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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루카 2장 41-51절 카테고리 |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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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종업 쪽지 캡슐 작성일2013-05-29 조회수735 추천수0 신고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2012. 12. 30.)(루카 2,41-52)

 

<성가정>

 

성가정 축일이 되면 바로 떠오르는 성경 구절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미사 복음에 이 말씀이 나오면 혈육의 정보다 예수님을 따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가족은 중요하지 않고 신앙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강론을 하다가, 성가정 축일만 되면 태도를 바꿔서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모순입니다.

성경과 교리에 서로 모순되는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강론도 서로 모순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항상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루카복음 14장 26절의 ''미워하지 않으면''이라는 말은 가족을 미워하라는 뜻도 아니고, 혈육의 정을 끊으라는 뜻도 아닙니다.

이 말은 구원을 받는 일을 포기할 정도로 속세의 일에 집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가족이 도둑질을 할 때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 도둑질을 돕는 경우...
그것을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을 정말로 사랑한다면 도둑질을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그 가족이 ''왜 내가 하는 일을 막는가? 나를 미워하는 것은 아닌가?'' 라고 불평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가족은 사랑하되 가족의 범죄는 미워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미움은 바로 그렇게 자기 자신과 가족의 구원을 방해하는 범죄를 미워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란다면 하느님 나라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혼자서 들어가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가족을 주신 것은 인생과 신앙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면서 서로 도우라고 주신 것입니다.

(인생에서뿐만 아니라 신앙에서도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품성사를 받고 종신서원을 한다고 해서 부모와 자식의 연이, 또 가족의 연이 끊어지는 것도 아니고, 끊어서도 안 됩니다. 십계명의 제1계명과 제4계명은 똑같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루카복음 14장 26절 외에도 예수님께서 하신 다른 말씀들 가운데에는 오해하기 쉬운 말씀들이 있습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루카 2,49)"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마르 3,33)"

이런 구절들은 겉으로만 보면 예수님께서 가족을 부정하신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는 구절들입니다.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라는 말은 ''왜 다른 곳에서 저를 찾으셨습니까?'' 라는 뜻이고,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라는 말은 ''저는 다른 곳이 아니라 성전에 있어야 했습니다.'' 라는 뜻이기 때문에

예수님의 말씀은 당신을 찾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성전으로 곧바로 오셨다면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 됩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라는 말은 ''과연 어떤 사람을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라는 뜻이고,

이 말은 예수님께서 당신의 어머니와 가족을 부정하신 말씀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적인 가족에 관한 가르침을 주시기 위해서 하신 질문입니다.

 

''성가정''이라는 말은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을 가리키는 말이고, 성가정을 본받자는 것은 그분들처럼 살자는 것인데, 성가정의 두드러진 특징은 서로가 서로에게 순종했다는 점입니다.

(성경의 여러 내용들을 종합해서 생각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요셉은 마리아와 예수님께 순종했고, 마리아는 요셉과 예수님께 순종했고, 예수님은 요셉과 마리아에게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종은 모두 하느님 뜻에 대한 순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는 침묵 속에서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묵상했고,

그것은 다시 서로의 뜻에 대한 순종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말에 ''우리'' 라는 좋은 표현이 있습니다.

영어식으로 표현하면 ‘나의 집, 나의 아빠, 나의 엄마’ 라고 해야 할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우리 집, 우리 아빠, 우리 엄마'' 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나''는 없고 ''우리''만 있다는 표현입니다.

 

우리 말 표현 그대로 ''우리'' 라는 정신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이 성가정을 본받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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