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탈출기 함께 읽기: 광야 여정 - 하느님 백성 되기(탈출 15,22-18,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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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09-09 | 조회수7,993 | 추천수1 | |
[탈출기 함께 읽기] “광야 여정 - 하느님 백성 되기”(탈출 15,22-18,27)
탈출기 15장 22절에서 18장 27절까지의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에 도달하기 전까지 하느님께서 이끄시고 돌보시는 광야 생활을 알려줍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창세기의 마지막(창세 50,25)에서 예언되었고 탈출기의 시작부터 기대되었던 이집트로부터의 탈출이 하느님의 선물로 주어졌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이집트 탈출 사건이 하나의 위대한 출발점이라면, 광야라는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하느님 백성 되기’는 하나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기 위해, 최종적으로는 약속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주님을 증거하는 신앙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광야 여정을 걸어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여정 중에 하느님과의 계약, 그분이 주신 율법, 상존하는 위험과 하느님의 돌보심, 이에 응답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다양한 반응을 만납니다.
광야는 풀과 나무가 거의 없는 거친 모래와 암석, 밋밋한 검붉은 바위산으로 이어진 생명체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메마른 땅이고 낮에는 무덥고 밤에는 추위에 온몸이 떨리는 인간이 정착하여 살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런데 광야는 이처럼 생존에 부적합한 환경이라는 부정적 측면과 더불어 하느님을 체험하는 긍정적 측면의 두 얼굴을 지닌 곳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억압의 땅인 이집트와 약속의 땅인 가나안 사이에 자리한 광야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끄셨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들의 자유와 삶을 뿌리부터 위협하는 각종 요소들을 해결해주시면서 그들을 성장시키셨습니다. 곧 인간은 불모의 땅 광야에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함을 고백하고, 생명의 하느님만을 찾으며 그분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자비를 갈망하면서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그러므로 죽음의 땅 광야가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생명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첫 번째 위기(15,22-27)
이스라엘 백성은 사흘 길을 가면서도 물을 만나지 못합니다. 마침내 물을 발견하지만 그 물은 써서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이름을 마라(‘쓰다’)라고 합니다. “마침내 마라에 다다랐지만, 그곳 마라의 물이 써서 마실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 이름을 마라라 하였다.”(15,23) 성경은 이스라엘 백성이 느낀 참담함을 ‘마라’라는 표현을 세 번이나 언급하면서 강조합니다. 소금기가 있어 쓴 물은 생명의 물이 아니라 죽음의 물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에게 무엇을 마시라는 말이냐고 불평합니다. 이때 광야의 주요 주제인 ‘불평’이 처음 등장합니다. 모세가 주님께 부르짖으니, 주님께서 나무 하나를 보여 주셨고 그 나무를 물에 넣으니 단 물이 됩니다. 주님께서는 불평하는 백성을 처벌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쓴 물을 단 물로 바꿔주시며 생존을 위협하는 ‘목마름’이라는 실제 문제를 해결해 주십니다. 그런데 물이 생명 보존에 필수 요소이듯이 하느님의 ‘규정과 법’ 또한 공동체가 존속하는 데에 필수 요소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곳(마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물과 함께 당신의 ‘규정과 법’을 주시며 그들이 당신의 말을 듣고 잘 지키는지 시험하십니다. 광야에서 처음 겪은 이 마라 사건은 앞으로 펼쳐질 광야의 모든 여정과 시나이 사건 전체를 예시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이 주신 모든 규정을 지킬 때 이 광야 여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약속과 경고를 함께 주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두 번째 위기(16,1-36)
엘림을 떠난 이스라엘 온 공동체는 이집트를 떠나 온지 한 달째인 둘째 달 보름날에 엘림과 시나이 사이에 있는 신 광야에 도착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양식이 떨어져 또다시 불평을 합니다. 주님께서는 백성들의 불평을 듣고 당신이 직접 하늘에서 양식을 비처럼 내려 주겠노라고 모세에게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저녁에 메추라기를 보내주시고, 아침에 “잘기가 땅에 내린 서리처럼 잔 알갱이들”(16,14)과 “만나”(manna, 16,31)를 내려 주십니다. 여기에는 단 한 가지 조건이 수반되는데, 평소보다 갑절을 거두어들이는 엿샛날을 제외하고는 그날 먹을 만큼의 ‘일용할 양식’만 거두어들이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정착지에 다다를 때까지 사십 년 동안 만나를 먹습니다. 이처럼 만나와 메추라기의 형태로 주어지는 양식을 통해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하시며 돌보신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자손들이 볼 수 있도록 만나 한 오메르를 단지에 넣어 증언판 앞에 놓아 보관하라고 명령하십니다. 만나를 증언판 앞에 보관하는 것은 일상의 삶(만나)과 신앙생활(증언판)의 일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렛날, 곧 “안식의 날, 주님을 위한 거룩한 안식일”(16,23)을 지켜야 합니다. 이 모든 조건들은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의 지시를 잘 따르는지를 살펴보는 시험이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세 번째 위기(17,1-7)
신 광야를 떠난 이스라엘 자손들의 온 공동체는 르피딤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마실 물이 없다’는 세 번째 위기를 만납니다. 이 위기는 마라 사건(15,22-25)과 비슷하나 정도가 한층 심합니다. 자식들과 가축들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백성들은 모세에게 불평을 넘어 시비를 겁니다. 모세는 “이 백성에게 제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17,4) 하고 주님께 부르짖습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나일 강을 친 지팡이로 ‘호렙의 바위’를 치면 물이 터져 나와 백성이 마시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곳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주님의 의도와 능력을 의문시하면서 그분의 현존 여부를 시험하였다고 해서 마싸(Massah)라고, 백성이 주님께 시비하였다고 해서 므리바(Meribah)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네 번째 위기(17,8-16)
이스라엘 백성은 르피딤에서 처음으로 이민족인 아멜렉족과 싸움을 합니다. 아말렉족은 야곱의 형 에사우의 아들인 엘리파즈가 소실 팀나에게서 얻은 아말렉의 후손으로(창세 36,12.16) 에돔에 속해 있다가 독립하여 팔레스티나 서남쪽 광야와 시나이 반도 일원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족속입니다(민수 13,29). 모세의 시종이며(24,13; 33,11; 민수 11,28; 여호 1,1) 장차 그 후계자가 될(민수 27,18-23) 여호수아는 모세가 지시한 대로 아말렉족과 싸우러 나가고, 모세는 하느님의 지팡이를 손에 잡고 아론과 후르와 함께 언덕으로 올라갑니다. 모세가 지팡이를 쥔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우세하였기에, 아론과 후르는 양쪽에서 그의 팔을 해가 질 때까지 떠받쳤고, 여호수아는 아말렉족을 무찌릅니다. 손을 쳐든 모세의 행동은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과 복을 전투 중인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전쟁에서의 승리는 하느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고 난 뒤에 이스라엘 백성이 치른 최초의 전투인 아말렉과의 전투를 “기념하여 책에 기록해 두어라.”(17,14)라고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이곳이 주님께서 승리를 주신 장소임을 기념하는 동시에 계속 함께 계셔 주실 것을 기원하며 제단을 쌓아 ‘야훼 니씨’(YHWH nissi, ‘주님은 나의 깃발’)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아말렉족과의 전투에서의 승리를 통해 하느님께서 자신들과 함께 계심을 다시금 체험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그 사건, 그 장소가 하느님께서 당신을 계시하시는 시간이요, 자리입니다.
모세의 세 가지 일(18장)
모세는 제판관으로서 세 가지 일을 수행합니다. 첫째, 백성이 하느님께 여쭈어 보는 일, 곧 쉽게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매우 곤란한 문제에 대해 하느님의 뜻이나 말씀을 알아봅니다. 둘째, 이웃 간의 분쟁을 해결해 줍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의 규정들과 지시들’을 일러 줍니다. 이런 모세에게 장인 이트로는 유능한 협력자들을 두라고 조언을 합니다. 그리하여 모세는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재판관 제도를 세웁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0년 9월호, 조성풍 신부(사목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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