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룻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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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07-02 | 조회수4,441 | 추천수0 | |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룻기
‘약속의 땅으로 이동 → 이집트 유배 → 이집트 탈출 → 가나안 땅 정복 전쟁 → 땅의 분배 → 판관의 등장…’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판관기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룻기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기근 때문에 유다 땅에서 모압 지방으로 이주한 베들레헴의 한 가정의 이야기가 전면으로 대두됩니다. 왜 성경은 전체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잘 전개하다가 갑자기 한 개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까요? 그런 점에서 성경 안에서 룻기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요?
역사서 가운데 한 권인 룻기는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을 만큼 짧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1장에서는 기근 때문에 고향인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지방으로 이주해서 지내다가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나오미라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고향 땅을 떠났다는 것은 땅의 상실을 의미하고, 남편과 두 아들을 잃었다는 것은 가족, 그 중에서도 후손의 상실을 뜻합니다. 구약 성경 안에서 땅과 후손이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비롯한 신앙의 선조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계약의 징표였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나오미는 현재 하느님의 돌봄까지 잃어버린, 즉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나오미가 자신을 ‘마라’(‘쓰라림’이라는 뜻)라고 부르라고 말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나오미는 모압을 떠나 다시금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뒤, 두 며느리에게 각자 집으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합니다. 두 며느리 가운데 오르파는 작별을 고하며 고향 땅으로 돌아갔지만, 룻은 나오미를 떠나지 않고 곁에 머물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때 이방 여인이었던 룻은 나오미에게 “어머님을 두고 돌아가라고 저를 다그치지 마십시오. 어머님이 가시는 곳으로 저도 가고 어머님이 머무시는 곳에 저도 머물렵니다. 어머님의 겨레가 저의 겨레요 어머님의 하느님이 제 하느님이십니다. 어머니께서 숨을 거두시는 곳에서 저도 죽어 거기에 묻히렵니다. 주님께 맹세하건데 오직 죽음만이 저와 어머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습니다.”(1,16-17)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효심 가득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자기 겨례인 모압족과 법적이며 종교적인 인연을 끊고 유다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점에서 룻기는 하느님의 구원이 선택된 민족인 이스라엘 백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구원의 보편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장에서는 보아즈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보아즈는 ‘그에게 힘이 있다’라는 이름의 뜻에서 알 수 있듯이 엘리멜렉 가문의 재산가였습니다. 룻은 보아즈의 들과 밭에서 이삭을 주우며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있었는데, 이를 본 보아즈는 음식을 나누어주기도 하고, 넉넉하게 이삭을 주울 수 있도록 이삭을 흘려 주는 등의 호의를 베풉니다.
3장에서 나오미는 룻이 행복하게 다시 지낼 수 있도록 목욕하고 향유를 바른 뒤 보아즈와 잠자리에 들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보아즈는 자신의 발치에 누워 있는 룻에게 양해를 구한 뒤 자신보다 더 가까운 구원자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그가 구원의 의무를 실행하지 않으면 자신이 구원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여기서 ‘구원자’란 한 가정의 가장 가까운 친족을 뜻합니다. 그는 가정의 가족들을 보호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누군가 살해되었을 경우에 복수를 해야 할 의무와 권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오미와 룻의 구원자에 해당하는 친척은 나오미가 매각하려고 하는 땅을 매입해주어야 하며, 룻과 혼인을 해서 후손을 마련해주어야 하는 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4장은 룻과 보아즈의 혼인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보아즈는 나오미와 룻의 구원자에게 엘리멜렉의 밭을 사겠냐고 묻습니다. 구원자는 밭을 살 뜻은 있지만 과부 며느리인 룻을 아내로 맞아들여야 하는 의무는 거절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구원자의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였습니다. 이에 보아즈는 엘리멜렉에게 속한 모든 것을 나오미로부터 사들이고 룻을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율법에 따라 공정하였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보아즈와 룻에게 오벳이라는 아들을 내려주십니다. 룻기는 오벳이 이사이를 낳고 이사이가 다윗을 낳았다는 이야기로 끝내면서,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임금인 다윗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룻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잘 드러나듯이 룻기는 과부라는 가장 낮은 신분의 자리에 있던 나오미와 이방인이었던 룻을 보호하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자애로우심과, 이러한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추구해야할 참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윗 임금의 탄생을 이야기함으로써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임금인 다윗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이와 같은 뛰어난 조상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던 룻기가 가지고 있는 의의도 여기에 있습니다. 판관기까지의 과정에 이어 이제 사무엘기, 열왕기, 역대기를 거치면서 왕정 체제로 변화하는 이스라엘과 그 중심 인물인 다윗 임금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이는 다윗이라는 한 명의 영웅적인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을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윗을 둘러싸고 있는 하느님을 충실하게 믿고 따랐던 선조들의 자애로운 삶과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돌봄 안에서 다윗과 그의 업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룻기가 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룻기는 혼돈의 상황으로 끝난 판관 시대와 다윗의 통치로 절정을 이루게 될 왕정 시대를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룻기에 바로 이어 나올 사무엘기의 중심 인물인 다윗의 위상과 특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구약 성경의 주요 개념인 땅과 후손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고향을 떠나 이방인 땅에서 살면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어버린 여인인 나오미), 시나이 계약과 율법, 율법의 충실한 준수 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룻기가 바빌론 유배 중에 작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실제로 땅을 잃어버린 채 타지에서 종살이를 하고 있는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변함없는 하느님의 약속과 하느님의 신실하심에서 희망을 발견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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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1년 7/8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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