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서의 해: 코헬렛 - 허무의 책? 기쁨의 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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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3-28 | 조회수7,129 | 추천수2 | |
[2020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코헬렛 – 허무의 책? 기쁨의 책!
오늘 만나게 될 코헬렛은 욥기와 함께, 전통 신학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가르침을 전해주고자 노력합니다. 코헬렛이란 제목이 생소할 수 있지만, “허무로다, 허무! 코헬렛이 말한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코헬 1,2)라는 구절을 들으면, ‘아! 그 책!’ 하고 기억이 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은 코헬렛을 ‘허무의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사 중에 연중 제25주간 짝수 해에 코헬렛의 단지 세 단락(1,2-11; 3,1-11; 11,9-12,8)만을 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코헬렛은 우리에게 ‘허무’라는 가르침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코헬렛은 “다윗의 아들로서 예루살렘의 임금인 코헬렛의 말이다.”(1,1)라는 구절로 시작됩니다. 우리는 다윗의 아들이면서 예루살렘의 임금이었던 사람은 단 한 사람, 솔로몬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솔로몬이라고 언급하지 않고 코헬렛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독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줍니다.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이 책의 제목 ‘코헬렛’도 바로 그 이름에서 유래합니다(참고로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전도서’라고 불렀습니다).
코헬렛은 책의 시작과 함께 자신을 임금으로 소개합니다. 우리는 임금이라는 신분을 떠올리면 무엇을 생각하게 되나요? 부(富)와 권력을 모두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이 먼저 떠오르지 않나요? 맞습니다. 코헬렛은 그렇게 수많은 재산과 권력, 거기에 지혜와 지식까지 지닌 사람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렇듯 모두가 부러워하고, 모두가 높이 우러러보는 임금의 자리에 앉은 그가 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다 허무하다고. 어찌 된 일일까요?
그는 수많은 지혜와 지식을 깨우치려고 노력하였으나 바람을 붙잡는 일이었다고 고백합니다(참조: 1,16-17). 그리고 이렇게 작은 결론을 내립니다. “지혜가 많으면 걱정도 많고 지식을 늘리면 근심도 늘기 때문이다”(1,18). 동의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지혜와 지식의 추구가 허무하고 쓸데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지나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행복을 추구하였지만, 그 또한 허무라고 이야기합니다. 술도 마셔보고(2,3), 큰 공사를 벌이면서 궁궐도 지어보고(2,4), 많은 종을 소유하여서(2,7) 자기보다 앞선 선대의 임금들보다 가장 부자였고 지혜로운 사람이었지만, “태양 아래에서는 아무 보람이 없다”(2,11)라고 선언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부자이고, 아무리 지혜와 지식이 충만하여도 어차피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기 때문입니다(2,12-17). 이렇듯 그는 허무주의자처럼 모든 것이 ‘허무’라는 귀결에 이르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이 모든 상황에 대하여 결론을 내립니다. “자기의 노고로 먹고 마시며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것보다 인간에게 더 좋은 것은 없다. 이 또한 하느님의 손에서 오는 것임을 나는 보았다”(2,24). 허무로 가득한 세상처럼 보여지지만, 먹고 마시고,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것(직역하면, 내 영혼이 좋은 것을 보는 것)이 우리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코헬렛은 깨우친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 그 좋은 것, 그것은 스스로 노력해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코헬렛서의 주인공 코헬렛은 우리에게 세상은 허무로 가득찼다는 사실을 전해주기 위해서 우리에게 이 글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비록 세상에 부조리가 가득하고, 그러한 부조리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허무함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선물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큰 행복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코헬렛은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코헬렛은 자신이 임금으로서 인간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높은 자리에서 만난 것은 허무였습니다. 그러기에 그는 눈을 돌려 일상이 주는 작은 기쁨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기쁨이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임을 알 수 있음이 가장 큰 행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의 자리에는 무엇이 보입니까? 하느님의 손에서 오는 기쁨의 선물인가요? 아니면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무언가에 갈증을 느끼는 일상인가요? 갈증이 느껴진다면, 코헬렛이 전해주는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봅시다. 지금, 이곳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과 마음이 우리를 갈증이 아닌 참된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2020년 3월 29일 사순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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