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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약]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리따와 야포, 베드로가 중풍 병자를 고치고 죽은 이를 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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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8-02 조회수8,293 추천수0

[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리따와 야포, 베드로가 중풍 병자를 고치고 죽은 이를 살리다

 

 

– 야포 해변 언덕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BiblePlace.com).

 

사도행전은 사울의 다마스쿠스 회심과 첫 선교 활동에 이은 예루살렘 방문 소식을 전한 후(9,1-25) 베드로의 활동을 소개합니다. 예루살렘에서 복음 선포 활동을 주도한 베드로는 사마리아의 여러 고을에서 복음을 전한데 이어 유다와 사마리아의 변방인 리따와 야포 그리고 카이사리아까지 활동 범위를 넓힙니다. 이번 호에는 리따와 야포에서 베드로가 한 활동을 살펴봅니다(9,32-43; 10,9-23).

 

 

리따: 중풍 병자를 고치다(9,32-35)

 

베드로는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을 두루 다니다가, 리따에 사는 성도들에게도 내려갑니다(9,32). 리따는 구약성경에서는 ‘로드’로 불리던 고을로 원래는 사마리아에 포함됐으나 유다에 편입된 곳입니다(1마카 11,34). 리따에 있는 성도들 곧 그리스도 신자들은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을 떠나온 신자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베드로에 앞서 이 지역을 거쳐 간 필리포스를 통해 복음을 듣고 믿게 된 신자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는 중풍으로 8년 전부터 침상에 누워 지내는 애네아스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그 사람을 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고쳐주십니다. 일어나 침상을 정돈하십시오”라고 말하자 그 사람은 곧 일어납니다(9,34). 베드로는 예루살렘 성전 입구 아름다운 문에서 구걸하던 불구자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고쳐준 적이 있었는데(3,1-10), 이제 리따에서 같은 방식으로 중풍 병자를 낫게 해준 것입니다. 예루살렘 주민들이 불구자의 치유를 보고 놀랐듯이 “리따와 샤론의 모든 주민이 그를 보고 주님께 돌아섰다”라고 사도행전은 전합니다(9,35).

 

– 샤론 평야(좌), 고대 리따의 발굴 현장. 사진 아래 가운데가 발굴현장이다.(BiblePlace.com)

 

 

샤론은 지중해 연안의 넓은 평원지대를 말합니다. 리따는 샤론 평야의 남동쪽 끝자락에 있습니다. 이 일대는 앞서 필리포스가 복음을 전한 지역이었습니다. “필리포스는 아스돗에 나타나, 카이사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을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8,40) 그렇다면 베드로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중풍 병자를 낫게 해준 일은 지역 주민들에게 필리포스가 이미 전한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리따는 오늘날에는 구약성경 시대의 이름으로 돌아가 ‘로드’라고 불립니다. 예루살렘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서북쪽으로 40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국제공항 인근입니다. 도시 한쪽에 옛날 유적이 있는데 용과 싸운 성인으로 알려진 제오르지오(?~303) 성인을 기념해 세운 교회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제오르지오 성인이 태어나고 죽은 도시라는 전승이 전해지면서 십자군 시대에는 성인의 이름을 따라 제오르지오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기원후 70년 예루살렘이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 이후 리따는 디오스폴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비잔틴 시대에 교회가 융성하면서 5세기 초에는 ‘펠라지우스 논쟁’으로 유명한 펠라지우스 문제를 결정하는 교회 회의가 열리기도 합니다. 펠라지우스는 원죄와 유아 세례를 부정하고 은총의 도움 없이 선행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 411년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 교회 회의에서 단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4년 후 415년 디오스폴리스에서 열린 교회 회의에서는 펠라지우스에 대해 단죄할 것이 없다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3년 후 다시 카르타고 교회회의는 펠라지우스를 단죄한 411년의 결정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야포(BiblePlace.com).

 

 

야포: 도르카스를 살리고 환시를 보다(9,36-43; 10,9-16)

 

리따에서 서북쪽으로 20㎞쯤 떨어진 지중해 연안 해안 도시 야포에 타비타라는 여제자가 있었습니다. 타비타는 아람말이고, 그리스말로는 ‘도르카스’라고 하는데, 영양(羚羊)을 뜻합니다. “선행과 자선을 많이 한” 이 여제자가 병이 들어 죽었습니다. 베드로가 리따에서 중풍 병자를 고쳐준 그 무렵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제자의 시신을 씻어 옥상 방에 눕혀 놓고는 사람 둘을 리따로 보내어 베드로에게 지체하지 않고 와달라고 요청합니다(9,36-38).

 

베드로가 그 사람들을 따라서 야포에 도착해 옥상 방에 올라가니 과부들이 모두 울면서 베드로에게 다가가 도르카스가 자기들에게 지어준 옷가지들을 보여줍니다. 도르카스가 생전에 한 선행을 베드로에게 일러준 것입니다. 베드로는 사람들을 내보낸 다음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나서는 시신 쪽으로 돌아서서 “타비타 일어나시오” 하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 여자가 눈을 뜨고는 베드로를 보고 일어나 앉습니다(9,39-40).

 

베드로의 이 행위는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 하신 행위(마르 5,40-42; 루카 8,51.54)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주님인 당신 자신의 권능으로 소녀를 살리셨지만, 베드로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타비타를 살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일이 온 야포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이 주님을 믿게 됩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한동안 야포에서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머물렀다”(9,43)고 사도행전 저자는 표현합니다.

 

야포는 기원전 15세기에 이미 기록에 나올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입니다. 솔로몬 시대에 예루살렘 성전에 사용할 나무를 레바논에서 예루살렘까지 운반할 때 이용한 항구가 야포였습니다(2역대 2,15). 또 예언자 요나가 하느님의 명을 피해 타르시스로 달아나려고 배를 탄 항구이기도 했습니다(요나 1,3). 오늘날에는 텔아비브와 합쳐져 하나의 도시가 됐습니다. 야포 항구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에는 베드로 사도 기념 성당이 있고 근처에는 베드로 사도가 머문 무두장이 시몬의 집으로 전해지는 집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닙니다. 이 집을 비롯한 일대가 오래전부터 주민이 살고 있어서 고고학적 발굴과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무두장이 시몬의 집(BiblePlace.com).

 

 

복음을 전하면서 우리가 내세워야 할 분은 주님

 

리따에서 중풍 병자를 고치고 야포에서 죽은 도르카스를 다시 살린 베드로의 치유 이적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베드로의 치유 활동에서 주체는 베드로가 아니라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시라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그 도구였을 따름입니다. 복음을 전하면서 우리가 내세워야 할 분은 주님이십니다. 우리 자신을 드러내고자 할 때 복음은 빛이 바래고 맙니다.

 

항구 도시 야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베드로가 본 환시입니다. 야포 무두장이 시몬 집에서 베드로는 어느 날 무아경에 빠져 환시를 봅니다. 하늘에서 큰 그릇이 땅으로 내려왔고 그 안에는 네발 달린 짐승과 길짐승 그리고 하늘의 새들이 모두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야 잡아먹어라’ 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베드로가 ‘절대 안 됩니다. 속된 것이나 더러운 것은 한 번도 먹지 않았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런 일이 세 번 거듭되고 난 다음에 그 그릇이 하늘로 올라갑니다(10,9-16).

 

베드로가 이 환시가 무슨 뜻일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카이사리아에서 온 사람들이 베드로를 찾습니다. 그들에게서 자신을 찾아오게 된 설명을 들은 베드로는 그들을 맞아들여 묵게 합니다.(19,17-12) 이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8월호, 이창훈 알퐁소(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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