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님성서연구소 답변
"사탄아 물러가라"는 명령은 마태오 복음서에 두 번 나옵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서의 저자는 이 명령을 주의깊게 사용합니다.
그 차이를 우선 보겠습니다.
우선 마태 4,10을 보세요.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시는 이야기입니다.
세 가지 유혹을 물리치시고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고 말씀하시고, 이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지난 글에서 사탄이 유혹자라고 말씀드렸죠?
http://biblicum.or.kr/bbs/board.php?bo_table=QnA&wr_id=1464
사실 예수님이 광야에서 받으신 유혹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유혹의 근원이 되는 모든 것을 물리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어쩌면 이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주시는 가르침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우리 모두 내 마음 깊숙한 곳의 유혹을 살피고 멀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글나라님이 질문하신 곳은 아마도 마태 16,23 같습니다
(맞겠지요? 다음부터는 꼭 질문하신 장과 절을 밝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베드로에게 말씀하신 곳은 "내게서(οπισω μου)"라는 말이 첨가되어 있습니다.
저희 한님성서연구소와 바오로딸에서 펴낸 "거룩한 독서를 위한 성경 주해" 시리를 아시죠?
그 첫째권인 마태오 복음서 주해(이우식)의 16,23을 펴보면, 이 "내게서"란 말이 "내 뒤로"로
새길 수 있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곧 예수님은 광야에서 유혹 받으실 때는 '저 멀리 물러가라!'라고 말씀하셨지만,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에는 '사탄 뒤로 가지 말고 예수님 뒤로 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하는 제가 베드로에게는, 어서 빨리 유혹임을 스스로 깨닫고, 자기 자리를
찾으라고 권하신 것이죠.
글나라님
이처럼 성경은 지금 여기서 내가 근본적으로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등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두움, 유혹자, 악마, 사탄, 마귀 등이 서로 어떤 위계를 지니고 있는지, 그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의 시시콜콜한 일에 관심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일에 마음을 쓰라고 권유하지도 않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은 어둠의 족보를 밝히고 정리하는
일에 그닥 관심이 없고, 그 대신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을 근본적으로 따르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악마, 사탄 등을 정확히 정리하는 일에도 관심을 두는 신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런 전문적
작업도 소중하겠지요. 그러나 제대로 밝히려면 꽤 복잡한 작업이 되니 이런 게시판에서는 어울릴
듯 하지 않고요 ... 정리한다고 해도, 그닥 평신도의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악마와 사탄을 조목조목 세밀히 파헤치는 일보다 하느님의 복음을 정확하고 세밀하게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성경은 현세를 사는 우리들에게 영원한 지침서가 되는 책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원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