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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라삐 문헌 읽기: 예루살렘 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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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3-22 조회수6,584 추천수0

[라삐 문헌 읽기] 예루살렘 함락

 

 

영광과 특권을 누려 온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역사의 가장 극적인 시기를 맞는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억압하고, 주님의 길을 걷도록 인도하는 예언자들을 핍박하였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우상들에게 성전 문을 활짝 열어 주어 하느님의 집마저 “강도들의 소굴”(예레 7,11)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불의가 절정에 달하자 예언대로 재앙이 닥친다.

 

다음은 ‘아름답고 우아한 시온’(6,2 참조)에 “복이 아니라 재앙”(39,16)이 내리는 과정을 서술하는 미드라시들이다.

 

 

“아, 사람들로 붐비던 도성이 외로이 앉아 있다”(애가 1,1).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예레미야에게 말씀하셨다. “가서 이스라엘에게 예언하여라.” 그가 아뢰었다. “‘아, 주 하느님 저는 아이라서 말할 줄 모릅니다’(예레 1,6). 당신께서는 제가 가서 이스라엘에게 고통스러운 예언을 하길 바라십니다.” 그분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5절). 이 소명을 받고 예레미야는 자신이 할 예언이 이방인들을 향한 것인 줄 알았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 분노의 술잔을 내 손에서 받아라”(25,15). 예레미야가 아뢰었다. “제가 주님의 손에서 그 잔을 받겠습니다”(17절 참조). 예레미야는 그 잔이 이방인들을 위한 것인 줄 알았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의 관습에서는 식탁 첫자리에 앉은 이가 잔을 마신다. 성읍들 가운데 첫자리는 예루살렘이다.”

 

예레미야가 그분께 아뢰었다. “세상의 주인이신 주님, 당신께서는 저에게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제 백성을 위한 예언을 시작해야 하는군요. ‘주님, 당신께서 저를 꾀시어 저는 그 꾐에 넘어갔습니다’(20,7).”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이미 너는 (잔을) 받았으니 돌이킬 수 없다.” 그는 그분 손에서 (잔을) 받아 그것을 다 마셨다. 게다가 잔 옆에 붙은 음료 남은 것까지도 빨아 마셨다. “너는 그 잔을 마셔 비우고서는 그 조각까지 깨물리라.”(에제 23,34)고 한 대로이다.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의 심판이 봉인되어 (돌이킬 수 없음을 알고) 소리쳐 애가를 부르며 애도하였다. “아, 사람들로 붐비던 도성이 외로이 앉아 있다”(1,1).

 

한편 사악한 네부카드네자르가 임금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쳐들어올 때, 그는 짧은 시간에 이 도성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는 예루살렘이 혹시나 회개할까 싶어 그들에게 삼 년까지 버틸 힘을 주셨다. 예루살렘에는 강한 용사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빌론 군대와 맞서 싸웠다. 그들 가운데 기브테리의 아들인 한 용사는, 병사들이 큰 돌을 성벽에 쏘면 그것을 받아 병사들에게 도로 던졌다. 발로도 받아 되돌려 줄 정도여서 많이들 죽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죄악 때문에 그는 불어 닥친 바람에 성벽에서 떨어져 죽고 말았다(얄쿳 시므오니 애가 1009).

 

 

“세상 임금들도 땅의 주민들도 모두 믿지 않았다네, 적과 원수가 예루살렘 성문 안으로 들어오리라고는”(애가 4,12).

 

네부카드네자르에게 하느님의 소리가 말씀하셨다. “사악한 종아, 올라가서 네 주인의 집(성전)을 무너뜨려라. 주인의 자녀들은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는 두려워 올라가지 않고 말하였다. “그분께서 나에게 산헤립에게 하신 것처럼(2열왕 19,37 참조) 하시려나 보다.” 그는 시리아로 가 북쪽 안티오키아 밖에 머물며 예루살렘을 함락시키러 느부자르아단을 보냈다. 그는 그곳에서 삼 년 반을 있으면서 날마다 예루살렘을 에워쌌으나 정복할 수 없었다. 그는 하느님께 청하였다.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분께서 그의 머리에 묘안을 심어 주시어, 그는 성벽의 높이를 재기 시작하였다. 성벽은 전체가 꺼질 때까지 날마다 두 뼘 반씩 꺼져 갔다. 전체가 꺼지자 적들이 예루살렘으로 들어갔다. 그때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세상 임금들도 땅의 주민들도 모두 믿지 않았다네, 적과 원수가 예루살렘 성문 안으로 들어오리라고는”(애가 라바 서문 23; 30; 4,15).

 

 

“주님께서는 포도 확을 밟듯 처녀 딸 유다를 짓밟으셨다오”(애가 1,15).

 

라바가 말하였다. 네부카드네자르는 느부자르아단에게 철을 깨는 철 도끼를 실은 노새 삼백 마리를 보냈다. 예루살렘 성문을 뚫으려고 하였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그 모든 장식을 도끼와 망치로 때려 부수었습니다.”(시편 74,6)라고 한 대로이다. 느부자르아단은 바빌론으로 돌아가고자 하여 말하였다. “나는 두렵다. 그들이 산헤립에게 한 것처럼 나에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느님의 소리가 나와 말씀하셨다. “느부자르아단아, 성벽을 타고 넘어라.” 드디어 성전이 무너지고 불에 탈 때가 되었다. 그가 한 자루 남은 도끼로 그것을 치자 열렸다. “마치 나무 숲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자와 같았습니다.”(시편 74,5)라고 한 대로이다. 그는 성전에 이를 때까지 계속 죽였다. 그는 거기서 불을 밝히고 그곳을 짓밟았다. “주님께서는 포도 확을 밟듯 처녀 딸 유다를 짓밟으셨다오.”(애가 1,15)라고 한 대로이다.

 

느부자르아단은 우쭐해졌다. 하느님의 소리가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미 죽은 이를 죽였고 이미 타 버린 성소를 태웠으며 이미 빻아 놓은 밀가루를 빻았을 뿐이다”(바빌론 탈무드 산헤드린 96ㄴ).

 

 

“주 우리 하느님께서 그들을 멸망시키시리라”(시편 94,23ㄴ).

 

현인들이 말하였다. 첫 성전이 파괴된 날은 아브 달 아흐렛날이었다. 안식일과 안식년이 모두 끝날 때였다. 여호야립 사제가 당번이었고 레위인들이 성가대석에 서서 찬가를 부르고 있었다.

 

그 찬가는 무엇인가? “그분께서는 그들의 죄악에 따라 되갚으시고 그들의 악함으로 멸망시키시리라.”(시편 94,23ㄱ)고 노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방인들과 정복자들이 오기 전에 그다음 소절인 “주 우리 하느님께서 그들을 멸망시키시리라.”를 노래하지 못하였다(바빌론 탈무드 타아닛 29ㄴ).

 

‘민족들의 예언자’로 소명을 받은 줄 알았던 예레미야는 심판의 대상이 예루살렘이라는 것을 알고 거부하였으나,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는 결국 하느님 분노의 술잔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신다. 그는 동족을 심판하는 도구로 쓰일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며, ‘붐비던 도성’이었다가 ‘외로이 앉은’ 신세가 되어 ‘포도 확을 밟듯’ 짓밟힐 예루살렘을 향해 애가를 부른다.

 

정복자 네부카드네자르에게 하느님 집을 무너뜨릴 임무를 주신 분도, 예루살렘에 3년까지 버틸 힘을 주신 분도, 성벽을 향해 쏘아 올린 큰 돌들을 손으로 발로 막아내게 하신 분도, 끄떡도 하지 않는 성벽을 꺼지게 할 묘책을 주신 분도, 그 사이 예루살렘이 회개하길 기다리신 분도, 느부자르아단에게 성벽을 타고 넘으라고 하신 분도 거룩하시고 찬미받으실 하느님이심을 유다교 현인들은 돌아보았다.

 

마침내 첫 성전은 안식일과 안식년을 마치는 날, 사제와 레위인들이 본인 직무를 거의 끝낼 무렵에 시편 노래의 마지막 한 소절을 남겨 둔 채 이방인들과 정복자들을 맞이한다.

 

* 강지숙 빅토리아 - 의정부 한님성서연구소에서 구약 성경과 유다교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3월호, 강지숙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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