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레크야의 아들 즈카르야"가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만, 대개 2역대 24,20-22에 나오는 사제일 것으로 여깁니다. 우상 숭배를 반대하다가 요아스 임금의 명령에 따라 "주님의 집 뜰에서" 돌에 맞아 죽은 즈카르야라는 말이지요. 히브리어 성서가 창세기에서 시작하여 역대기로 끝나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벨과 즈카르야의 죽음은 히브리어 성서에 담긴 첫 살인(창세기)과 마지막 살인(역대기)에 해당합니다. 첫 예언자의 죽음에서부터 마지막 예언자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백성에게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아벨과 즈카르야의 죽음을 예로 든 것이겠지요.
그런데 역대기에서는 즈카르야의 아버지 이름이 베레크야가 아니라 여호야다로 나온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태 23,35의 즈카르야는 역대기의 즈카르야가 아니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인물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신약 외경에 해당하는 나자렛파 복음에서는 "베레크야의 아들이 아니라 여호야다의 아들"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자렛파 복음서 저자가 역대기를 참조하여 수정한 것일 테지요. 나자렛파 복음서 저자는 이로써 창세기 아벨의 죽음과 역대기 즈카르야의 죽음을 의인의 죽음 1호와 마지막호로 소개하는 셈입니다.
한편 신약 외경인 야고보 원복음 23-24에는,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 즈카르야가 성소 안, 주님의 제단 옆에서 순교 당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야고보 원복음 저자가 마태 23,35의 이야기를 토대로 즈카르야의 순교 이야기를 지어내었을 법합니다. 그렇다면 야고보 원복음 저자는 아벨의 죽음을 의인의 죽음 제1호로, 즈카르야의 죽음을 의인의 죽음 마지막호로 제시하는 셈이지요. 구약과 신약을 연결하면서 현 세대에도 죄가 반복되고 있음을 강변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오리게네스와 크리소스토무스도 마태 23,35의 즈카르야가 세례자 요한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것이라 말합니다. 즈카르야의 아버지 이름이 베라크야였는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지요.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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