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갈대 바다를 건넘(탈출 14,1-1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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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4-03 | 조회수8,348 | 추천수0 | |
[탈출기 함께 읽기] “갈대 바다를 건넘”(탈출 14,1-15,2)
탈출기 14장에서 15장은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땅의 광야를 거쳐 갈대 바다를 건너는 사건을 알려줍니다. 이집트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이 놀라운 사건을 이야기 형태(14장)와 시가 형태(15장)로 전해줍니다.
이스라엘을 구원하심(14,1-31)
탈출기 14장 1절에서 31절에서는 하느님께서 파라오와 그의 모든 군대를 쳐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사건을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에 따라 바알 츠폰 앞 피하히롯 근처 바닷가에 진을 칩니다. 진을 친 지역 중 확실히 이름을 알 수 있는 곳은 바알 츠폰(츠폰 산의 바알 신, 츠폰 산은 고대 가나안 지역의 폭풍신인 바알의 거처이다) 뿐인데, 우가릿 북쪽의 엘 아크라 산입니다. 마음이 완고해진 파라오는 이스라엘이 아직도 이집트 땅에서 헤매고 있다고 여겨 그들을 뒤쫓아 옵니다. 파라오와 그 신하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노동력을 놓친 아까움과 그동안 손상된 파라오의 자존심과 체면을 살리고픈 마음에 달라진 태도를 보입니다. 여기에서 재앙 이야기에서 계속되던 ‘마음의 완고함’이라는 주제가 마지막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시고 주님을 알게 하시리라는 주제가 계속 강조됩니다. 그러므로 갈대 바다 사건은 재앙 이야기의 최종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의 말과 병거, 기병과 보병 모두를 동원하여 뒤를 쫓은 파라오는 아직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주님이 어떤 분이며 왜 기적과 재앙을 일으키셨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파라오는 여전히 이스라엘 백성의 섬김을 받으려 할뿐 자신은 물론 타인마저도 주님을 섬기게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뒤쫓아 온 이집트 군대를 보고 몹시 두려워하며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앞은 갈대 바다, 뒤는 완전무장한 이집트의 정예 부대, 이스라엘 백성은 진퇴양난의 위기 상황에 처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주님의 대변인인 모세에게 불평을 합니다. “이집트에는 묏자리가 없어 광야에서 죽으라고 우리를 데려왔소?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 이렇게 만드는 것이오? ‘우리한테는 이집트인들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나으니, 이집트인들을 섬기게 우리를 그냥 놔두시오.’ 하면서 이미 이집트에서 당신에게 말하지 않았소?”(14,11-12)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의 길은 죽음의 길이요, 이집트에 있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줄곧 터트릴 불평의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스라엘 백성은 삶이신 하느님과 죽음인 파라오 중에 누구를 섬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모세는 백성에게 “두려워하지들 마라. 똑바로 서서 오늘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이루실 구원을 보아라. 주님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워주실 터이니, 너희는 잠자코 있기만 하여라.”(14,13-14)라고 말합니다. 모세는 위급한 상황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모든 것을 거는 믿음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일러 주십니다. 지팡이를 든 손을 뻗어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걸어 건너가게 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마른 땅을 걸어 죽음을 건너가게 하시는 이 탈출 사건은 이스라엘이 하나의 백성이 되는 새로운 창조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뻗자 이스라엘 자손들을 따라 바다로 들어온 이집트인들 위로 물이 덮쳐 버립니다. 그날 이스라엘은 주님께서 이루신 큰 권능을 보고, 자신들의 구원을 체험한 뒤에야, 주님을 경외하고, 주님과 그분의 종 모세를 믿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체험과 믿음을 통해 혼돈과 억압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시는 하느님을 알고, 그분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게 됩니다.
구원의 찬가(15,1-21)
탈출기 15장은 모세와 미르얌이 하느님의 놀라운 구원 업적을 노래하는 찬가를 전해줍니다. “주님께 노래하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말과 기병을 바다에 처넣으셨네.”(15,1) 하느님의 놀라운 권능을 체험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쁨에 겨워 자신들을 구원하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이 노래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표현합니다. 이 노래의 첫 연은 바다에서 이루신 승리를 묘사하는데, 여기서 찬양받을 분은 오로지 주님뿐입니다. 두 번째 연에서 노래의 초점은 바다에서 땅과 산으로 옮겨집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자애와 힘으로 이스라엘 백성을 ‘거룩한 처소’, ‘당신 소유의 산’, ‘손수 세우신 성소’로 인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탈출의 목표인 약속의 땅에 가서 성전을 짓고 하느님과 함께 사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모세의 노래의 마지막에서는 “주님께서는 영원무궁토록 다스리신다.”고 기쁨에 찬 고백을 합니다. 모세의 노래에 이어 바다에서 구원받은 사건이 간략하게 서술된 후(15,19) 미르얌의 노래가 나옵니다. 미르얌은 여기서 처음으로 언급되는데, ‘여예언자’요 모세와 아론의 누이입니다(민수 12,2). 15장 21절의 미르얌의 노래는 모세의 노래 첫째 구절(15,1)을 되풀이 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4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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