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무화과나무
마르코 11,12-14
“이제부터 영원히 어느 누구도 너에게서 열매를 따 먹는 일이 없을 것이다.”
처음에 저는 예수님께서 열매가 없는 무화과를 저주하시는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었어요.
아니 나무가 무슨 죄가 있나요?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그런데 제가 체리나무 한 그루를 가꾸면서, 그 무화과나무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체리 묘목을 사 온 해에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서 물을 준다는 것을 곧잘 잊어버리곤 했어요.
그러다보니 체리가 비실거리더니 말라가기 시작했어요.
그때서야 깜짝 놀라서 물을 주기 시작했어요.
나무는 시름시름하더니 겨우 이파리만 내고 꽃을 내지 못하더군요.
그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또 그 다음 해도... 내리 육 년을 꽃을 못 내고 이파리만 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물을 줄 때마다 제가 게을러서 잘 돌봐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물을 주고 있는데,
그제야 예수님의 그 무화과가 다시 생각났습니다.
체리와 무화과가 같네요?
그런데, 그 뒤로는 기도 중에 그 병든 체리가 꼭 제 자신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있었어도, 할머니 집에서 구박받으면서 컸던 어린 시절이 쭉 기억나면서
내가 이렇게 체리처럼 병들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체리가 한없이 불쌍하고,
제 상처가 그렇게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구나 싶어
이렇게 체리처럼 열매 맺지 못하는 제 삶이 이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체리는 잘못이 없죠.
제가 잘못가꾼거잖아요?
그 무화과는 이렇게 저의 체리처럼 열매를 맺도록 보살핌을 받지 못했을수도 있었겠네요!
그래서
어느 순간, 아! 그 무화과를 저주하신 것은
열매를 맺게 만들지 못하는 만든 사람들!
즉 그사람이 속해있는 그 사회를 저주하신거구나.
그때 그렇게 사회를 병들게 만든 무리들에게 하신 경고였구나.
무화과가 열매가 없는 모습은
지금은 바로 우리들, 이 사회를 이루고 가꾸어야 하는 우리들에게 하시는 이야기구나,
순간적으로 그런 깨달음이 왔습니다.
그러더니 아주 빠르게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아. 내가 내 아이들을 이렇게 열매를 못 맺게 만들어 놓았구나.
병든 나무에서 자라는 가지가 병들 수밖에 없는 거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얼른 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오래도록 이렇게 병든 저를 낫게 하소서.
제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래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라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제 아이들을 보살피게 하소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제 아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체리에 물을 줄 때마다 진심으로
“미안하구나. 내가 너를 열매를 맺을 수 없는 나무로 만들었구나. 네가 나와 같구나.” 하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해왔는데 체리나무가 육 년 반 만에 꽃을 피워냈습니다.
얼마나 기뻤는지요. 제가 이렇게 나은 건가요? 이 체리가 나은 것처럼 저도 나은 듯이 느껴졌습니다.
왠지 저도 제가 키워내는 아이들도 이 체리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열매 맺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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