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에서 볼수 없는 마리아, 요셉 등 | 카테고리 | 성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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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정제 | 작성일2014-05-21 | 조회수2,131 | 추천수2 | 신고 |
(십자성호를 그으며)
성경묻고답하기와는 얼핏보면 동떨어져 보이지만 성경묻고 답하기 코너에 필요할수도 있을 것 같아 게재합니다. 도움을 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야고보 원복음 "예수님 어린시절 이야기 담아"
고성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원 원장 이연학 신부
’야고보 원복음’으로 알려져 있는 이 고대 문헌은 예수님의 유년기를 다루는 이른바 ’유년기 복음’ 외경 그룹에 속한다. 이 문헌들은 경전 복음서(정경으로 인정된 4복음서)가 여러 가지 면에서 열심한 신자들의 더 알고자 하는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기에 이를 보완하려는 의도에서 쓰여졌다. 그러므로 이 계통의 문헌은 대개가 경전 복음서에 상세히 기록되지 않은 예수님 탄생 이전의 역사와 그분의 유년기를 다룬다. 이들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야고보 원복음」이다.
’야고보 원복음’의 주요 관심사는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로서, 복음서들에 충분하게 묘사되지 않은 그분 생애의 여러 부분을 전해주고 있다.
학자들은 이 문헌이 서기 100년 중반 이집트에서 저술되었을 것이라고 보는데, ’야고보 원복음’이라는 이름은 1552년 프랑스 예수회원 기욤 포스텔이 이 작품을 라틴말로 번역하면서 달았던 제목에서 유래한다.
문헌의 저자 스스로 자신을 예수님의 형제였던 야고보로 믿게 하려고 작품 맨 끝에 ’야고보’로 소개하고 있는데다가, 예수께서 탄생하기 이전의 역사를 다루고 있기에 연대순으로 복음서들 가운데 첫째라는 뜻으로 포스텔은 ’원(proton)복음’이라 불렀던 것이다. 작품의 내용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하느님께서는 부유하고 신심 깊으나 자식이 없어 괴로워하는 요아킴과 안나(바로 여기서 교회사에서 처음으로 성모님의 부모 이름이 등장한다)에게 신비로운 방식으로 마리아를 점지해 주셨다.
불임의 여인 안나는 마치 한나와도 같이(1사무 1장 참조) 하느님께 신세를 한탄하며 간절한 청원의 기도를 바치고, 마침내 천사가 나타나 안나의 기도가 들어 허락되었음을 알려준다. 이리하여 요아킴과 안나는 마리아를 얻게 되고, 기쁨에 넘친 이들은 마리아를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였다. 그래서 마리아는 세 살부터 예루살렘 성전에 살게 되고, 그곳에서 천사가 그를 양육하였다.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할 마리아의 몸 그 자체가 신령한 성전이므로, 그분이 성전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것은 지당한 일이라 하겠다.
열 두 살이 된 마리아에게서 성숙한 여인의 표징이 생기게 되었을 때 대 사제 즈가리야는 천사의 명에 따라 온 나라의 홀아비들로 하여금 각자 지팡이를 들고 성전에 모이게 하였다.
그때 요셉의 지팡이에서 비둘기가 튀어나와 그의 머리 위에 앉았다. 이리하여 요셉이 동정녀 마리아의 보호자요 배우자로 간택되었다. 당시 요셉에게는 이미 장성한 아들들이 있었다.
이후 마리아가 다른 동정녀들과 함께 성전의 장막을 짰다는 이야기와 함께,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할 것이라는 전갈을 받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은 대체로 루가복음의 묘사와 비슷하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고 나서 임신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 요셉은 오랜 기간 이어진 다른 지방의 토목 공사 작업에서 돌아와 사태를 보고 몹시 근심하고 당황하였다. 그러나 꿈에 나타난 천사의 이야기로 안심을 얻어 계속 마리아를 보호하였다.
이 후 요셉은 호적 등록을 하기 위해 베들레헴으로 가는 도중에 해산의 기미를 보이는 마리아를 베들레헴 근방 동굴에 데려다 놓고 산파를 찾으러 나섰다. 산파는 아기의 놀라운 탄생을 요셉과 함께 체험하며, 아기를 낳은 뒤에도 마리아는 여전히 처녀성을 간직하고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살로메라는 이름의 다른 산파는 이 이야기를 의심하며 마치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하던 토마처럼 손으로 직접 확인하다가 손이 말라 비틀어지는 횡액을 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천사의 말에 따라 살로메가 손을 뻗어 태어나신 아기를 만졌을 때 즉시 치유되었다. ’야고보 원복음’은 헤로데에 의한 즈가리야의 순교 이야기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382년 ’겔라시아누스 교령’의 단죄를 받았지만, 마리아에 관한 초대 그리스도교의 신심을 잘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외경 문헌인 ’야고보 원복음’의 영향력과 가치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후대의 교회 전례와 신심, 그리고 예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예컨대 필자의 모원(母院)에도 오래 전부터 ’아기 성모님’ 신심이 있어 해마다 성모 탄생 축일인 9월 8일이 되면 아기 성모님 상을 들고 행렬을 하는 관습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연원은 바로 이 문헌에 닿아 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다소 황당무개하고 신화적인 표현들이 등장하지만 여기 단순한 방식으로 드러난 민중의 신앙 감각(sensus fidelium)과 열망이 후대에 마리아론과 관련된 교의의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야고보 원복음’은 성모님의 영원한 동정성과 신적 모성(母性)을 특별히 강조함으로써 "예수는 로마 군인 판테라와 마리아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라고 주장하는 이교 논쟁가 첼수스(178년경)와 여타의 악의적 뜬소문을 반박하고자 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마태 12, 47 등에서 언급되는 ’예수의 형제들’이 사실은 요셉이 첫 결혼에서 얻은 아들들이라고 말하면서 마리아의 평생 동정성을 옹호하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바로 이런 해석이 교회로 하여금 공식적으로 이 문헌을 인정하지 않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히에로니무스가 요셉 역시 평생 동정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예수의 형제들’을 사촌 형제들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야고보 원복음’을 논박하였기 때문이다.
’야고보 원복음’이 겪은 이런 역사를 살피노라면,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성모님께 대한 많은 이야기들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신앙 생활을 위해서는 실상 복음서 안에 나타난 성모님의 모습만으로 충분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남기신 교회 박사 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를 절로 상기하게 된다.
<가톨릭신문, 2002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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