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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원준 박사님의 답변입니다 카테고리 |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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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3-12-30 조회수1,215 추천수5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응답

욥기 39,5에 등장하는 짐승은 두 마리입니다.
첫째 사용된 낱말은 ‘페레-‘(???)인데, 우리말 성경은 들나귀로 옮겼습니다.
두번째로 사용된 낱말은 ‘아로-드’(????)인데 이는 ‘돌나귀’로 옮겼습니다.

‘페레-‘는 본디 히브리어가 아닙니다. 아카드어 ‘파루-‘(parû)에서 온 낱말인데, 후대에 가나안 지역에서 외래어로 자리잡았고, 훗날 히브리어로 수용되었습니다. 우리말에 중국말에서 온 외래어, 일본어나 영어에서 온 외래어가 섞여 있듯이 고대 히브리어에도 상당한 외래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페레는 본디 이스라엘 근처에서 볼 수 있던 짐승이 아니고, 아마도 이스라엘의 동쪽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흔하던 짐승인데 훗날 이스라엘에 흘러 들어온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아시아산 야생나귀를 뜻하는 듯 합니다. 학명은 Equus hemionus인데, 중동, 인도, 티벳, 몽고 지역에 자생하던 야생 나귀를 지칭하는 개념 같습니다.
이 짐승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onager라는 이름도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Kulaani_Korkeasaari.jpg

두번째 ‘아로-드’는 조금 복잡합니다. 이 말도 외래어인데, 본디 아람어에서 온 말인듯 합니다. 아람은 히브리인들이 살던 이스라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곧, 이 말은 이스라엘 근처에 자생하던 나귀일 듯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로-드는 성경에 거의 등장하지 않고, 관련 문헌에도 많이 나오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짐승을 뜻하는지 확실치 않습니다(아래에서 보시듯, 나귀가 아닌 다른 뜻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지금은 멸종해 버린 ‘시리아 야생 나귀’를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추측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진은 1872년에 마지막으로 촬영된 시리아 야생 나귀입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e:SyrianWildAss-London_Zoo.jpg

자, 이제 이 두 낱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셨을 것입니다. 페레-는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지만, 아로-드는 확실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낱말을 어떻게 옮겨야 할까요?

사실 성서 번역에서 이런 문제는 참 힘듭니다.
국내외의 내노라하는 성경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영어권의 성서 번역을 살펴볼까요? RSV는 페레-를 wild ass, 곧 야생나귀로, ‘아로-드’는 swift ass, 곧 날쌘 나귀로 옮겼습니다. swift ass가 본디 영어에서 어떤 의미를 지닌 낱말인지 궁금하군요. NRSV, ASV 등도 이렇게 옮겼습니다. NASB는 wild donkey와 swift donkey로 옮겼네요. ass를 donkey로 바꿨네요.

개신교계에 오래되고 권위있는 KJV는 wild ass와 wild ass로 옮겼군요. 둘을 똑같이 옮겼네요. 하지만 그 개정판 NKJV는 wild donkey와 onager로 옮겼습니다(이 낱말은 위에서 보셨죠? ‘페레-’를 뜻하는 말입니다!)

독일어 성경을 볼까요? 루터 번역은 Wildesel, 곧 야생 나귀와 Flüchtigen, 도망치는 자로 옮겼네요. 아로-드의 어근을 완전히 다르게 이해하신 듯 합니다.
독일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는 EÜ은 Maultier 노새와 Wildesel 야생 나귀로 옮겼네요. 노새와 나귀는 다른데 말이죠.
Elberfelder는 Eildesel 야생나귀와 Wildling 들짐승으로 옮겼어요.

프랑스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는 Jerusalem 성경 번역은 âne sauvage, 야생 나귀와 onagre로, Darby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 번역을 볼까요? 개신교의 표준새번역은 들나귀과 날쌘 나귀로 옮겼습니다. 영어권 번역과 같군요. 개신교의 개역개정, 개역한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들나귀와 빠른 나귀로 옮겼는데, 역시 영어권 번역과 같습니다(개신교 성경 번역은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한편 공동번역은 ‘들나귀들’로 두 나귀를 그냥 복수로 처리해 버렸네요.

이런 번역을 장황하게 나열한 이유는, 이 두 낱말의 번역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번째 아로-드는) 히브리 성경에도 몇 번 쓰이지 않은 희귀한 낱말인데 우리말에 딱떨어지는 번역어가 있겠습니까?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번역도 마찬가지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자매님처럼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만 이런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의 나귀가 다른 단어로 쓰였으니, 서로 다른 단어로 옮기는 것은 적절해 보입니다. <성경>에서 사용한 들나귀, 돌나귀는 참신한 번역입니다. 세 글자로 운율도 맞고, ‘들’과 ‘돌’의 말놀이도 되는 것 같군요.

이해에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주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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