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9: 창조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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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5-30 | 조회수1,820 | 추천수0 | |
구약 성경의 12 순간들 (9) 창조 이야기
왜 창조 이야기가 이제야 나올까? 창조 이야기라면, 시간 순서상 가장 처음 언급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렇다. 하지만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의 창조주이심을 ‘유배’ 이전에는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유배를 겪고, 하느님께서 유일하신 분이심을 확고하게 깨닫고 난 뒤에야 백성들은 자신들의 하느님이 온 세상의 창조주이기도 하심을 알아보았다. 유일신이며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확고한 깨달음, 이것은 대단한 사건이었고, 대단한 영적 진보였다. 이제야 백성들은 고백한다.
“주님은 영원하신 하느님 땅 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이사 40,28)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요청된다. 하느님이 이스라엘만의 민족신이 아니라 온 세상의 창조주이심을 이제는 모든 민족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 전엔 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았다. 시나이 계약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백성이 되고, 하느님이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심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유배를 가보니 그곳엔 이미 바빌론으로 유배 온 여러 민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백성들은 다양한 민족과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이미 자신들의 신들이 있었고, 종교가 있었고, 여러 설화들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들은 각 천체들(태양, 달, 별)이나 불, 물과 같은 자연 요소들을 숭배하고 있었다. 그들은 태양신을 섬겼고, 불의 신을 섬겼다. 만신전에는 수많은 남신과 여신이 가득했다. 신들은 먹을 것을 필요로 했고, 자신들을 위해 제사음식을 올리고, 시중을 들어줄 인간들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일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고 했다. 인간은 신들을 대신해서 일을 해야 할 일꾼에 불과했다.
‘어? 이건 아닌데’. 백성들이 체험한 하느님은 그러한 분이 아니셨다. 성실함과 정성으로 모든 피조물을 대하는 분이셨고, 인간을 당신의 모상으로 만들어 귀하게 여기시며, 인격적으로 관계 맺으시는 분이셨다. 이방 민족들이 숭배하는 많은 신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것들은 실상 하느님의 창조물일 뿐이다. 그것들에 고개 숙이는 것은 어리석은 우상 숭배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창세기는 이렇게 말한다(모세오경은 유배 이후에 완성되었다). “하느님께서는 큰 빛물체 두 개를 만드시어, 그 가운데에서 큰 빛물체는 낮을 다스리고 작은 빛물체는 밤을 다스리게 하셨다”(창세 1,16). 숭배의 대상이었던 ‘태양’, ‘달’과 같은 용어는 아예 쓰지도 않는다.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고대 근동의 민족들을 향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일침이다. 이 세상 모든 피조물들을 다스리도록 하시려 우리 인간을 만드셨는데, 대체 누가 누구를 숭배한단 말인가?
시편의 아름다운 노래가 떠오른다.
“우러러 당신의 하늘을 바라봅니다. 당신 손가락의 작품들을, 당신께서 굳건히 세우신 달과 별들을,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십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4-5)
[2022년 5월 29일(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청소년 주일) 원주주보 들빛 3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성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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