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서의 해: 유배기 이후의 선포 - 하까이, 즈카르야, 말라키, 오바드야, 요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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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5-11 | 조회수7,003 | 추천수0 | |
[2020년 사목교서 ‘성서의 해 II’ 특집] 유배기 이후의 선포 - 하까이, 즈카르야, 말라키, 오바드야, 요엘
이스라엘 백성은 바빌론에서 50년간 유배의 시간(기원전 587~538년)을 마치고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옵니다. 유배지에서 돌아온 이후의 이스라엘 백성의 상황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예언서들이 오늘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유배의 시간을 떠올리면, 쉽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마주한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5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예루살렘은 유배 때 파괴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에게 필요한 것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의 노래였습니다.
하까이 예언서는 이러한 의미에서 하느님 백성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성전 재건을 독려하는 말씀을 선포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유배지에서 돌아온 이후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성전을 짓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예언자는 어려워서 성전을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성전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았기에 어렵다는 사실을 설파합니다. 개인이 먼저가 아니라 하느님이, 개인의 집보다 하느님의 집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즈카르야 예언서는 하까이 예언서에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즈카르야 예언서는 시기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첫 부분은 1-8장까지이며, 그 내용은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시대에서 환시의 시대로 변화되었음을 알려줍니다. 그러한 이유로 여덟 개의 환시와 관련된 신탁으로 이루어집니다: 말탄 기사(1,7-17), 뿔과 대장장이(2,1-4), 측량줄(2,5-9), 예수아 대사제(3,1-10), 등장대와 두 올리브 나무(4,1-14), 두루마리(5,1-4), 뒤주(5,5-11), 병거(6,1-8) (지면관계상 환시의 의미를 설명할 수 없지만, 읽어보시면 이해하시는데 크게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두 번째 부분은 9-14장으로, 메시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새로운 기름부음 받은 이 - 히브리어로 메시아(משיח)가 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울려 퍼집니다. 새롭게 오실 메시아는 겸손하시어 나귀를 타고 오시며(즈카 9,9), 찔려 죽은 이(즈카 12,9-14)의 모습으로 예고됩니다. 이러한 희망과 함께 귀환 이후 공동체의 죄악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그룹 간의 갈등, 우상 숭배가 주제화됩니다.
성경의 목차를 보면 구약의 가장 마지막에 있는 책은 바로 말라키 예언서입니다. 말라키서는 이스라엘 백성만이 하느님께 선택되었고, 구원될 것이라는 선민의식과 국수주의를 비판합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느님은 이스라엘 백성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민족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유배를 겪으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만의 하느님이 아닌 온 민족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학적 배경에서 나온 선포가 바로 국수주의, 민족주의, 선민의식에 대한 비판입니다. 아울러 말라키 예언서는 엘리야 예언자가 파견될 것을 선포합니다(말라 3,23). 이는 신약에서 예수님 앞에 등장하는 요한 세례자의 파견으로 이해됩니다(참조: 루카 7,18-23).
오바드야 예언서는 가장 짧은 예언서로 21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느님 정의에 따라 이방 민족의 심판을 선포하고(1-14절), 유다에 대한 구원(15-21절)을 선포합니다. 이방 민족에 대한 심판은 다른 예언서에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하느님 백성인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하느님이라는 일종의 신앙 고백이요 선포입니다.
요엘 예언서 선포의 핵심에는 ‘주님의 날’이 있습니다. 요엘서가 선포하는 주님의 날은 양면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주님의 날이 오게 되면,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에서 죄를 지은 죄인에게는 하느님의 심판이 내리게 될 것이고, 하느님을 믿으면서 성실하게 살아간 사람들에게는 구원이 주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날’은 종말의 날이며,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려주는 희망찬 날이 됩니다. 요엘서의 목적은 심판이 아닌, 구원을 통한 새로운 시작에 강조점이 있습니다.
유배에서 귀환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께서는 많은 예언자를 통해서 위로의 말씀, 희망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그 말씀은 메시아의 등장과 메시아 시대의 도래라는 희망으로 구체화 됩니다. 희망보다 절망이 더 크게 다가오는 요즈음입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의 말씀을 전해준 예언서의 말씀을 통해서 힘을 내시기를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2020년 5월 10일 부활 제5주일 인천주보 3면, 박형순 바오로 신부(인천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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