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굳이 사제앞에서 고백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손희승 신부)
개신교 신자들은 물론 가톨릭 신자들 중에서도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느님께 죄를 직접 고백하고 용서를 받으면 됐지 왜 인간인 사제에게 죄를 고백해야 하는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제에게 죄를 고백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누구의 죄든지 너희가 용서해주면 그들의 죄는 용서받을 것이고 용서해주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즉 예수께서 당신의 사죄권을 당신 제자들에게 위임해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사도들에게 위임해 주신 사죄권은 다시 사도들의 후
계자인 주교들과 그의 협력자인 사제들에게 계승됩니다.
물론 예수께서는 '주님의 기도'에 들어 있는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마태 6,12)라는 표현을 통해서 드러나듯 신자들 서로가 죄를 용서해 주기를 원하십니다. 또한 바오로 사도도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이 있다 해도 서로 참고 서로 은혜로이 용서하시오"(골로 3,13)라고 권고하십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교회의 이름으로 공적으로 죄를 사하는 권한은 교회를 이끌고 대표하는 사도들과 그의 후계자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들은 죄를 짓게 되면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를 받습니다. 죄의 용서는 사제를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죄를 용서해주시는 분은 물론 하느님이십니다.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또 다른 이유는 죄의 특성에 있습니다. 세례를 받음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딸로 새롭게 태어나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일원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행동은 우리 자신에게 끝나지 않고 하느님과 교회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죄를 짓게 되면 하느님의 자녀로서 하느님을 욕되게 하는 것이고, 교회의 일원으로서 교회에 누를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하느님과의 화해뿐만 아니라 교회와의 화해도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이중의 화해를 이루기 위해서 그리스도를 공적으로 대리하는 동시에 교회를 공적으로 대표하는 사제에게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학적인 이유에서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이유에서도 고해성사는 인간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제도입니다. 죄를 짓고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누구에겐가 얘기함로써 후련함을 느끼게 됩니다. 경찰을 피해서 도망 다니던 살인범이 자수를 해서 모든 것을 다 실토하고 나니까 그제서야 불안에서 해방되어 잠을 제대로 잘 수 있었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혼자서 가슴속에 묻어두고 괴로워하던 죄를 사제에게 고백하면 내적인 해방감을 얻게 되고 사제의 사죄경을 통해서 자신의 죄가 정말로 용서받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 중에는 가톨릭의 고해성사제도가 심리적으로 아주 훌륭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은 어느 정도 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제에게 죄를 고백함으로써 재차 같은 죄를 짓지 않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제는 고해성사를 통해서 알게 된 모든 내용에 대해 절대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교회법 983, 984조 참조). 이것을 고해의 비밀이라고 하는데, 교회 역사를 보면 이를 지키기 위해 사제가 목숨을 바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신부님이 혹시 나의 죄를 기억하고 나를 꺼려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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