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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셋(창세 4,25-26; 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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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01 조회수7,005 추천수1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셋(창세 4,25-26; 5,3-8)

 

 

아담의 대를 잇는 아들은 누구일까요? 아담의 아들이라 하면 흔히들 카인과 아벨을 떠올립니다만, 이들은 형제간 살인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 구세사를 이어가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요. 예수님의 족보는 카인도 아벨도 아닌 셋을 “아담의 아들”로 기록합니다.(루카 3,38) 셋은 어떤 인물일까요?

 

셋은 ‘두다, 놓다’라는 뜻의 이름으로, ‘카인과 아벨 대신 하느님께서 주신 자식’(창세 4,25)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가 창조주와 피조물, 남편과 아내 관계의 손상을 가져왔다면 이제 카인의 범죄는 동기간 관계까지도 훼손했고, 그렇게 창세기 저자는 한번 범하고 나면 점점 무뎌지고 계속 확산되어 가는 이 죄라는 인간의 고약한 본성을 고스란히 증언합니다. 원조의 교만과 불순종을 자비와 용서로 보듬어주셨던 하느님께 또다시 지독한 범죄로 응답한 인간에게 이제 더 무슨 구원과 희망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새로운 자손 셋의 탄생은 그 자체로 창조주 하느님의 축복과 섭리를 드러내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창세기 저자는 셋의 짧은 탄생 이야기에 ‘신중하게’ 삽입한 단어들을 통해, 독자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진리를 전합니다. 우선, 아담이 “자기와 비슷하게 제 모습으로”(5,3) 셋을 낳았다는 사실은, 태초에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은총 지위가(“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양으로 사람을 만들자.”: 1,26) 원조와 카인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손상되지 않고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하와가 셋을 낳고서 “하느님께서 그 대신 다른 자식 하나를 나에게 세워 주셨구나.”(4,25) 했던 환호성은 악에 대한 인간의 결정적 승리와 구세주를 약속하신 하느님의 말씀을 상기시키며(“나는 …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 3,15) 하느님께서 그 구원의 약속을 결코 잊지 않으셨음을 드러내 줍니다.

 

이렇듯 예수님의 조상 셋의 탄생은 그 자체로, 인간의 죄를 넘어 구세사를 변함없이 이어가시는 하느님의 충실과 자비를 증언합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이 죄를 짓고 어둠 속에 머물러 있을 때조차 하느님의 용서와 은총은 이미 그를 향해 열려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죄를 자책하며 제 스스로 만족할 만큼 깨끗해진 다음에야 하느님께 나아가겠다며 회개를 미룰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셋의 탄생은 인간의 죄가 결코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를 꺾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표징이 되었고, 그 구원의 메시지는 바로 독생 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충만히 드러났습니다.

 

인간이 처음으로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찬미한 것은 언제일까요? 바로 셋의 아들 에노스 때부터입니다.(4,26) 에노스(히브리어 에노쉬)는 ‘사람’이란 뜻의 일반명사이기도 한데요,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 앞에서 우리들 사람이 드려야 할 첫 본분은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진심으로 찬미를 드리는 일임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2021년 1월 31일 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대구주보 3면, 강수원 베드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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