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요나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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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2-17 | 조회수7,124 | 추천수0 | |
[라삐 문헌 읽기] 요나 이야기
다음은 라삐 엘리에제르의 어록 10장에서 전하는 요나 예언자의 이야기이다.
“요나는 주님을 피하여 타르시스로 달아나려고 길을 나서…”(요나 1,3).
요나는 왜 달아났는가? 처음에는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이스라엘 영토를 되찾으려고 요나를 보내시어 예언을 이루셨다. 곧 “그가 하맛 어귀에서 아라바 바다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영토를 되찾았다. 이는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 아미타이의 아들 요나 예언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 그대로이다”(2열왕 14,25). 두 번째는 예루살렘을 멸망시키려고 그를 보내셨는데, 그분께서 큰 자애로 뜻을 바꾸시어 예루살렘을 멸망시키지 않으셨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요나를 ‘거짓 예언자’라 불렀다.
세 번째는 니네베를 파괴하려고 그를 보내셨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며 말하였다. “내가 알기로 그들은 회개에 가까운 이방인이니, 이제 회개할 것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회개하지 않으니)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진노하셨다. 다른 민족들까지 나를 ‘거짓 예언자’라 부르는 것은 부당하다. 나는 그분 앞에서 그분의 영광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달아나야겠다. 하늘로 올라가면 ‘그분의 영광은 하늘 위에 높으시다.’(시편 113,4) 하였고, 땅 위로 가면 ‘온 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이사 6,3)고 하였으니, 그분의 영광을 언급하지 않은 바다로 가야겠다.”
요나는 야포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분께서 요나를 시험하시려고 그가 타려는 배를 이틀 거리나 떨어진 곳에 두시어, 배편을 구하지 못하였다. 그분께서 다시 강풍을 보내시어 배를 야포로 돌려보내셨다. 요나는 이를 보고 속으로 ‘이제는 나의 길이 탄탄대로일 것이다.’ 하고는 뱃사람들에게 말하였다. … “여러분과 함께 타르시스로 가겠습니다.” 보통 배에서 내리며 삯을 지불하건만, 그는 기뻐서 뱃삯도 미리 치렀다. “그가 뱃삯을 치르고 배에 올랐다.”(요나 1,3)고 한 대로이다. 항해 중 강풍이 불어 그들을 가로막았다. 다른 배들은 모두 평화롭게 고요한 바다를 지났지만, 요나가 탄 배는 요동을 쳤다. “바다에 큰 폭풍이 일어 배가 거의 부서지게 되었다.”(4절)고 한 대로이다.
“뱃사람들이 겁에 질려 저마다 자기 신에게 부르짖었다”(5절). 라삐 하난야가 말하였다. 그 배에는 일흔 종류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저마다 손에 신상들을 들고 말하였다. “각자 자기 신을 부릅시다. 우리에게 응답하여 이 곤궁에서 우리를 구하는 신이야말로 진짜 신입니다.” 그들은 자기들 신을 불렀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배 밑창으로 내려간 요나는”(5절) 영혼이 너무 고단하여 깊이 잠들었다. 선장이 그에게 와서 말하였다. “죽음과 생명의 기로에 서서 잠이 온단 말이오? 당신은 어느 민족 출신이오?” 요나가 말하였다. “히브리 사람이오”(9절). 선장이 다시 말하였다. “‘일어나서 당신 신에게 부르짖으시오. 행여나 그 신이 우리를 생각해 주어’(6절) 갈대 바다에서 당신네에게 한 것처럼 우리에게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오.” 요나가 말하였다. “숨기지 않겠소. 나 때문에 이 재앙이 여러분에게 닥쳤소. ‘나를 바다에 내던지시오. 그러면 바다가 잔잔해질 것이오’”(12절).
라삐 시메온이 말하였다. 뱃사람들이 차마 요나를 바다에 던지지는 못하고, “제비를 뽑으니 요나가 뽑혔다”(7절). 그들은 모든 짐을 들어 바다에 던져 배 위를 가볍게 하였으나 소용없었다. 노를 저어 마른 땅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할 수 없었다. 어찌하겠는가? 그들은 요나를 데려다 갑판에 세우고 말하였다. “세상의 하느님이신 주님! ‘이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킨다고 부디 저희를 멸하지는 마십시오’(14절). 저희는 무엇이 옳은지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가 제 입으로 ‘나 때문에 이 재앙이 여러분에게 닥쳤소.’라고 말했을 뿐입니다.”
곧이어 그들이 그를 무릎까지 잠그자 바다가 잠잠해졌다. 다시 들어 올리자 이내 동요하였다. 목까지 잠그자 바다가 잠잠해졌다. 또 들어 올리자 도로 거세졌다. 그를 완전히 던지자 바로 바다는 잠잠해졌다.
“주님께서는 큰 물고기를 시켜 요나를 삼키게 하셨다”(2,1). 라삐 타르폰이 말하였다. 그 물고기는 이미 창조 엿샛날에 요나를 삼키기로 정해졌다. 요나는 대회당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물고기 입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섰다. 물고기의 두 눈은 그에게 빛을 주는 창문 같았다. 라삐 메이르가 말하였다. 물고기 뱃속에 진주 하나가 매달려 있어 대낮의 태양처럼 그에게 빛이 되고 그에게 바다와 심연에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물고기가 요나에게 말하였다. “내가 레비아탄의 입속에 삼켜질 날이 다 되었음을 너는 아느냐?” 요나가 대답하였다. “나를 데려가라. 내가 너와 나를 그 입에서 구할 테니.” 레비아탄에게 데려가자 요나가 말하였다. “나는 너 때문에 너의 거처를 보러 내려왔다. 장차 내가 네 혀에 밧줄을 걸어 너를 의인들의 대잔치에 재물로 삼아 바치려는 것이다.” 요나는 아브라함의 인장을 보여 주고 말하였다. “이 계약의 인장을 보아라.” 그러자 레비아탄은 요나에게서 이틀 거리 되는 곳으로 도망쳤다.
요나가 큰 물고기에게 “약속대로 하였으니 바다와 심연에 있는 것을 보여 다오.” 하자 큰 물고기는 대양이 비롯된 큰 강을 보여 주었다. 이스라엘이 건넌 갈대 바다의 길, 바다의 파도와 물결이 흘러나온 장소, 땅의 기초에 있는 기둥들을 보여 주었다. 게힌놈과 저승을 보여 주었다. 일곱 언덕 위에 세워진 예루살렘과 성전의 주춧돌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코라의 자손들이(민수 16장) 그 위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그들이 요나에게 말하였다. “너는 하느님의 성전 아래에 서서 기도하여라. 그래야 응답을 받을 것이다.” 요나가 물고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기도를 해야겠으니 너는 거기 서 있어라.” 물고기는 서 있고 요나는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 앞에서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저승에 내리기도 올리기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제가 내려갔으니 저를 올려 주소서. 당신께서는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시는 분’이십니다. 제 영혼이 죽음에 이르렀으니 이제 저를 살려 주십시오”(1사무 2,6 참조).
그분께서는 요나가 “제가 레비아탄을 당신 앞에 바쳐 그를 의인들의 큰 잔치에서 재물로 삼을 것을 서원합니다. 저는 이스라엘의 구원의 날에 이를 완수하겠습니다.” 할 때까지 대답하지 않으셨다. 곧 “감사 기도와 함께 당신께 희생 제물을 바치고 제가 서원한 것을 지키렵니다.”(요나 2,10)한 대로이다. 그러자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물고기에게 알리시어 마른 땅에 요나를 토해 내게 했다. “주님께서는 그 물고기에게 분부하시어 요나를 육지에 뱉어 내게 하셨다.”(11절)고 한 대로이다.
라삐 엘리에제르의 미드라시는 요나 1―2장에 집중되어 있는데, 성경에 없는 몇 가지 대목을 덧붙여 소개한다.
첫째는 요나가 하느님을 피해 달아나는 이유이다. ‘거짓 예언자’라는 소리가 듣기 싫고 하느님 부르심대로 따랐다가 겪은 헛수고가 억울했던 것이다. 그는 나름 치밀하게 하느님 영광의 그늘을 벗어날 궁리를 하지만, 여전히 하느님 손바닥 위에서 맴돌았다.
둘째, 큰 물고기가 요나를 삼킨 것은 이미 창조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요나는 자신을 삼킨 물고기를 레비아탄에게서 구하여 그 보답으로 바다와 심연에 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셋째, 바다와 심연에서 요나가 본 것은 세상의 기초요 만물의 근원들이었으며, 하느님 구원의 흔적들이었다. 민수기 16장에 따르면 모세와 아론을 거슬러 반역한 코라의 무리는 하느님의 진노로 갈라진 땅바닥 밑으로 꺼지는 벌을 받았다.
넷째, 바로 그 코라의 자손들이 여전히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응답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다. 하느님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들의 값진 충고 덕분에 요나는 다시 하느님께 서원하고 감사 기도와 희생 제물을 바침으로써 물고기 몸 밖으로 나온다. 결국 요나의 불평과 반항은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를 드러내 그가 하느님 영광의 그늘에서 달아날 수 없는 존재임을 분명히 알린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2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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