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 공동 사목 방안
- 주교회의 2014년 춘계 정기총회 승인 -
들어가는 말
지난 십여 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의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판공성사) 참여율은 지속적이고도 점진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일 미사 참례 신자들이 줄고 고해성사를 기피하는 신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속화된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요일은 그저 휴일에 불과하며,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 참여는 복된 은총의 계기가 아니라 단순한 종교적 의무 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날로 늘어만 가는 냉담 교우의 문제 역시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수차례의 회의와 세미나, 전국 단위의 교구별 토론 등을 개최하여 문제의 원인 파악과 대안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습니다.
먼저,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는 지난 2011년 10월 7일 “새로운 복음화와 냉담 교우 회두”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오늘날 냉담 교우 문제에서 주일 미사 참례 의무와 고해성사에 대한 사목적 배려 방안에 주목하였고, 주교회의 2012년 춘계 정기총회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더욱 심화된 대안을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와 복음화위원회에서 각기 준비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신앙교리위원회는 2012년 7월 20일자 공문을 통해 답변을 보내 왔고, 교리주교위원회는 8월 회의를 통해 신앙교리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을 검토하고 일부 내용을 보완한 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 상정하였습니다. 복음화위원회는 10월 4일자 공문을 통해 관련 답변을 주교회의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들 안건을 검토하고 주교회의 2012년 추계 정기총회에 상정하였으며, 주교회의 2012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제시안들을 검토하였습니다. 한편, 11월에는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 주최로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냉담 교우 예방”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하였습니다.
2012년 12월에 열린 주교연수에서는 추계 정기총회에 이어서 이 문제를 더욱 심층적으로 논의하였습니다. 그동안 주교회의 복음화위원회와 신앙교리위원회 등에서 제안한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의 관련 조항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이들 성사와 전례를 통해 임하시는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강조가 사목 현장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일선 사목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의견 수렴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전국적인 의견 청취가 있은 뒤에 한국 주교회의 차원의 공동 사목 방안을 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신앙의 해’를 맞아 한국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성사와 전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그분에 대한 신앙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고, 온 세상의 유일한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향하여 새롭게 돌아서려면 어떤 쇄신 작업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전국 단위의 토론 작업이 교구별로 진행되었습니다. 곧 ‘주일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의무’,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해서 교구별로 많은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이 참석한 토론이 2013년 2월 26일부터 7월 5일까지 개최되었습니다. 이어서 이 교구별 토론 결과를 토대로 해서 주일 미사 전례 활성화와 관련한 세미나가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주최로 2013년 11월에 개최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모든 과정들을 거쳐 진행된 결과들을 토대로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공동 사목 방안을 아래와 같이 발표하고자 합니다.
1. 주일 미사의 의미
1) ‘주일’의 의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르면, 교회는 사도전승에 따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날에 기원을 둔 파스카 신비를 여덟째 날마다 경축하고 있으며 이 날을 ‘주님의 날’ 또는 ‘주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날 신자들은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에 참여하고,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며,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전례헌장, 106항). 주님께서 당신 잔치에 초대하신 모든 신자들의 공동체가 부활하신 주님을 여기에서 만나게 되므로 주님의 만찬이 이 날의 중심이며(「가톨릭 교회 교리서」, 1166항), 동시에 주일은 전례 모임을 위해 가장 좋은 날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67항).
2) 주일 미사의 의미와 규정
주님의 날을 경축하고 주님의 성찬을 거행하는 것은 교회 생활의 중심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177항). 그리하여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를 경축하는 주일은 보편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무 축일로 지켜야 하며(교회법 제1246조 1항), “신자들은 주일과 그 밖의 의무 축일에 미사에 참례할 의무가 있다.”(교회법 제1247조)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주일 성찬례는 모든 그리스도교적 실천의 기초가 되기에 중대한 이유로 면제되거나 본당 신부에게 관면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찬례에 참여할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1245조). 또 만일 이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중죄를 짓는 것이라고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말하고 있습니다(2181항). 곧 주일 성찬례에 참여하는 것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에 속해 있다는 것과 그분과 교회에 충실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주님의 날에 함께 모여 성찬례를 거행하는 관습은 사도 시대 초기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어떤 이들이 습관적으로 그러듯이 우리의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말고, 서로 격려합시다”(히브 10,25). 3세기에 쓰인 「사도들의 가르침」(Didascalia)에서는 다음과 같은 권고가 나옵니다. “주님의 날에는 모든 일을 그대로 두고 부지런히 집회에 달려가십시오. 그것이 하느님에 대한 당신의 찬미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주님의 날에 함께 모여 생명의 말씀을 듣고 영원히 지속되는 하느님의 양식을 받아먹지 못한 사람들은 하느님께 어떤 변명을 할 것입니까?” 이에 역사적으로 교회와 신앙에 대한 박해시절에도 많은 신자들이 숱한 어려움에도 주일 성찬례에 참여하여 주님의 말씀과 몸을 영하는 지고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들은 이를 박해하는 사람들에게 담대하게 맞서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만찬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집회에 가서 나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주님의 만찬을 거행하였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입니다.”(「주님의 날」, 46항에서 인용).
2.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한 노력
‘신앙의 해’를 지내면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인 전례’(전례헌장, 10항), 특히 성찬례가 신앙의 경축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믿음의 문」, 9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신앙의 해 공지를 통해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신앙의 신비와 새로운 복음화의 원천인 성찬례 안에서 교회의 신앙이 선포되고 기념되고 강화되기에 모든 신자는 주님의 참다운 증인이 되기 위하여 성찬례에 적극적으로 효과적으로, 또 의식적으로 참여하도록 초대받는다고 하였습니다(공지 IV.2. 참조). 그럼에도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3차 정기총회 의안집이 진단한 대로 오늘날 전례 거행은 형식화되고, 예식들이 거의 습관적으로 반복되며, 깊은 영적 체험이 부족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대신 멀어지게 만들고 있는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의안집, 69항 참조). 오늘날 주일 미사 전례 거행의 위기를 극복하고 모든 신자들이 앞서 이야기한 전례헌장의 가르침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해 우리 교회 구성원들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1) 주일 미사 준비에서 사제와 신자의 노력
미사의 준비와 거행에서 사제의 태도와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례는 사제의 노선과 방향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역할과 관련해서 준비하고, 전례 봉사자들과 신자들을 교육하고 배려하는지에 따라 공동체의 미사 전례는 크게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미사 전례의 분위기에서 주례 사제의 태도는 크나큰 영향을 줍니다. 이에 대해 「미사 경본 총지침」은 “사제가 성찬례를 거행할 때에는 하느님과 백성에게 정중하고 겸손하게 봉사해야 한다. 또 자기 태도와 동작을 보이고 거룩한 말씀을 전하여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생생한 현존이 스며들게 하여야 한다.”(93항)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구별 토론에서 사제들은 성실한 강론 준비와 최대한 정성스럽고 경건하게 미사를 주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경문을 최대한 또박또박 읽으면서도 적당한 속도로 읽는 것이 중요하며, 신자들을 향해 야단치거나 화내기보다는 위로와 용기를 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자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강론, 철저히 복음 중심의 강론을 해야 하며, 미사 전례에 집중하여 정성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일 미사 활성화를 위해서 사제들이 해야 할 노력 가운데 신자들은 마음에 와 닿는 강론, 복음 중심의 강론을 원한다는 의견을 가장 많이 제시했습니다. 이어서 미사 전례에 집중하여 정성을 다하며, 미사 때 신자들을 야단치지 않고 오히려 위로하며, 미사 전에 일찍 성전으로 나와서 신자들을 환대하며, 기도하고 고해성사를 집전하는 사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서 여러 가지 전례 외적 환경으로부터 전례 분위기를 유지할 것과 주례 사제마다 달라지는 전례 방식에 대해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제기하는 신자들도 있었습니다.
사제는 자기 자신이나 자기 개인의 의견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우선으로 두어야 합니다. 자신을 전례 행위의 중심으로 삼으려는 모든 시도는 사제의 신원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사제는 무엇보다 다른 이들을 위한 종이므로 주님의 손에 맡겨진 순종적인 도구로서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지가 되도록 언제나 노력하여야 합니다. 이는 특히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어떤 것도 피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정신을 예식에 일치시켜 이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전례모임을 이끄는 겸손으로 드러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말하였듯이, 사제직은 사랑의 직무,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의 직무입니다(「사랑의 성사」, 23항).
주일 미사 전례를 위한 신자들의 준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자들은 내적인 마음가짐뿐 아니라 외적으로도 성실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주님을 온전히 만나기 위해 집에서부터 성경을 봉독하고 공복재를 지키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며, 최소한 10분 전에 성당에 도착하는 것 등입니다. 또한 미사 중에는 전례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2) 전례 교육
신자들이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사 자체에 대한 이해와 이를 위한 전례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영혼의 목자들은 부지런히 또 꾸준히 신자들의 전례 교육에 힘써, 그들의 연령, 신분, 생활 방식, 종교적 교양의 정도에 따라, 내적 외적으로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목자들은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분배자로서 주요 임무의 하나를 완수하는 것이다. 또한 목자들은 이러한 일에서 말로만이 아니라 모범으로도 자기 양 떼를 이끌어야 한다.”(전례헌장, 19항)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구별 토론에서 확인되었듯이 오늘날 대부분의 본당들에서 전례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본당 전례교육은 주로 특별한 전례시기―특히 주일 중의 주일이라고 할 수 있는 성삼일과 이를 준비하는 사순시기, 대림과 성탄시기―에 집중해서 이루어지거나, 그 대상도 전례위원회나 전례분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 신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강론과 공지사항 시간을 이용해서, 또는 주보를 이용해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구나 지구에서 실시하는 전례교육에 대한 신자들의 인지도와 참여도, 만족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교구로 불러서 하는 교육보다 강사를 본당으로 파견해서 실시하는 교육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교구 주보를 이용하여 전례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내용으로는 「미사 경본 총지침」을 충실히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본당에서 여러 여건상 해줄 수 없는 교육을 교구나 지구(대리구)에서 담당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전례교육의 내용으로는 형식적이고 기능적인 것보다 전례의 내적인 의미를 이해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사제마다 전례 집전 방식이나 교육 내용이 달라서 혼란스럽기에 통일된 전례교육 지침 등을 교구별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전례교육들이 전례 봉사자들만이 아니라 전 신자들을 대상으로 본당에서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3) 본당 전례(분과)위원회의 운영
미사가 형식화되고 예식들이 습관적으로 반복된다는 이야기는 일차적으로 미사 전례 거행의 준비가 충실하지 못함을 반영한다고 하겠습니다. 전례를 주관하는 주례 사제나 참례하는 신자들의 준비 소홀은 풍요로운 미사 전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일 것입니다.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전례헌장, 30.124항)를 촉진하고, “신자들이 천상은총을 충만히 받도록 올바른 마음의 자세로 전례에 참여”(「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제40조 1항)하게 하려면 공동체가 함께하는 전례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각 본당에서는 전례분과 또는 전례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례위원회에서는 주로 주일 미사 전례의 방향과 세부 내용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전례 봉사자들의 역할 분담과 교육 실시가 우선적입니다.
교구별 토론에서는 각 본당마다 전례분과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모임은 보통 월 1회나 격월로 있고, 특별한 시기나 대축일에는 준비를 위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전례분과 모임은 크게 활성화되어 있지 못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곧 월 1회 모여서 해설자, 독서자 등 부문별 전례 봉사자 배정 정도만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당 전례(분과)위원회는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개최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참석자는 주례 사제, 제의실 관련자, 성가대 대표, 해설자, 보편지향기도 담당자, 사무장 등입니다. 여기서 다가오는 주일이나 축일의 주제를 설명하고 관련 사항들을 논의합니다. 고유 주제의 성격과 전개에 따라 제대의 준비, 성가의 선택, 보편 지향 기도의 지향 등을 정합니다. 이어서 그날의 특성에 맞추어 특별 기도나 다른 형태의 예식이 가능한지를 논의합니다.
본당 전례(분과)위원회에서는 또한 봉사자 교육을 수시로 실시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전례 봉사자로서 소명과 긍지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 전례분과를 통해 복사단 관리, 독서자 양성, 예물 봉헌자, 보편 지향 기도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일 중의 주일이라고 할 수 있는 성삼일과 이를 준비하는 사순시기와 같은 특별 절기와 대축일을 앞두고는 특별히 전례 준비와 관련 봉사자들에 대한 설명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미리 전례력에 따른 사목 프로그램 안에서 전례를 준비하고 봉사자를 양성해야 함을 말합니다.
4) 성경 봉독과 사제의 강론
풍요로운 미사 전례를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준비입니다. 그런데 바쁜 현대 생활 속에서 신자들은 주일 미사 참례 자체에만 의의를 둘 뿐 그에 합당한 준비, 특히 주일 독서와 복음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성경 봉독의 중요성에 대해서 「미사 경본 총지침」은 “교회 안에서 성경이 봉독될 때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며 말씀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 복음을 선포하신다. 그러므로 모든 이는 전례의 중요한 요소인 하느님 말씀을 봉독할 때 존경하는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29항)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목자들은 적어도 주일의 성경 말씀은 미리 읽어오도록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으로 성경 봉독은 사제의 강론으로 이어지는데, 이와 관련해서 「미사 경본 총지침」은 “성경 봉독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시므로 누구나 그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전례 행위의 한 부분으로서, 살아 있는 풀이인 강론으로 말씀을 더욱 완전히 이해하여 더 큰 효과를 얻게 해야 한다.”(29항)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설교의 직무는 가장 충실하고 바르게 이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설교는 주로 성경과 전례의 샘에서 길어 올려야 한다.”(전례헌장, 35항)라고 가르칩니다. 강론은 바로 말씀(독서와 복음)을 해설하고 또 이 복음의 빛으로 우리의 삶을 비추는 것입니다. 곧 사제에 의해 재해석된 성경 말씀이 신자들의 삶 안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강론의 역할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적절한 강론 시간, 효율적인 강론 도구들이 이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전국 토론을 통해서 많은 참가자들은 풍요로운 말씀 전례를 위해서는 공동체 전체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곧 말씀 선포를 위한 사제의 강론과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신자들의 준비가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서도 언급되었듯이 한국 교회 신자들이 주일 미사 전에 성경을 봉독하는 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집에서 미리 그 주일의 독서와 복음을 봉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미사 시간 시작에 가까스로 성당에 도착하는 신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미리 성경 봉독을 하고 미사 참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집에서 미리 성경을 봉독해 오지 않은 신자들을 위해 미사 전에 공동체가 함께 봉독하는 시간을 갖는 본당들도 있지만 이보다는 주중에 소공동체 모임이나 각종 신심단체 모임, 가정기도 등에서 주일 복음을 미리 읽고 묵상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말씀 전례에 중요한 것은 사제의 강론일 것입니다. 이번 토론에서 확인된 것처럼 신자들이 강론을 통해 복음을 더욱 잘 알아듣도록 하려면 강론 안에서 회중에게 맞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새로운 방법과 전달매체들이 지속적으로 고안되어야 합니다. 매번 동일한 표현과 내용이 거의 매주 계속해서 반복되는 강론,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이 똑같은 어조와 내용으로 이어지는 강론, 복음은 없고 예화만 잔뜩 늘어놓는 강론 등은 대표적인 무성의한 강론으로서 사제들의 분발을 촉구하였습니다. 강론 이전에 사제 자신이 공동체 안에서 솔선수범하고 존재 자체가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의 모습, 스스로 체험한 말씀을 강론에서 보여주어야 그 강론이 힘을 얻을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강론의 본질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례헌장 35항은 강론을 사제들이 가장 성실하고 정확하게 수행해야 할 직무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그 내용은 다른 무엇에 앞서 ‘성경과 전례의 샘’으로부터 길어 올릴 것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계시 헌장 21항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강론의 주된 재료는 살아 있고 힘이 있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강론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이하 내용은 「복음의 기쁨」, 145-158항 참조). 사제는 성령께서 준비 과정에 함께해 주시기를 청하면서 주일 독서와 복음 말씀에서 성경 구절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론을 준비하면서 말씀이 생각과 감정 속까지 깊이 파고 들어가 사제 안에서 새로운 시각이 싹틀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곧 먼저 사제 자신이 하느님 말씀으로 깊은 감동을 받고 말씀을 일상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교황님은 강론자 스스로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일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고, 그 말씀이 자신의 삶으로 다가와 도전하고, 그 말씀으로 기도하지 않는다면, 그는 거짓 예언자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과정에서 강론자들에게 교황님은 ‘거룩한 독서’를 권고하시는데, 이것은 주님이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 성령으로 우리를 변화시키는 한 가지 특별한 방법입니다.
강론자는 또한 신자들의 삶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강론자는 주일 성경의 말씀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인간 상황, 특히 본당 공동체의 상황에 연결시킬 줄 알아야 합니다. 본당 사목자로서 한 주간 동안 신자들과 어울려 살아온 흔적이 강론에 녹아들어가야 합니다. 환자 방문, 공동체의 불화와 화해, 관계들이 축적되어 말씀과 버무려집니다. 강론의 본래 준비는 여기서 나옵니다. 중요한 것은 사목자와 공동체의 삶입니다.
강론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방법 역시 중요합니다. 복음화의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 바로 복음화의 방법과 수단의 중요성입니다. 강론은 간결하고 명료하며 솔직하면서도 시기적절한 것이어야 신자들에게 유익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신학 언어나 예화들을 지양하고 신자들을 직접적으로 복음과 대면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해야 하며, 강론 주제가 통일되고 문장의 순서가 명료하고 상호 관련이 있어서 사람들이 강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강론은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차원을 강조해야 합니다. 곧 강론을 통해 사제는 신자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지적하기 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 데 관심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긍정적인 강론은 언제나 희망을 주고 미래를 가리키고 부정의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합니다. 주님의 미사가 비전과 희망으로 열려야지 불평, 탄식, 비판, 비난으로 얼룩져서는 안 됩니다. 이른바 사회 현안과 관련한 미사에서도 우리는 현실을 다만 비판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 어떻게 이들 상황에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기를 원하시는지 그 빛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5) 신자들의 능동적인 미사 참여
오늘날 신자들은 소수의 전례 봉사자를 제외하고는 주일의 미사 전례에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는 그리스도 신자들이 이 신앙의 신비에 마치 국외자나 말 없는 구경꾼처럼 끼여 있지 않고, 예식과 기도를 통하여 이 신비를 잘 이해하고 거룩한 행위에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전례헌장, 48항)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례 봉사자들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도 ‘말 없는 구경꾼처럼’ 있지 않고 지난 한 주일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그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주일 전례 미사가 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교구별 토론에서 능동적인 미사 참례와 관련해서 준비된 성가대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성가대가 일반 회중이 부르는 성가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어서 전례를 거행하는 사제의 태도와 강론, 전례에 대한 기존 인식을 전환시키는 전례 교육에 대한 필요성, 신자들의 능동적 전례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기존 미사 경문 안에서 변경 가능한 부분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제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참회예절, 봉헌, 보편 지향 기도, 평화의 인사 등이 많이 거론되었습니다. 그밖에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어린이 미사의 변화, 장애인과 노인을 배려하는 미사, 단지 몇몇 전례 봉사자만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많은 신자들을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시키기 위한 것으로서의 전례 봉사 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환대하는 공동체의 분위기, 능동적 참여를 위한 본당의 전례 환경 개선 등이 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부르시는 만찬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서로 환대하고 기쁨에 가득 차서 하나의 전례 공동체를 이루고, 거룩하게 조성된 전례 환경은 더욱 더 미사 전례에 몰두하게 하여 성령의 은총을 가득 받게 할 것입니다.
6) 성찬례와 친교의 공동체 실현
오늘날 인구 유동성의 증가와 익명화 등의 도시화 경향과 지난 수십 년 동안 큰 폭의 신자 수 증가는 친교 공동체로서의 교회적 실존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의 현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요청, 곧 “성찬의 빵을 나누어 먹으며 실제로 주님의 몸을 모시는 우리는 주님과 더불어 또 우리 사이에 친교를 이루도록 들어 높여진다.”(교회헌장, 7항)는 가르침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성찰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단지 주일 미사에만 참석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신자가 대다수인 오늘 우리 교회의 현실에서 미사 전례를 통해 참된 공동체적 친교를 나누기란 무척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공동체 사목이 제기하는 문제의식 또한 여기서 출발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복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본당의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서 일요일에 주님의 날을 지내고 주님의 성찬례를 거행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주님의 날」, 35항)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성찬례야말로 우리를 한 공동체로 태어나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씀하듯이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1코린 10,17)이며, “서로서로 지체가”(로마 12,5) 되는 현실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교구별 토론에서 제시된 의견들 가운데 많은 본당에서 환대와 친교를 나누는 기회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미사 후에 다과를 나눈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고, 이어서 미사 전에 사제와 사목위원들, 봉사자들의 환대와 미사 안내가 있고, 이어서 구역 반 소공동체 안에서 친교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월 1회 정도 본당 전 신자가 함께 점심식사를 하는 본당들도 많았습니다. 전입신자, 영세자, 축일자 축하와 환영 인사가 있고, 동호회 활동들을 하고, 장례가 있는 교우에게 연도를 간다고 하였습니다. 반면에 미사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는 신자들이 더 많았고, 본당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없다고 하는 의견 역시 많았습니다.
본당이 충만한 친교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주일 미사를 통해 주님 안에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의 신비를 분명히 깨닫고, 일상적으로는 구역 반 소공동체 안에서 이를 더욱 활성화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는 본당 친교를 위한 사제의 관심과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또한 단순한 일회성 행사 위주보다 선교활동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본당 내 신자들 간 계층적 위화감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3. 주일 미사 참례와 고해성사 의무에 대한 사목적 지침
1) 주일 미사 참례 의무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74조 4항에서는 “미사나 공소 예절에도 참례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 대신에 묵주기도, 성경 봉독, 선행 등으로 그 의무를 대신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신자와 사목자들이 이 조항에서 말하는 ‘부득이한 경우’와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는 방법들에 대한 많은 질문이 있었고, 이번 교구별 토론을 통해 이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본 주교회의는 다음과 같이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부득이한 경우’란 ‘직업상 또는 신체적 환경적 이유로 주일 미사에 일시적이건 지속적이건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위 조항에서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하는 것으로 ‘묵주기도’는 5단을 바치는 것으로 합니다. ‘성경 봉독’은 그 주일 미사의 독서와 복음 봉독을 의미합니다. ‘선행’은 희생과 봉사활동 등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주일 미사 참례 의무를 대신할 경우 고해성사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부득이하게 주일 미사를 참례하지 못한 신자들에게는 평일 미사 참례를 적극 권장합니다.
물론 주일 미사 참례는 신자로서의 최선의 의무이기에 이 부득이한 경우를 임의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 본당 주임 신부는 현 지침의 내용, 부득이한 경우의 해석 및 범위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시하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일의 성찬 모임에 참여하지 않으면 신앙생활을 할 수 없고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삶에 온전히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신자가 확신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찬례는 인간이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의 완전한 실현입니다. 그리고 이 성찬례를 특히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공동체 전체의 주일 모임인 것입니다(「주님의 날」, 81항).
2) 고해성사 의무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 제90조 2항은 “부활 판공성사를 부득이한 사정으로 위의 시기에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 때나 다른 때에라도 받아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서도 전 교구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본 주교회의는 다음과 같이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부활 판공성사를 받지 못한 신자는 성탄 판공이나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았다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신자들은 고해성사를 단지 무거운 의무로만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고해성사를 받음으로써 영적 유익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교회의 특별한 관행인 판공성사 제도가 그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해성사의 형식화를 초래하고, 냉담 교우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함입니다. 이것은 한국 교회 안에서 기존의 판공성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3) 고해성사 활성화를 위한 사목적 제안
미사 전 아주 짧은 시간에 성사를 집전하는 현재의 고해성사 관행은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을 체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본 주교회의는 고해성사 집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고합니다.
첫째, 본당에서 지속적으로 고해성사의 올바른 의미에 대한 재교육을 실시하여야 합니다. 둘째, 주일 미사 참례에 대한 앞선 논의들을 공지합니다. 셋째, 부활 판공성사는 일 년 중 어느 때라도 고해성사를 받으면 판공성사를 받은 것으로 인정됨을 공지합니다. 넷째, 시간에 쫓겨서 형식적인 고해성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주일 미사 후나 주간의 특정한 날을 지정하여 좀 더 여유롭게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다섯째, 한 달에 한 번 정도 참회예절과 함께 고해성사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섯째, 면담식 고해성사를 원하는 신자들을 위한 장소를 배려해야 합니다. 일곱째, 지구, 대리구, 교구에 상설고해소를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합니다.
다른 성사 집전에서도 그러하지만, 특히 고해성사에서 사제의 태도는 신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고해소에서 사제는 신자들에게 격려와 따뜻한 마음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주 적게 배려되는 고해성사 시간, 형식적인 훈화와 일사천리로 외우는 사죄경, 꾸짖거나 무안을 주는 태도에서 신자들은 죄 사함과 하느님의 구원 은총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사제의 쇄신이 필요합니다. 고해성사를 위한 최대한의 시간적 장소적 배려와 정성을 깃들인 고해성사의 준비와 집전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나가면서
지난 3년 동안 한국 교회는 주교회의와 각 교구 단위로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다루어 왔고, 그 결실을 위와 같이 제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아버지의 집이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개방성을 보여 주는 하나의 구체적인 표시가 바로 모든 성당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하느님을 찾고자 성당을 찾아왔을 때 차갑게 닫혀 있는 문을 마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닫혀 있지 말아야 할 문들은 또 있습니다. 누구나 어떻게든 교회 생활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고, 성사들의 문도 어떠한 이유로든 닫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그 자체가 ‘문’인 세례성사가 그러합니다. 성찬례는 성사 생활의 충만함이지만 완전한 이들을 위한 보상이 아니라 나약한 이들을 위한 영약이며 양식입니다. 이러한 확신은 우리가 신중하고도 담대하게 숙고하도록 부름 받고 있는 사목적 귀결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자주 은총의 촉진자보다는 은총의 세리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나 교회는 세관이 아닙니다. 교회는 저마다 어려움을 안고 찾아오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아버지의 집입니다.”(「복음의 기쁨」, 47항).
교회가 이러한 자비로운 아버지의 집이 되고, 그 참된 개방성을 살리는 데 가장 중요한 표지가 바로 주일 미사와 고해성사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요한 복음서는 성체성사 제정의 심오한 뜻을 밝히는 가운데 세족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요한13,1-20). 이것은 예수님께서 참으로 친교와 봉사의 스승이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 바오로 사도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분열되어 있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주님의 만찬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말합니다(1코린 11,27; 27-34), 또한 참된 죄의 용서는 부활하신 주님의 선물입니다. 주간 첫날 저녁에, 유다인들이 무서워 문을 잠그고 떨고 있던 제자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 평화와 죄의 용서를 선포하십니다(요한 20,19-23). 우리는 주님께 받은 이 귀하디 귀한 선물, 인간의 언어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는 이 선물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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