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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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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16 조회수6,447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하느님의 구원계획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바벨탑 이야기(창세 11,1-9)는 어떻게 해서 인류가 온 세상으로 흩어지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는 하느님의 원래의 구원 계획과는 역행하는 방향으로 인류 역사가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계획을 성취하시기 위하여 우회로를 개척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제 하느님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바벨탑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의 새로운 구원 계획의 대상이 될 한 민족을 무대에 세우기 위한 배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바벨탑 이야기 다음에 셈의 족보(창세 11,10-32)가 소개됩니다. 이는 이스라엘 민족이 셈의 후손이기 때문이고, 이 족보는 이스라엘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을 등장시키기 위한 준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족보의 마지막 부분에 아브라함의 아버지인 테라의 족보가 자세하게 소개됩니다. 테라의 족보(창세 11,27-32)는 12장에서 시작될 아브라함 이야기의 도입문입니다. 창세기에 나오는 족보에 따르면 노아는 아담의 10대손이고, 노아의 10대손이 아브라함입니다. 이처럼 성경에 소개되는 10세대 족보는 종종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제 곧 인류의 구원을 위해 새로운 일을 시작하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새로운 계획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될까요? 

 

이번에 우리가 순례를 갈 곳은 테라의 고향인 칼데아의 우르라는 도시입니다. 테라의 가족들은 그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테라가 70세 때 아브람과 나호르와 하란이 태어났고(11,26), 하란은 그곳에서 자기 아버지 테라보다 먼저 죽었습니다(11,28). 곧 이 가정도 불행과 무관한 그런 가정은 아니었습니다. 하란에게는 밀카와 이스카, 롯이라는 자녀가 있었고, 밀카는 삼촌인 나호르와 결혼을 하였고, 롯은 다른 삼촌인 아브람이 돌보았던 것 같습니다. 하란이 죽고 난 후 테라는 가족들과 함께 칼데아의 우르를 떠나 현재의 터어키 지역에 해당되는 하란이라는 곳으로 이주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칼데아인이란 기원전 6~7세기의 신바빌로니아 제국 당시의 바빌로니아인들을 지칭하던 말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기록된 것은 아브람 당대(기원전 22세기경)보다 훨씬 더 후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이 족보는 바빌론 유배지의 백성들에게 큰 빛을 던져 주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아브라함의 삶에 비추어 성찰하였고, 아브라함의 가족이 가나안에 정착하는 과정을 그들이 유배지를 떠나 본국으로 귀환하는 과정에 상응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그 축복을 유배에서 돌아오는 그들에게 다시 주시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호 24,2에 의하면 아브라함의 아버지이며 나호르의 아버지인 테라를 비롯한 이스라엘의 조상들은 강 건너편에 살면서 다른 신들을 섬겼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테라와 아브라함, 나호르, 롯은 모두 우상 숭배자들이었습니다. 우르라는 도시의 주신主神은 달의 신인 신Sîn이었으며, 테라의 이름은 달을 의미하고, 하란의 딸 밀카의 이름은 신Sîn의 딸인 이쉬타르 여신의 별칭입니다. 게다가 사라는 석녀였습니다. 그렇다면 우상숭배자이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아내를 가진 아브람이 바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시작되는 지점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성경은 이스라엘의 역사 초기부터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어떻게 시작되고 성취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성이 더 짙은 곳,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 곳에서 당신의 구원계획을 시작하십니다. 우리는 종종 하느님의 은총과 힘, 능력을 우리 자신의 한계 속에 가두려고 합니다. 하느님도 못 하실 것이라고 스스로 단정 짓고 절망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바로 그 자리를 찾아오시는 분이십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 아브라함이라는 한 인물을 통하여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 순례지로 옮겨가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우리의 신앙이 시작되었던 자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여러분의 구원은 언제, 어떻게,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2021년 3월 14일 사순 제4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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