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4: 왕정의 출현. 다윗, 솔로몬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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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4-11 | 조회수2,486 | 추천수0 | |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 (4) 왕정의 출현. 다윗, 솔로몬까지
한 나라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있어야 한다. 백성, 땅, 법.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선택하시어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셨고, 시나이에서 계약을 맺어 그들을 당신의 ‘백성’으로 만드셨다. 이어서 그들에게 율법을 주시면서 그들이 살아가야 할 ‘법’을 제정해 주셨고, 마침내 그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시며 그들을 온전한 나라로 만드셨다.
하지만 백성들은 더 나아가 임금을 필요로 했다. 하느님께서 판관들을 통해 백성들을 지켜주셨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불안했던 모양이다. 주변의 민족들은 언제 다시 침입할지 몰랐고, 판관은 그때그때 세워지는 인물들이어서, 항구적인 제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울이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으로 추대되기 이전에도 백성들은 이미 판관 시대에 기드온을 찾아가 “당신과 당신의 자자손손이”(판관 8,22) 다스려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기드온은 “여러분을 다스리실 분은 주님이십니다”(판관 8,23)라며 거절했다. 이스라엘의 임금은 하느님 한 분 뿐이시기 때문이다. 성경은 어떤 임금도 이스라엘의 절대 군주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 백성들이 누구를 임금으로 세우더라도, 임금은 하느님 아래에 있어야 했다.
다윗이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 꼽히는 이유는 이러한 임금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왕정 제도 자체가 종교적 의무를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다윗에게 있어서 임금은 백성들을 하느님께로 이끌고,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도구적인 인물에 불과했다.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다윗이 꿈꾸는 나라는 현실에서 실현될 신앙 왕국이었다.
임금에게 예언자가 있다는 것 역시 이러한 임금의 위치를 잘 보여준다. 임금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하지 않는다면, 예언자는 그 임금을 일깨워주어야 했다. 다윗 역시 죄를 짓는 인간이었지만, 그는 예언자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그에 순명할 줄 알았던 왕이다. 이에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이상적이며, 이후의 임금들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예언자들에게 귀 기울이며 율법에 순종했던 임금이었기 때문이다.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 역시 처음엔 아버지처럼 뛰어난 임금이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솔로몬 임금은 부와 지혜에서 세상의 어느 임금보다 뛰어났다" (1열왕 10,23). 그는 7년에 걸쳐 성전을 지었고 이스라엘 왕국을 가장 번성하게 만들었던 임금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이 한결같지 못했음을 성경은 지적한다(1열왕 11,4), 외국 여자들을 아내로 맞아들였고, 산당의 제사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아버지 다윗과는 달리, 나의 길을 걷지 않고, 내 눈에 드는 옳은 일을 하지도 않았으며, 나의 규정과 법규를 지키지도 않았다(1열왕 11,33).
솔로몬의 시대가 외적으로는 이스라엘 역사상 최고의 번성기로 묘사되었을지라도, 성경 저자의 눈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업적은 중요하지 않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훌륭한 임금의 요건이었다.
[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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