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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색을 뽐내며 익어가는 오곡과 과실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다. 한해의 풍성한 수확을 조상께 감사드리는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교회는 제사를 우상숭배가 아닌 조상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전통으로 여겨 허용하고 있다.
제사를 지내는 신자 가정을 위해 주교회의가 마련한 '조상 제사(차례)' 예식 시안을 소개한다.
▨ 몸과 마음
제사를 지내기에 앞서 먼저 영성체하기 전 공복재를 지내는 것처럼 고해성사로 마음을 깨끗이 해야 한다. 가능하면 사이가 안 좋은 이웃과 화해하고 어려운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 좋다. 집안을 깨끗이 하며 제사 참석자들은 목욕을 하고 복장을 단정히 한다.
▨ 차례상 차리는 법
1.풍습ㆍ관습에 따라 간소하게 차례상을 차리고 향상에는 향로와 향합, 촛대 외에 중앙에 십자가를 모셔야 한다. 다만 벽에 십자고상이 걸려 있는 방향으로 상을 차리면 별도로 십자가를 모시지 않아도 된다. 차례상 앞에는 깨끗한 돗자리나 깔개를 편다.
2.제상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오른쪽을 동(東), 왼쪽을 서(西)로 삼고, 위패(영정) 앞 첫 줄은 숟가락을 담아 놓는 대접과 잔, 받침대를 놓는다. 둘째 줄은 어동육서(魚東肉西)로 오른쪽에 생선 구운 것을, 가운데 두부 구운 것을, 왼쪽에 고기 구운 것을 놓는다.
3.셋째 줄은 왼쪽부터 3가지 종류 탕을 놓는다. 넷째 줄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라고 해서 왼쪽에 포를, 오른쪽에 식혜를 놓는다. 다섯째 줄에는 홍동백서(紅東白西)로 붉은 과일은 오른쪽에, 흰색 과일은 왼쪽에 놓는다.
4.이밖에 조율이시(棗栗梨枾)로 서쪽부터 대추ㆍ밤ㆍ감ㆍ배 순으로 두며, 김치 등 날 것은 동쪽에, 나물처럼 익힌 것은 서쪽에 놓는다. 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놓고, 마른 것은 왼쪽에, 젖은 것은 오른쪽에 둔다. 끝으로 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에 배치한다.
▨ 예식 순서
1.주교회의 상장예식(안)에 따르면 제사 준비를 마치고 영정을 모시면 제주는 제사 시작을 알리고 십자 성호를 긋는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두 번 절하고 제주는 영정(위패) 앞에 나가 무릎 꿇어 분향하고 잔을 받아 그릇 위에 삼제(술을 세 번 조금씩 따르는 것)하면 돕는 이는 잔을 올리고 밥그릇 뚜껑을 열어 놓는다. 이에 제주는 두 번 절하고 물러난다.
2.제주는 "주님의 보살핌으로 오늘 다시 00께 제사를 올리게 되었나이다. 이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드리는 저희의 정성과 사모하는 마음을 받아주소서. 저희는 언제나 00을 기억하여 이 제사를 드리오니 00께서는 저희가 주님의 뜻을 따라 화목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하느님께 빌어주소서"라고 조상께 고한다.
3.이후 제주는 코린토 1서 2장 9절 또는 로마서 14장 7절부터 9절까지를 봉독하거나 알맞은 말로 참석자들이 조상을 기억할 것을 권한다. 이어 제주는 국그릇을 거둔 뒤 냉수나 숭늉을 올리고 모든 참석자와 함께 작별 배례로 두 번 절한다.
4.제사를 마치면 조상과 가족, 친척들과 통교를 더욱 깊게 할 것을 결심하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성가를 부른다. 영정(위패)을 따로 모신 다음 참석자들은 술과 음식을 나눈다. 이 식사는 사랑과 일치의 식사로, 조상과 가족간 통교를 더욱 깊게 하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축제의 기쁨은 이웃, 특히 소외된 형제들에게 확장돼야 한다.
정리=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출처 : 평화신문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350534&path=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