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낙원의 상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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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0-12-14 | 조회수6,731 | 추천수0 | |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낙원의 상실
뱀의 유혹을 받아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따 먹은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뱀은 그 열매를 따 먹으면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 선과 악을 알게 될 것이라고 유혹하였지만 실상 그들이 열매를 따 먹고 나서 보게 된 것은 본래의 가치에 대한 왜곡이었습니다. 그들의 눈은 하느님께 대한 의심과 불신으로 비뚤어져서 만사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땅의 조화로운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틈이 생기게 된 것부터 언급됩니다. 열매를 따 먹기 전에 사람과 그 아내는 알몸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리거나 숨길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금령을 어긴 다음부터는 알몸이 부끄러워 무화과 잎을 엮어 만든 두렁이로 몸을 가렸습니다. 곧 그들 사이에 거리가 생기게 되었고, 각자 서로에게 감추고 싶은 것들이 생겼습니다. 이 거리감은 그들 서로 간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들은 하느님과도 거리감을 느낍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저녁 산들바람 속에 동산을 거니시는 소리를 들었지만 하느님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습니다. 하지만 관계의 회복을 원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찾아 나섭니다. “너 어디 있느냐?” 하느님 앞에서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당신을 피하려 드는 사람을 보시고 하느님은 금지된 열매를 따 먹었느냐고 물으십니다. 사람에게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과 그 아내는 잘못을 시인하는 대신 제각기 자신들의 잘못을 하느님께서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와 뱀의 탓으로 돌립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어긴 죄에 대한 벌로 뱀은 저주를 받아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게 되고, 뱀과 인간은 서로 적대적이 됩니다. 여자의 후손은 뱀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뱀은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게 될 것입니다. 창세 3,15의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악마를 쳐 이기고 궁극적으로 악의 세력을 없애실 것을 예언하는 말씀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여자는 임신과 출산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남편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며, 남자는 축복이었던 노동으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인간의 죄로 인하여 땅이 저주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금령을 어긴 결과로 땅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에 금이 가게 된 까닭입니다.
창세기 3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성경 저자의 놀라운 통찰이 드러납니다. 사람이 짓는 죄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과 자연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죄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피조물의 관계를 파괴합니다. 이 죄 때문에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잃고 낙원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죄와 그에 따른 심판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은 여전히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과 그 아내에게 가죽옷을 지어 입혀주셨습니다. 또 하나의 놀라운 통찰은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과 죽음, 남성 지배 체제를 성경의 저자는 죄의 결과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벗어버릴 수 없는 인류의 숙명이 아니라 구원의 여정을 통해 오히려 극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뒤에 하느님께서는 동산에 커룹들과 번쩍이는 불 칼을 세워 생명나무에 이르는 길을 지키게 하셨습니다. 이렇게 하여 낙원에 이르는 길은 막혀 버렸지만 우리 죄의 사함을 위해 몸소 사람이 되어 오신 분을 통하여 이 길은 다시 열리게 될 것입니다.
[2020년 12월 13일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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