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성전과 예수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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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0-26 | 조회수2,618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성전과 예수님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사십 일 단식하신 뒤 사탄은 그분을 예루살렘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몸을 던져보라며 유혹하였습니다(마태 4,5-6). 그 성전의 자리에는 이제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 있지만, 옛 성전을 둘러쌌던 바깥벽은 여태 남아 옛 모습을 상상해보게 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처음 봉헌한 이는 기원전 10세기 솔로몬이었지요. 그가 모리야 산에 주님의 집을 지었습니다(2역대 3,1). 모리야는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려 한 장소(창세 22,2)이기도 합니다. 이 성전은 기원전 6세기 바빌론에 의해 파괴되지만, 바빌론 유배 뒤 귀향한 유다인들은 제2성전을 봉헌하였습니다. 기원전 1세기에는 유다 임금 헤로데가 웅장하게 개축하고요. 헤로데가 제2성전을 다시 지은 까닭은 유다인들의 환심을 사려는 데 있었습니다. 그는 유다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이방인이었거든요. 그의 아버지는 이두매아 곧 에돔 사람이고, 어머니는 나바테아 여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유다인들로부터 미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건축사에 남긴 업적은 대단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내로라 하는 유적은 대부분 그의 작품이니까요. 헤로데는 성전을 최대한 웅장하게 지으려고 모리야를 평평하게 깎고 500미터가량의 광장을 만듭니다. 성전과 바깥벽 건축에 쓴 돌은 평균 2-3톤이고, 가장 큰 건 570톤으로 길이가 버스보다 깁니다. 대단하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성전의 웅장함에 감탄하신 게 아니라 세속 시장처럼 변질된 타락상을 꾸짖으셨습니다. 언뜻 보면 그곳에서 희생 제물도 바치고 기도도 하면서 많은 활동을 하는 듯하지만, 실은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처럼(마르 11,12-14) 공정과 정의를 맺지 못한 탓입니다. 예레미야가 제1성전을 “강도들의 소굴”이라 꾸짖으며 신탁을 전달하였듯이(예레 7,11) 예수님도 ‘강도들의 소굴’처럼 변질된 성전에서 환전상 등을 쫓아내셨습니다(마태 21,12-13). 즈카 14,21에 따르면 신약 시대 이전부터 이미 성전에는 장사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했던가요? ‘강도들의 소굴’처럼 변질된 제1성전을 하느님께서 무너지게 두셨듯이, 예수님도 웅장한 헤로데의 성전이 돌 하나 남지 않고 파괴되리라고 예고하셨습니다(마태 23,38; 루카 19.41-44). 그 예고는 기원후 70년 열혈당원들의 봉기를 진압하던 로마 장군 티투스에 의해 실현되었고요. 현재는 이슬람 사원(예언자 모하메드의 승천 기념)이 순금을 뽐내며 그곳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거처를 백성 사이에 두겠다고 하신 하느님의 약속(에제 37,28)이 깨진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몸이 성전이고(요한 2,21), 우리 모두가 또한 성령을 모신 성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1코린 3,16). 그 옛날 무無로 돌아간 성전 터는 외형을 크고 화려하게 하기보다 이제 우리 안에 자리하게 된 성전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함을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1년 10월 24일 연중 제30주일(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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