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자료실

제목 [구약] 성서의 해: 지혜문학
이전글 [신약] 사도행전 읽기4: 초대 교회의 첫 문제와 일곱 부제의 선출 ~ 스테파노의 체포와 ...  
다음글 [신약] 흥미진진 성경읽기: 낯 뜨거운 인사청탁 사건 - 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어머니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07 조회수7,205 추천수0

[2020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지혜문학

 

 

우리는 지금까지, 창세기부터 신명기에 이르는 오경, 여호수아기에서 마카베오기 하권에 이르는 역사서, 역사적 배경을 지닌 하느님을 향한 아름다운 읊조림을 들려주는 시편을 차례대로 만나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장르의 성경을 만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라는 대서사시를 배경으로 삼지 않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바로 지혜문학이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지혜문학에 대하여 언급하기 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혜(智慧)가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지혜란 무엇인가요? 많은 답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지혜에 대한 사전적 정의(定義)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 내는 정신의 능력”. 바로 이 정신의 능력에 강조점이 놓여 있습니다. 그럼 지혜문학이 이야기하는 지혜와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와는 차이가 있을까요? 이러한 사전적 정의와 크게 차이는 없지만, 지혜문학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혜에 대하여, 성서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지혜라는 개념은 고대에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까지, 또 그리스에서 로마까지 널리 퍼져 있던 하나의 정신 현상을 특징짓는 바, 이것을 우리는 실제적인 삶의 지식이라고, 또는 실천을 통해 획득된 그리고 실천을 겨냥하는 일상적 지식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에리히 챙어).

 

너무 말이 어려운가요? 쉽게 이야기하면, “지혜(智慧)”는 실천적 영역으로 옮겨가는 모든 과정을 의미하며, 단순한 앎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삶의 체험과의 관계성 안에서 풀어가는 것이 지혜문학에서 이야기하는 지혜의 본질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는 경험과 체험에서 출발하며, 선하고 옳은 것을 선택하여 행하면 이로움을 얻을 수 있고, 악하고 나쁜 것을 선택하고 행하면 화를 입게 되니, 선을 추구하고 악을 피하는 구체적인 행위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혜문학의 궁극적 목적은, 권선징악적 가르침을 통해서 참된 선(善)과 복(福)에 이르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목차에 따르면 성경의 지혜문학 작품은 욥기, 잠언, 코헬렛, 지혜서, 집회서입니다. 이 다섯 권의 지혜문학 작품에는 고유한 특징이 존재합니다. 지혜문학을 제외한 오경, 역사서, 예언서와 시편은 이집트 탈출 사건, 시나이 계약, 약속의 땅, 율법(토라)의 가르침과 같은 전통 신학을 구성하는 주요한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행하신 모든 행위들을 담고 있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시며, 그들에게 가르침(토라)을 전해주시는 모든 과정이 전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우리는 계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느님 계시의 이야기가 바로 성경의 큰 주제였습니다. 하지만, 지혜문학은 조금 다릅니다. 전통적 신학은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을 향하는 하향식 구조를 보여준다면, 지혜문학은 인간의 체험을 통해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성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오경과 역사서는 “주님께서...라고 말씀하신다” 라는 구절로 시작되지만, 지혜문학은 “내가 보니...”, “내가 겪기로는”, “내가 알기로는...” 하는 식의 화법을 통해서 이러한 방향성의 차이를 구체화시켜줍니다.

 

따라서 지혜문학을 읽다보면, 앞선 오경과 역사서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만나게 됩니다. 생동감 넘치는 사건에 대한 묘사보다는, 읽어보면 정답 같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마음이 지혜로운 이는 계명을 받아들이지만 미련한 말을 하는 자는 멸망에 이른다”(잠언 10,8). 너무 당연한 말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이러한 지혜문학을 읽는 가운데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읽는 순서입니다. 우리 성경은 ‘욥기→(시편)→잠언→코헬렛→(아가서)→지혜서→집회서’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혜문학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순서를 잠시 잊으시고, 새로운 순서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시편과 아가서는 지혜문학에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잠언→욥기→코헬렛→지혜서→집회서’의 순서입니다.

 

[2020년 3월 8일 사순 제2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