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참 하느님’이며 ‘참 인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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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시라는 신앙 고백으로 시작된다. 그림은 운보 김기창 화백의 ‘예수 탄생’. |
유다인들은 조상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다. 그들은 같은 피를 가진 것은 같은 혼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유다인들은 가문의 영속성, 순수성, 권위와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계율을 만들었고 율법도 이 원칙에 따라 발전했다. 또 ‘조상 없는 나는 있을 수 없다’고 하여 성경 시대 유다인들은 그들 조상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다. 유다인 풍속을 기록한 예로니모 성인은 “유다인들은 마치 자기 이름을 대듯이 조상의 이름을 댄다”며 “조상을 모르고 지내는 자는 상놈 취급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유다인에게 가족이라는 말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것보다 그 의미가 훨씬 넓다. 가족을 뜻하는 아람어와 히브리말 ‘아하’는 형제뿐 아니라 사촌과 친척까지도 포함했다. 유다인들은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어떤 행운을 만나면 모든 가족이 기뻐했고, 한 사람에게 불행이 닥치면 온 집안이 슬퍼했으며,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으면 온 식구가 치욕을 느꼈다. 그래서 유다의 랍비들은 “형제간에 책임을 느끼지 않는 자는 마치 카인과 같은 자”라고 가르쳤다. 가문의 영속성을 지키고 혈연을 유지하는 것은 유다인들 특히 유다인 남자들에겐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다.
이런 이유로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의 족보(1,1-17)로 시작하고, 루카 복음서도 예수님의 족보(3, 23-38)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이는 예수님의 족보가 어느 누구에 의해 마음대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마태오와 루카가 전하는 예수님의 족보가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다시 설명하겠지만 그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명한 성경학자 라그랑주 신부는 “예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인에게 하느님으로서 흠숭받고 있지만, 동시에 그는 참된 인간이다. 그는 로마 제국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헤로데 시대에 팔레스티나에서 산 유다인이다. 그 출생과 일상 생활의 관습 및 지적 행동에 있어서 유다인이었을 뿐 아니라, 그 영적 사명의 근원도 이스라엘 땅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이 사실은 그의 신성한 독창성을 조금도 퇴색시키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프랑스 시인 샤를르 페기는 “그리스도는 유다인, 그것도 평범한 유다인, 당신들과 같은 유다인, 당신들 가운데에 있는 유다인이었다”고 노래했다.
바오로 사도도 예수님의 양친이 유다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밝힌다. “그리스도께서도 육으로는 바로 그들에게서 태어나셨습니다”(로마 9.5). 또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의 저자도 “우리의 주님께서 유다 지파에서 나오신 것은 명확합니다”(히브 7,14)라고 고백한다. 아울러 묵시록에서도 “나는 다윗의 뿌리이며 그의 자손이고 빛나는 샛별이다”(22,16)라며 예수님께서 유다인이며 참 사람이심을 선포하고 있다.
그리고 복음 저자들도 예수님에 대해 자주 ‘다윗의 자손’(마태 1,1. 20 ; 마르 10, 47; 루카 18, 38)이라 부르며, 예수님께서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갈라 4,4), 그 율법에 따라 여드레째 날에 할례를 받으시고 (루카 2,2), 성전에 봉헌된 후 유다인 공동체에 드셨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 신부의 말처럼 “그분의 원천은 하느님 안에 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보고 온 도성이 술렁거리며 “저분이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군중이 “저분은 갈릴래아 나자렛 출신 예언자 예수님이시오”(마태 21,10-11)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 물음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요한 8,58).
예수님의 이 말씀을 근거로 요한 복음사가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적 존재 안에서 예수님의 근원을 고백한다. “한 처음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는데 말씀은 하느님이셨다.…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주셨다”(요한 1,1-18).
이는 ‘예수님은 참 하느님이시다’라는 고백이다. 이처럼 복음서는 ‘예수님께서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시다’는 신앙 고백으로 시작된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
* 출처 : 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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