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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4-03-20 조회수2,070 추천수0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36 > 이브 콩가르(하)

성령, 교회와 세상 안에서 하느님 계획 완성하고자 활동

 

▲ 이브 콩가르는 성령께서 참으로 모든 인간을 새롭게 하신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 사진은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을 표현한 색유리화. 미국 뉴욕 몬탁의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 성당. 【CNS】
▲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린 1962년 당시 라칭거 신부와 함께 있는 이브 콩가르(오른쪽). 【CNS】
성령의 보편적 현존과 작용
  프랑스의 이브 콩가르 추기경은 「나는 성령을 믿나이다」 3권의 저서를 통해 성령의 보편적 현존과 작용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온 세상에 충만한 주님의 영은 만물을 총괄하는 존재"(지혜 1,7)라는 성경 말씀처럼, 성령께서는 교회 내부에서뿐 아니라 세상 안에서도 우주적인 활동을 통해 신비로이 역사하신다. 이러한 성령의 보편적 현존과 작용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다음과 같이 성경적, 신학적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다.


 성부와 성자로부터 발하시는 성령
 콩가르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자기전달이 성령을 통해 이루어짐을 말한다. 즉,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주시는 그 고귀하고 자비로운 선물의 원리가 바로 성령이다. 이처럼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느님 사랑의 신비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 안에서 결정적인 성취를 이루게 된다.

 성령께서는 성모 마리아의 동정 잉태(참조: 마태 1,18-20; 루카 1,35)를 통해 그리스도 육화의 신비를 인도하신다. 또한 성령께서는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 내려오셨다(마르 1,10-11 참조). 예수님께서는 나자렛 회당에서 공적 활동을 시작하며 기쁜 소식을 선포하실 때, 이사야 예언서 61장 1-2절을 인용해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루카 4,18)고 말씀하신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시며 아버지의 선한 뜻이 이루어짐을 기뻐하신다(루카 10,21 참조). 이처럼 성령께서는 나자렛 예수님의 지상 생애 중에 함께하시며 많은 기적을 통해 하느님의 권능이 드러나게 하셨다.

 그런데 이처럼 나자렛 예수님과 함께하셨던 성령께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영과 다른 존재가 아닌, 항상 동일한 성령이시다. 이는 역사의 예수님과 부활하신 그리스도 사이의 연속성 안에서 발견되는 동일한 성령의 종말론적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통해 그분을 믿는 이들에게 마침내 성령이 주어질 것임이 선포된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이는 당신을 믿는 이들이 받게 될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7,37-39). 그러므로 파스카 사건으로 나아가는 맥락에서, ''파라클레토스'', 즉 보호자이며 협조자, 또한 위로자이고 중개자이며 변호자인 "진리의 영"(요한 14,17; 15,26; 16,13), 곧 성령을 보내 주실 것이라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약속하신다. 예수님께서 청하면, 아버지께서 파라클레토스 성령을 보내시어 영원히 제자들과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 참조). 그래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두려움에 떨며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처음 하셨던 말씀은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21)라는 인사와 더불어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는 것이었다.
 
 교회의 영혼이신 성령
 성령 강림 사건(사도 2,1-13 참조)을 통한 사도들의 성령 체험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파라클레토스 성령을 보내겠다고 하신 약속의 실현이었다. 이는 또한 구약 성경에 나타난 예언의 성취이기도 하다. 베드로 사도는 오순절 설교에서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당신의 영을 부어주실 것이라는 구약 성경의 예언(요엘 3,1-5 참조)이 성령 강림을 통해 성취됐음을 선포한다(사도 2,14-21 참조). 나자렛 예수님에 의해 정초된 교회가 이제 성령 강림을 통해 온 세상에 드러나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사도행전에 나타난 초대 교회의 성장과 발전 과정에 늘 함께하며 인도하신다. 오순절의 첫 세례 사건 때, 베드로 사도는 회개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라고 선포했다. 군중들이 이에 응답해 3000명이 넘는 이들이 제자들에게 세례를 받았다(사도 2,37-41 참조). 이러한 사도들의 복음 선포와 찬미 안에 성령이 가득 충만했다(사도 4,23-31 참조). 사도들은 성령의 힘에 의한 여러 가지 기적과 놀라운 일들을 일으켰다(참조: 사도 5,12-16; 8,4-8). 사도들은 박해를 받는 중에도 성령에 가득 차 용기 있게 대답하였으며(사도 4,8 참조), 고난을 기쁨으로 여겨 굴하지 않고 복음 선포에 매진하였다(참조: 사도 5,40-42; 13,50-52).

 스테파노의 경우, 은총과 능력이 충만했다. 그래서 스테파노와 논쟁하던 사람들은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지혜와 성령 때문에 그에게 대항할 수가 없었다(사도 6,8-15 참조). 심지어 죽기까지 박해를 받으면서도 스테파노는 성령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도 7,54-60 참조). 베드로와 요한은 안수를 통해 사마리아 사람들에게도 성령을 받게 했다(사도 8,14-17 참조). 베드로 사도의 복음 선포를 듣는 모든 이들에게 인종과 민족의 장벽을 뛰어넘어 성령의 선물이 쏟아져내렸다(사도 10,44-48 참조). 성령께서는 바르나바와 바오로의 선교 여행을 인도하시고 그들과 함께 동반하신다(사도 13,1-12 참조). 성령께서는 바오로의 선교 여행 중에 바오로와 그 일행에게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 주셨다(사도 16,6-7 참조). 바오로 사도가 에페소의 제자들에게 주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안수하자,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리셨다(사도 19,1-7 참조). 바오로 사도는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예견하면서도, 이를 피하지 않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향한다(사도 21,10-16 참조).

 이렇듯 성령은 참으로 교회를 이끄는 생명의 원리로 작용하신다. 성령을 체험한 초대 교회의 공동생활 양식은 어떠했는가? "신자들의 공동체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으며,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했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사도 4,32-33). 바로 이것이 초대 교회 공동체가 성령의 힘으로 이루었던 놀라운 친교와 일치의 실상이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하느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며 따르는 모든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여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신다. 하느님의 영은 그 백성과 늘 함께하시어, 세상을 향한 교회의 복음 선포 사업을 인도하시는 것이다. 성령께서는 마치 ''교회의 영혼''과도 같이 생명력을 불어 넣으신다. 생명의 원리이신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신자들의 마음에 머무르시고 그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모아주신다. 성령께서는 교회를 온전한 진리로 인도하시고 친교와 봉사로 일치시켜 주신다. 또한 교계와 은사의 여러 가지 선물로 교회를 가르치시고 이끄시며 당신의 열매로 꾸며 주신다.
 
 마침 영광송을 바치며
 지상 여정 중에 있는 교회는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순례하는 교회다. 교회의 첫 시작에서부터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그 모든 과정 중에 성령께서는 교회와 함께 계시며, 교회를 끊임없이 쇄신하고 거룩하게 해 진리로 이끄신다. 성령의 재촉을 받아 교회는 그리스도를 온 세상 구원의 근원으로 세우신 하느님의 계획이 완전히 실현되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종말론적 완성을 향한 하느님 나라의 성장을 위해 교회를 인도하신다.

 성령께서는 또한 교회의 ''가시적 경계선을 넘어'' 온 세상 안에서도 충만하게 활동하신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목 헌장」에서 이미 제시된 바와 같이, 성령께서는 교회의 가시적 경계 밖에서도 인간 구원을 위해 신비로이 활동하시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고 또 인간의 궁극 소명도 참으로 하나 곧 신적인 소명이므로, 우리는 성령께서 하느님만이 아시는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이 파스카 신비에 동참할 가능성을 주신다고 믿어야 한다"(22항).

 콩가르는 성령께서 이 세상 어디에서나 마치 바람이 불고 싶은 데로 부는 것처럼 활동하시며, 하느님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신비로이 보편적인 작용을 하신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성령께서는 이 세상에 하느님을 향해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을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마침내 하나로 결합시키실 것이라는 전망이야말로 콩가르가 제시하는 성령론의 마지막 결론이다. 바로 여기에서 성령론과 종말론이, 그리고 성령론과 삼위일체론이 서로 결합하게 되는 것이다.

 이브 콩가르 추기경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성령께서 참으로 모든 인간을 새롭게 하신다는 점이다. 오늘날 인간 세상의 어둠과 고통에 대해 깊이 묵상하게 되는 시점에서, 콩가르가 제시하는 성령론은 우리에게 마치 한줄기 빛과 같은 희망을 던져준다. 이 세상 모든 죄악과 절망을 이기시고 마침내 삼위일체 하느님의 영광이 온 세상에 충만하게 드러나리란 희망을 간직하며, 이브 콩가르 추기경과 함께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마침 영광송''(doxology)을 통한 기도야말로 콩가르의 명저 「나는 성령을 믿나이다」의 최종 결론인 것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준양 신부(가톨릭대 교의신학 교수, 신학과사상학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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