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레위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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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1-12-04 | 조회수2,956 | 추천수0 | |
[하느님 뭐라꼬예?] 레위기
들어가며
탈출기 후반부터 레위기, 민수기, 그리고 신명기에 걸쳐서는 이야기가 아닌 율법에 대한 서술이 많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레위기와 민수기를 통해 하시는 하느님의 말씀 중 특별히 와 닿는 말씀에만 주목하고자 합니다.
“율법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가르치시려고 몸소 주신 선물’입니다.”[강수원, ‘구약성경 에세이’ 114쪽] 라는 표현처럼, 예수님께서는 율법이 아버지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몸소 베푸시는 은혜로운 선물임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마태 5,17-18)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정신을 사랑의 실천으로 요약하셨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 7,12)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37-40)
율법에 충실한 길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구원에 이르는 확실한 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이웃을 외면하는 사람은 구원의 길보다 파멸의 길을 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레위기 – 사랑의 율법서
레위기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매우 늦게 쓰인 책 중의 하나로서 유배시대(기원전 607-537년) 이후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야 할 종교, 생활, 관습, 제사의식 등의 여러 가지 율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레위기’라는 이름은 ‘레위사람의, 혹은 레위에 속하는’ 뜻을 지닌 그리스에서 온 라틴어 ‘레비티쿠스’(Leviticus)에서 나온 것으로, 율법 가운데 제사와 종교를 관장하는 레위인의 이름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레위기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는 ‘규칙과 법규들’을 실천해야 멸망의 길이 아닌 구원의 길을 갈 수 있음을 총 27장에 걸쳐 가르치고 있습니다. 레위기는 율법을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 백성은 어떤 외적인 종교의식을 거행하는 것만으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고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실천하여 하느님의 마음에 들어야 구원에 이를 수 있음을 역설합니다. 그러면서 레위기에서는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서 근본적인 중개 역할을 하는 경신례와 사제직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는 임금이 더 이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예언자들도 사라져 버린 유배이후에 사제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생겨난 시대적 경향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예루살렘 성전의 파괴와 유배라는 엄청난 재앙을 겪으면서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돌아보고 그에 대해 하느님의 용서를 절실하게 구하게 되었습니다. 레위기는 그에 대한 숙고에서 ‘피를 통한 사죄(赦罪)’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느님과의 화해를 위해 희생 제물을 바치는 제사를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레위기는 속죄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고자 바치는 속죄 제물을 강조하면서, 하느님과 사람들이 함께 벌이는 잔치의 성격을 지닌 ‘친교 제물’ 혹은 ‘화목 제물’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위기에는 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보상 제물’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는 하느님께 속한 것을 실수로 취하여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는 의미를 담아 본디 값어치의 오분의 일을 더해 보상하거나 상환하는 제물을 말합니다.
레위기에서 특별히 생각해 볼 하느님의 말씀은 ‘거룩함’ 혹은 ‘성성’(聖性, sanctitas)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거룩함은 구약성경 안에서 종교의식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도덕적인 의미에서도 중요하게 강조되는 개념으로서, 절대적으로 전능하시고 초월하여 계신 하느님의 ‘신성’(神性), 그리고 그렇게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성성에 참여하기를 원하시는 인간의 ‘성덕’(聖德)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를 잘 드러내는 성경구절이 바로 레위기에 나오는 다음 말씀들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19,2) “너희는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주 너희 하느님이기 때문이다.”(20,7) 인간을 초월하여 계시고 인간이 도무지 헤아릴 길 없는 거룩하신 하느님, 그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인간에게 알게 해주시고 당신의 뜻을 알려주시며 바라시는 바, 그것은 바로 당신의 거룩하심에 대한 인간의 참여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시되 그 백성이 다른 여느 백성과는 다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하느님의 선택은 이스라엘 백성이 수행해야 하는 도덕적인 의무, 즉 이스라엘의 성덕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레위기에서는 예수님께서 율법을 요약하며 강조하신 이웃사랑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너희는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동족의 잘못을 서슴없이 꾸짖어야 한다. 그래야 너희가 그 사람 때문에 죄를 짊어지지 않는다. 너희는 동포에게 앙갚음하거니 앙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는 나의 규칙들을 지켜야 한다. … 너희는 나의 규칙들을 지키고 그것들을 실천해야 한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주님이다.”(레위 19,17-20,8)
‘성성’이라는 개념은 다음 세 가지 근본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곧 “모든 속된 것으로부터의 분리, 하느님과의 통교를 이루기 위한 성별,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기 위해 그분께 봉사하겠다는 다짐”이 그것입니다.(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주석성경 구약, 277쪽 참조)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에 대한 그분의 선택은 도덕적인 의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세속적이고 물적인 것보다 천상적이고 영적인 것을 추구합시다. 죄악을 멀리하는 가운데 하느님의 뜻에 따라 거룩하게 살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하기를 힘씁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2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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