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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독수리 카테고리 |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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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5-11-14 조회수1,216 추천수1 신고
[성경속 상징] 7 - 독수리
 
하느님을 대리한 심판자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이스탄불 총대주교좌 성당 외벽 정면에 있는 머리 둘 달린 독수리 문장. 머리 둘 달린 독수리 문장은 비잔틴 황실과 정교회를 상징한다. 사진제공=주호식 신부
 
 
유럽 문화에서 독수리만큼 큰 영향을 준 동물이 또 있을까? 독수리는 용맹스러운 동물의 왕이다. 푸른 창공을 높이 비상하는 독수리는 용맹, 위엄, 자유 등을 상징한다.
 
독수리는 로마제국의 상징이었다. 로마가 독수리를 황제와 제국의 상징으로 정한 이후 많은 나라나 왕들이 독수리를 지배자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962년 프랑크 왕국의 오토대제가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됨으로써 독수리를 정식 문장으로 사용했다. 후에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독일 황제가 겸함으로써 독수리는 오늘날에도 독일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황제나 나폴레옹 황제의 문장에도 독수리를 사용했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의 문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독수리가 씩씩하고 용맹한 기상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독수리류는 강한 힘 때문에 바빌로니아 시대 이후로 힘과 권위의 상징이 돼왔다.
 
신화와 상징의 세계에서 독수리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새도 없다. 독수리는 어디에서 서식하든지 새들의 왕으로 간주된다. 수메르의 신은 사자 머리를 한 독수리였다. 로마인들은 황제의 시신을 화장할 때 독수리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는데 이 의식을 통해 죽은 이의 영혼이 신들의 세계로 들어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독수리는 이스라엘을 구한 상징적 동물로 표현되고 있다. 성경에서 위풍당당하게 공중에 날아다니는 독수리는 힘과 인내의 상징이다.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이사 40,31).
 
하느님께서 선택한 백성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표현할 때도 독수리에 비유한다. "너희는 내가 이집트인들에게 무엇을 하고 어떻게 너희를 독수리 날개에 태워 나에게 데려왔는지 보았다"(탈출 19,4).
 
독수리는 하느님 심판을 상징하기도 한다. "주님께서는 너희를 치라고 땅 끝 먼 곳에서 한 민족을 데려오실 것인데, 너희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하는 그 민족이 너희에게 독수리처럼 날아들 것이다"(신명 28,49).
 
에제키엘 예언서에서 날개가 크고 깃이 길고 털이 많은 큰 독수리는 바빌론 및 이집트 등 강대한 제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큰 날개가 달리고 깃털이 많은 큰 독수리가 또 하나 있었다. 그러자, 포도나무가 뿌리를 그 독수리 쪽으로 돌리고 줄기를 그쪽으로 내뻗었다. 포도나무는 자기가 심긴 밭이 아니라 그 독수리에게서 물을 얻으려는 것이었다"(에제 17,7).
 
예수님은 큰 재난을 예언할 때 독수리에 비유하셨다. "주검이 있는 곳에 독수리들이 모여든다"(마태 24,28). 이 말씀은 로마에 의한 예루살렘의 멸망을 예언한 말씀으로도 유명하다. 즉, 독수리가 먹이를 찾아내듯 유다인들을 찾아내 파멸시킨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또한 독수리는 하느님 의지, 하느님의 뜻을 이룰 사람 또는 군대로서 하느님을 대리한 심판자로 비유되기도 했다. 초대교회에서 독수리는 하느님 말씀과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성당에 날개를 편 독수리의 모양을 조각한 설교대가 많았다.
 
[평화신문, 제975호(2008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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