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탈출기를 시작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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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2-20 | 조회수8,047 | 추천수0 | |
[하느님 뭐라꼬예?] 탈출기를 시작하며
탈출기라는 이름의 유래
모세오경의 둘째 책은 1977년에 발행된 공동번역 성서에서는 ‘출애굽기’, 2005년에 새로 번역된 ‘성경’에서는 ‘탈출기’라 불립니다. 이렇게 ‘탈출’(脫出)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원래 히브리어로 씌어진 두루마리에는 고대 오리엔트 지역의 관습대로 본문의 첫 번째 단어를 따라 ‘워엘레 셔못’(שםוח ואלח= ‘이름들은 다음과 같다’)라는 이름이 붙어있었지만, 그 후의 성경번역가들이 그 내용에 따라 탈출을 뜻하는 ‘Exodus’라는 표제를 달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어로 된 ‘70인역’ 번역본은 바티칸 사본 전통에 따라 Ἐζόδός (밖으로 나감, 탈출), 라틴어로 된 ‘불가타’(Vulgata) 번역본은 ‘Liber Exodi’(탈출의 책) 등의 제목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의 복음서인 탈출기 “주님께서는 이집트인들을 바다 한가운데로 처넣으셨다. 물이 되돌아와서, 이스라엘 자손들을 따라 바다로 들어선 파라오의 모든 군대의 병거와 기병들을 덮쳐 버렸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은 바다 가운데로 마른땅을 걸어갔다.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 주었다.”(탈출 14,27-29) 총 40장으로 이루어진 탈출기는 앞의 15장에 걸쳐서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땅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을 찾는 여정의 역사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성경이 전해주는 이스라엘 백성의 믿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을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의 복음서’라고 불리기도 할 정도로 탈출기가 들려주는 구원이야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믿음의 기초를 이루는 기쁜소식, 곧 ‘복음’(福音)이 되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창세기에서 노아, 아브라함, 야곱 등 개인들과 만나시고 관계를 맺으셨다면, 이제 탈출기에서는 주로 한 백성과 접촉하십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탈출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탄생사’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탈출기의 내용 탈출기는 내용적으로 볼 때 모세오경 중 하나인 ‘민수기’와 연결되어 있는데, 크게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체류’, ‘광야에서의 이동’, ‘시나이 체류’에 대한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탈출기는 이러한 세 가지의 이야기를 맥락으로 하는 3개의 큰 전승을 중심으로 먼저 전체적인 큰 틀을 이루었고, 여기에 유배시기와 유배에서의 귀향 후에 형성된 ‘사제계(제관계)’ 작품들이 추가되어 ‘해방된 백성을 위한 예식과 예배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이후 사제계 본문의 첨가로 완성된 최종본은 주로 예배법보다 ‘윤리법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탈출기의 역사적 배경 “그 뒤 요셉과 그의 형제들과 그 세대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은 자식을 많이 낳고 늘어만 갔다. 그들은 번성하고 더욱더 강해졌다. 그리하여 그 땅이 이스라엘 자손들로 가득 찼다.”(탈출1,6-7) 야곱의 자손들은 요셉의 도움으로 이집트에 머물게 되면서 계속 그 수가 불어났고, 특히 기원전 1720년경부터, 곧 ‘힉소스 왕가’가 이집트를 다스리던 시기에는 윤택한 삶을 누렸던 것 같습니다. 힉소스 왕가는 남부 시리아와 가나안 지역에서 들어와 이집트를 점령한 셈족의 가문으로 보이는데, 자연히 외국인들에 대해서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을 것이고, 이방민족이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 안에서 실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기원전 1550년경 이집트인들이 마침내 이국(異國)의 통치자인 힉소스 왕가를 몰아내고 이집트 왕가를 세우자 이제 요셉의 사적(史蹟)을 모르는 후대 파라오들이 야곱의 자손들을 마치 그들의 종처럼 다루기 시작했고, 야곱의 자손들이 누리던 평화가 위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임금이 이집트에 군림하게 되었다. 그가 자기 백성에게 말하였다. ‘보아라, 이스라엘 백성이 우리보다 더 많고 강해졌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을 지혜롭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이 더욱 번성할 것이고,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들은 우리 원수들 편에 붙어 우리에게 맞서 싸우다 이 땅에서 떠나가 버릴 것이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강제 노동으로 그들을 억압하려고 그들 위에 부역 감독들을 세웠다. 그렇게 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파라오의 양식을 저장하는 성읍, 곧 피톰과 라메세스를 짓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억압을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고 더욱 널리 퍼져 나갔다.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이집트인들은 이스라엘 자손들을 더욱 혹독하게 부렸다.”(탈출 1,8-13) 고고학자들과 역사학자들의 연구결과와 탈출기의 기록을 참고하자면, 이스라엘 백성은 대략 기원전 13세기 초엽(1290-1250년) 혹독한 강제노동에 동원되었고, 그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탈출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기원전 13세기경 이집트 탈출이 이루어졌다는 추정은 라므세스 2세 치하의 이집트 제19왕조가 같은 시기에 나일 강 삼각주에 수도를 세웠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는 것입니다. 탈출기의 하느님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집트에 있는 내 백성이 겪는 고난을 똑똑히 보았고, 작업 감독들 때문에 울부짖는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정녕 나는 그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족과 히타이트족과 아모리족과 프리즈족과 히위족과 여부스족이 사는 곳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나에게 다다랐다. 나는 이집트인들이 그들을 억누르는 모습도 보았다. 내가 이제 너(모세)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라.’”(탈출 3,7-10) 탈출기는 ‘억압받는 이들을 구해주시는 하느님’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탈출기를 통해 온갖 형태의 악과 싸우시고 고통 중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해방하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탈출기에서 만나게 되는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 대한 동정심이 충만하시고 그와 맺으신 계약에 충실하시며 그 백성의 역사에 깊이 개입하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푸시되 사람들보다 앞서서 행동하는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은 사람의 공로와 상관없이 구원을 베푸시는 ‘자비의 신’이시며, 백성의 끊임없는 반항과 요구, 물음과 의심에도 불구하고 자비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의 탈출기 탈출기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탈출기 자체만이 아니라 보다 큰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받은 지시와 그 실행’, 이러한 주제가 탈출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완결되지 않고, 레위기 전체를 거쳐서 민수기 시작 부분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까닭이죠.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은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 대해서 가진 신앙의 기초가 되는 사건이었고, 또한 오늘날까지도 그들의 신앙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탈출기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성경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신앙을 키워나가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것이지요. 이런 의미에서 탈출기는 단순히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서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굳게 하고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묵상을 더 깊게 하는 영성서적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성경전체 안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탈출기에 나타난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봅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2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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