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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의 시나이산 등정 2(탈출 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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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3-13 조회수2,310 추천수0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모세의 시나이산 등정 2(탈출 34장)

 

 

지난 순례에서 우리는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 앞에서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십계판을 깨트리는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계명을 어김으로써, 곧 계약의 조건을 위반함으로써 계약은 파기되었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간절한 중재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용서하셨고, 그들과 다시 계약을 맺고자 하십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돌 판 두 개를 새로 깎아서 산에 올라오라고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이튿날 아침 일찍 돌 판 두 개를 손에 들고 시나이산으로 올라갑니다. 이때 모세는 어떤 마음으로 산에 올랐을까요? 모세의 첫 번째 시나이산 등정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계약이 체결되면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실 것이기에 약속의 땅으로 가는 여정은 순탄하리라 기대하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계약을 체결한 직후에 금송아지 숭배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을 본 모세는 이 백성과 함께하는 여정이 결코 수월하지 않을 것임을 직시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모세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에 이 백성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들이 조금만 더 순종하는 백성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이 모든 바람을 내려놓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모세로서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과연 내가 이들과 함께 이 길을 가야만 하는가? 이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을까? 이 백성은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기는커녕 그 뜻에서 점점 멀어져가지 않는가?’ 어쩌면 모세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나이산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구름에 싸여 내려오셔서 모세의 이런 속마음을 알고 계시기나 한 것처럼 그에게 당신의 자비하신 속성을 계시하십니다.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며 천대에 이르기까지 자애를 베풀고 죄악과 악행과 잘못을 용서한다.”(탈출 34,6-7) 모세에게 계시된 하느님의 이 자비로운 속성은 구약성경 곳곳에서 거듭하여 선포됩니다(느헤 9,17; 시편 86,15; 103,8; 145,8; 요엘 2,13 등 참조). 모세는 하느님의 이 말씀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면서 그들과 함께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탈출 32-34장에 나타난 모세의 중재 노력은 모두 이스라엘을 떠나시려는 하느님께서 그 의도를 돌이켜 그들 가운데 현존하시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모세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과 계약을 체결하십니다. 이 계약 역시 처음 계약처럼 조건적인 계약입니다. 그들이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것을 잘 지켜야만 이 계약의 효력은 유지될 것입니다. 이번에도 하느님의 명령은 열 가지 말씀(십계명)으로 선포됩니다(탈출 34,11-26). 그런데 이 열 가지 말씀은 탈출 20장에서 선포된 것과 다소 다릅니다. 주로 전례 의식과 관련된 규정들이 많아서 학자들은 이 십계명을 “의식 십계명”이라 부릅니다. 모세는 첫 번째 시나이산에 올랐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40일간 단식하며 계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직접 판에 기록합니다. 왜 모세는 단식하였을까요? 그리고 이 40일간의 단식 피정의 결과로 모세는 얼굴이 빛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빛나는 얼굴로 산에서 내려와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언제 빛이 납니까? 사람과 사람이 서로 진심으로 사랑을 주고받을 때 그들의 얼굴은 빛이 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한 사람의 얼굴도 환하게 빛납니다. 또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자신의 의지를 눌러 이긴 사람의 얼굴에도 빛이 납니다. 모세의 경우는 이 후자라 할 것입니다. 그는 하느님의 자비하신 속성을 본받아 그도 역시 하느님처럼 백성을 안고지고 가리라 결심하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한 영혼 안에서 참으로 주님이 되실 때, 그 영혼이 자신의 주도권을 하느님께 내어드리고, 그분의 뜻에 온전히 동의하게 될 때 그의 얼굴은 모세처럼 빛이 날 것입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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