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종려나무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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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4-11 | 조회수3,696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종려나무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이스라엘의 광야는 척박하지만, 여기서도 잘 자라는 과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종려나무입니다. 성경에 ‘야자나무’(palm tree)로 나오고, 팔마(palma) 나무로도 통하는데요, 여기서 열리는 열매가 대추야자입니다. 대추야자는 광야의 길손에게 요긴한 식량이었지요. 먼 길에 지친 이들에게 영양분을 빠르게 공급해주고 말린 열매는 휴대도 가능하였습니다. 옛 랍비들은 가나안의 일곱 토산물 가운데 하나인 “꿀”(신명 8,8)을 대추야자 시럽으로 풀이하였습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마태 3,3)였던 요한이 거기서 먹은 “들꿀”(마르 1,6) 역시 이것으로 추정됩니다. 광야의 오아시스인 예리코에서 특히 잘 자라, 성경에서 예리코는 “야자나무 성읍”(신명 34,3)으로 통하지요.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전 예리코에 들르셨을 때 소경을 치유해 주십니다(루카 18,35-43). 이는 눈먼 이스라엘을 일깨우신다는 상징성을 지닌 기적인데요, 예수님처럼 예루살렘으로 가던 길에 예리코에서 쉬어 간 이들이 이 기적을 목격하고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주도적으로 환영했을 수 있습니다.
종려나무는 줄기가 곧고 키가 큰 상록수라 의인의 상징이자(시편 92,13) 머리 곧 수장의 상징이었습니다. 이사 9,13과 19,15에서는 야자나무를 ‘머리’에 견줍니다. 이는 야자수의 가지가 뻗은 형상이 머리 모양을 닮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판관 시대에는 드보라가 이 나무 밑에 앉아 재판을 하였고(판관 4,5), 2마카 14,4에서는 알키모스가 데메트리오스에게 ‘승리한 임금’의 상징으로 금관과 야자나무 가지를 바칩니다. 무엇보다 ‘임금이신 하느님’을 기념하는 명절인 초막절(즈카 14,16)에 야자나무의 가지가 쓰였지요(레위 23,40). 또한 솔로몬은 주님 성전에 야자나무를 새겨(1열왕 6,29) 임금이신 하느님을 기념하였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군중이 이 가지를 흔들며 임금님 맞이하듯 환영한 것도 당연했을 터입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 외쳤다. ‘호산나! (…) 이스라엘의 임금님은 복되시어라’”(요한 12,13).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시작된 벳파게(마태 21,1)는 예루살렘 동쪽의 올리브 산에 자리해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성전의 제사 빵을 벳파게에서 가져왔다고 하니(『미쉬나』 므나홋 11,2 참조) 생명의 ‘빵’(요한 6,35)이자 파스카의 희생 ‘제물’이 되실 예수님께서 벳파게에서 입성을 시작하신 데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당시의 종려나무는 멸종하였고 지금은 수입종이 자랍니다. 그런데 1960년 초·중반 반가운 일이 있었는데요, ‘마사다’(열혈당원 항전지)라는 유적지에서 종려나무 씨앗이 발견된 것입니다. 예수님 시대의 것으로 밝혀진 이 씨앗들은 2005년 ‘크투라’라는 키부츠(집단농장)에 심겼고, 놀랍게도 싹을 틔웠습니다. 이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이 나무는 구백육십구 년을 살아 성경에서 가장 장수한 “므투셀라”(창세 5,27)의 이름으로 칭해집니다. 므투셀라는 먼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흔들었을 종려나무 가지를 재생해주니 성지(聖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귀한 희망나무라 하겠습니다. 이제 곧 그 열매도 맛볼 수 있지 않을까요?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4월 10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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