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분이 있는 한 청년이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외적인 자세에 대해서 질문을 해 왔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 기도를 바칠 때,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팔을 벌린다거나 옆 사람과 손을 잡는 것이 어떤 유래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지요. 미사에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부분은 영성체 예식이 시작됨을 뜻합니다. 주님의 기도는 사제가 이 기도에 대한 권고를 함으로써 다 함께 바치도록 초대됩니다.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혹은 “주님께서 친히 가르쳐주신 기도를 다 함께 정성 들여 바칩시다”가 우리가 흔히 듣는 권고입니다. 이 권고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이 기도를 바치는 이들이 누구(하느님의 자녀, 미사에 참여한 회중)이며, 이 기도를 가르쳐 주신 분(예수님)이 누구인지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의 유래를 안다면, 우리는 더욱 정성껏 기도를 바칠 수 있습니다. 복음에서 우리는 주님의 기도가 전수된 유래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마태 6,9-13; 루카 11,2-4). 주님의 기도가 미사 전례에 도입된 것은 4세기라고 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교황 바오로 6세가 전례에 변화를 주기 전까지, 주님의 기도는 사제 혼자 바치고 기도 끝에 회중이 ‘아멘’으로 응답하는 기도였습니다(“전례사전” 참조). 하지만, 제2차 바티칸공의회 뒤에는 주례자와 회중이 함께 이 기도를 바치고 ‘아멘’은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익숙한 형태이니 잘 아실 겁니다(무심결에 “아멘’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 반대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는 주님의 기도 마지막에 아멘이 잘 안 나오기도 하지요). “아멘”을 하지 않은 채,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라는 '응답 영광송'을 바로 이어서 하고, 주님의 기도와 평화의 인사가 한 덩어리의 기도 형식을 이루기에 중간에 ‘아멘’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조학균 신부, “미사 이야기” 참조) | | | ▲ 갈리스토의 무덤에 있는 성찬례 프레스코화.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 팔을 벌려 기도하고 있다.(이미지 출처 = en.wikipedia.org) |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르면, 미사를 주례하는 사제나 공동 집전자들은 다 함께 팔을 벌려 회중과 함께 기도합니다.(제237항) 사제가 팔을 벌려 기도하는 자세(미사 중에 여러 번 보실 수 있습니다)는 나무를 연상시킵니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나무는 그 자체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는 의미로서, 기도가 항상 하느님을 향하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어떤 분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은총을 모아 받을 수 있다고 ‘깔대기’ 기도 자세라고도 하더군요) 자세라고 하겠습니다. 로마 근교 카타콤바의 지하 동굴 벽화에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팔을 벌려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팔을 벌린 자세는 이때부터 이미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조학균 신부, 앞의 책 참조) 정리해 보면,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내적인 자세와 외적인 자세를 의식한다면 더욱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내적인 자세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그분의 가르침에 따라 정성껏 마음에 새기며, 우리가 그분을 따르는 이들임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외적인 자세는, 우선 주례자와 공동집전자들이 보여 주듯, 하느님을 향하는 형상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미사 경본 총지침”에는 사제와 공동집전자들만 팔을 벌려 기도한다고 명시되어 있기에 신자들은 손을 합장한 채 기도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자세이지만, 팔을 가볍게 벌려 기도하는 것을 권장해 볼 만합니다. 서품을 준비하기 위해 유럽에 있을 때, 저는 미사 중 손바닥을 하늘로 향한 채 가볍게 팔을 벌리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쩌면 카타콤바의 그 그림을 이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어렵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이 옆 사람과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자세인데, 이것도 보기 좋습니다. 누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공동체의 일치감을 뚜렷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주례자와 회중이 ‘함께' 바치는 기도라는 것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 줍니다. 팔을 벌리는 자세는 신자 개인이 그 자세를 선호하면 옆 사람과의 간격을 감안해서 적당히 팔을 벌리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손을 잡는 자세는 주례자가 초대하지 않으면 무턱대고 할 수 있는 자세는 아닙니다. 옆 사람들이 서로 친분이 있다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이웃의 동의도 없이 손을 덥썩 잡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설령 주례자가 손을 잡자고 초대를 해도 속으로 ‘옆 사람이 감기에 걸렸는지 어찌 알아...?’하며 찜찜해 하실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은 만약 그런 기회가 오면, 가능하면 살짝 손을 내밀고, 미사 뒤에 바로 손을 씻기 바랍니다. 그런 분들이 심적인 불편을 넘어, 이웃을 위해 팔을 벌려 잠시라도 자기를 개방함으로써 관대함을 실천한 것과 그만큼 주님의 기도가 가지는 공동체성(하늘에 계신 “내”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을 보여 준 것에 대해 공동체는 감사할 것입니다. 아울러 주님의 기도가 계속해서 평화의 인사와도 연결되어 있기에 이 기도가 가지는 공동체의 연대감은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속풀이의 독자 여러분은 어떤 자세가 마음에 드시나요? 전체 회중이 모이는 미사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작은 동아리 형식의 모임에서 미사를 봉헌하실 기회가 있다면,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고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자세를 미사 주례자에게 제안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부활의 평화와 기쁨이 여러분과 함께! 박종인 신부 (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원(경기도 가평 소재) 운영 실무 서강대 '영성수련' 과목 강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