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편도꽃과 아몬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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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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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23 | 조회수2,443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편도꽃과 아몬드
편도 열매와 편도나무 둘 다 히브리어로 ‘샤케드’입니다. 입춘을 알리는 나무임을 암시하듯 그 뜻은 ‘지켜보다’ ‘방심하지 않다’입니다: “예레미야야, 무엇이 보이느냐?” “편도나무 가지가 보입니다.” “잘 보았다. 사실 나는 내 말이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예레 1,11-12). 사실 편도라는 이름이 생소해서 정체를 얼른 인식하기 어렵지만 알고 보면 친숙한 열매입니다. 바로 아몬드입니다. 아몬드는 견과류로 종종 오해 받지만 복숭아처럼 핵과(核果), 곧 씨가 단단한 핵으로 싸여 있는 열매입니다. 『공동번역 성서』에는 감복숭아로 나오는데, 『성경』의 편도(扁桃)에서 ‘도’자 역시 ‘복숭아’를 뜻합니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특징도 두 나무의 공통점이지요.
편도꽃은 흰색과 분홍 두 종류로 피는데요, 분홍 꽃의 열매는 달콤하고 흰 꽃의 열매는 쓴 맛이 납니다. 흰 편도꽃은 성경에서 코앞에 닥친 죽음, 노년의 백발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쓰였습니다: “편도나무는 꽃이 한창이고 (…) 인간은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가야만 하고, 거리에는 조객들이 돌아다닌다”(코헬 12,5). 또한 편도나무는 임박한 재앙에 대한 신호로도 등장합니다(예레 1,11-12). 이는 잎이 나기 전에 꽃부터 피는 편도나무처럼 유다 왕국의 재앙이 그만큼 빠르게 닥쳐오리라는 경고입니다. 기원전 587/6년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바빌론의 침공을 예고했던 것이지요.
주변의 일상을 비유 대상으로 삼아 군중을 가르치신 예수님(마태 13,1-53 등)께서는 편도나무에 대해 언급하신 바가 없지만, 예수님도 편도꽃이 만발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구약의 이야기들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이른 봄, 성지에 가면 편도꽃의 우아한 아름다움 속에 구약의 여러 이야기들을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5월 22일 부활 제6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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