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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의회 과정] 8 - 전례헌장(하)/ 정의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부총장) 카테고리 | 천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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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6-08-13 조회수1,201 추천수0 신고
[공의회 과정] 8 - 전례헌장(하)/ 정의철 신부(가톨릭대 신학부총장)
보편지향기도, 신자들 스스로 준비해 바쳐야


 

▲ 전례는 변경할 수 없는 부분과 변경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시대 흐름에 따라 전례 본질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들은 바꾸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예식서가 바뀌었다. 예전엔 어린이 세례 예식서가 따로 없었다. 사진은 어린이 세례 장면.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 촉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전례는 성직자에게 집중돼 있었고 신자들은 수동적 자세로 임했다.

 그러나 공의회 이후 달라져 성직자 중심에서 벗어났다. 예를 들면 '사제가 준비되면 입장한다'에서 '신자들이 모이면 사제가 입장한다'로 미사 예식이 바뀌었다. 신자들 기도도 보편지향 기도로, 층계송도 화답송으로 그 의미에 맞게 이름이 바뀌었다.

 예전엔 미사 때 말씀의 전례 후에 예비신자들을 돌려보내고 신자들만 모여 성찬의 전례를 거행했다. 그래서 신자들의 기도라고 했다. 이제 보편지향기도로 바뀌었으니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위해 그에 맞게 신자 공동체가 스스로 준비해 바쳐야 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중앙'에서 만들어진 기도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이 기도는 참조용일 뿐이다. 결국 사제나 신자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례헌장은 전례에 대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강조한다.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한 참여는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것이다… 거룩한 전례의 쇄신과 증진에서는 온 백성의 완전하고 능동적 참여를 위해 최대한 관심을 기울여하 한다. 그러한 참여는 신자들이 거기에서 실제로 그리스도 정신을 길어올리는 첫째 샘이며 또 반드시 필요한 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혼의 목자들은 모든 사목활동에서 마땅한 교육을 통해 이를 성실히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먼저 영혼의 목자들이 전례의 정신과 힘에 완전히 젖어들고 또 전례의 스승이 돼야 한다"(14항).

 전례의 능동적 참여를 전례헌장 여러 곳에서 언급한다. 온전한 능동적 참여를 위해서는 내적 이해가 우선돼야 하며 그런 다음 표현, 즉 활동적 참여로 유도해야 한다. 능동적 참여는 환호 찬송 몸짓 표정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때로 보고 듣고 침묵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내면적 준비가 충실해야 환호와 같은 외적 표현이 터져나온다. 그런데 미사 때 신자들을 보면 입도 제대로 벌리지 않는 신자들이 있는가 하면 내적 의미없이 그저 형식적으로 따라하는 신자들이 있다.

▨전례학과 전례교육에 대한 재평가
 
 전례는 삶과 떨어질 수 없다. 전례교육도 삶과 연결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 이제까지 전례 교육은 교회법에서 규정한 전례서 예규를 어떻게 실천하는가 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즉 미사 전례서에 빨간 글씨로 사제의 행동을 지시하는 내용을 설명하거나 그 의식의 역사적 유래를 강의하는 정도였다.

 전례 헌장은 전례에 대한 학문이 신학교와 수도자 신학원의 필수 전공과목이어야 하고 대학 신학부에서 주요 과목이어야 하며 신학, 역사, 영성, 사목, 법률의 측면에서 다뤄야 한다(16항)고 밝힌다. 또 교의신학, 성경, 영성신학, 사목신학이 전례 안에서 깊은 일치성을 이뤄야 한다며 그 연계성을 강조한다. 현대 신학은 전례를 중심으로 교회의 살아있는 사목 활동을 구원사적 시각 아래 연구하는 종합적 학문이다.

 한국교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례 교육은 그동안 별로 없었다. 성경공부 붐은 일어났지만 전례교육은 이제 조금씩 움직임이 보인다.
 
▨전례에 대한 개혁 원칙과 기준

 전례는 변경할 수 없는 부분과 변경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시대 흐름에 따라 전례 본질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들은 바꿔야 한다. 그러나 전례문과 예식은 그것이 뜻하는 거룩한 것들을 더 분명하게 표현하도록 정리해야 하고 신자들이 그것들을 쉽게 깨닫고 공동체 고유의 전례 거행에 온전히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전례헌장 21항).

 이에 따라 예식서가 개정됐다. 어린이 세례 예식서와 어른 입교 예식서를 들 수 있다. 예전엔 어린이 세례 예식서가 따로 없었다. 어린이 실정에 맞게 만든 것이 어린이 세례 예식서다. 어른 입교 예식서도 전통을 살리면서 시대 흐름에 따라 개정됐다.

 예전엔 세례 예식 때 소금을 입에 넣어줬다. 악으로부터 오는 부패를 막는다는 의미다. 구마 예식 때는 치유적 의미로 침을 발랐다. 그러나 이런 표지가 오늘날에는 적절하지 않고 또 비위생적이어서 없앴다. 장례미사 때 사제가 입던 검정색 제의도 흰색으로 바뀌었다. 죽음 차원만 강조했던 것에서 파스카 의미를 강조하는 신학적 사상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또 현대적 상황에 비춰 사라진 초대 교회 전통을 복구하기도 했다.

 전례헌장은 전례의 본질적 일치와 중앙집중화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개별 국가나 교구들에 직접 해당되는 사안들에 대해선 개별 주교회의나 주교들에게 권한을 넘겨 줄 것을 규정했다(22항).
 
▨전례 토착화 의미

 "가톨릭 신앙을 강화하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풍습을 쇄신하며 교회 생활을 우리 시대 요구에 적응시키는 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목표다. 이 내용을 현대화(Aggiornamento)라 표현했다. 공의회 이후 유행했던 단어다.

 현대화는 시간적 현대화와 공간적 현대화로 나눌 수 있다. 시간적 현대화는 항상 성령의 입김으로 새로워져야 하고 이를 위해 복음으로 되돌아가 순수한 신앙을 재발견하면서 시대 요구에 맞춰 쇄신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공간적 현대화는 교회가 어느 지역이나 민족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고 그들 생활에 적응해 뿌리를 박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토착화를 말한다.

 토착화는 단순히 교회 전통적 요소나 지역 또는 민족적 요소를 적당히 혼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치 속에 다양성을 지닌 보편교회로서 특성을 살리는데에 그 목적이 있다. 토착화 대상은 풍습, 사상, 종교 등 한 지역이나 민족 고유한 생활 양식과 문화적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전례는 교회 신앙을 이러한 인간의 생활 양식을 통해 예식화한 교회 얼굴로서 문화를 통해 구체화된다.

 그런데 토착화의 스승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볼 수 있다. 하느님이 인간이 되신 그 자체가 토착화다. 성부의 뜻을 충분히 따르면서 온전한 인간으로 지상생활을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지상 생활에서 평범한 나자렛 사람으로 사셨다. 일상 생활과 동떨지지도 않았고 궤변도 늘어놓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과 지상생활이 가장 완전한 토착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토착화는 이질감을 주지 않는 것이다. 초대 교회 사도들도 이방인 지역에 가서 그들 문화에 적응했다. 몸소 실천한 것이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다"(1코린 9, 22)는 바오로 사도를 통해서도 토착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례 토착화 원칙
 
 전례 토착화는 먼저 성경과 교회 전승에 바탕을 둬야 한다. 토착화는 고유 주체를 살리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토착화가 지향하는 것은 인간을 하느님께 인도하는 것으로, 신앙의 영역에서만 가능하고 문화적 가치는 그리스도교화할 수 있는 조건에서만 받아들일 수 있다. 토착화를 이루려면 먼저 성경과 교회 전승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전례 토착화도 순수 신앙과 이를 바르게  표현한 예식을 배우는 것이 첫번째 작업이다.

 전례는 믿는 바를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전인적 행위다. 자신이 행하는 예식 의미를 알지 못하면 전인적 행위가 되지 못하기에 그런 예식은 결함이 있다. 비록 예식 의미를 깨달았어도 그 예식 자체가 인간 행동 양식과 맞지 않으면 능동성과 적극성이 결여되기 마련이고 결국 전인적 행위로 이끌지 못한다. 문화와 풍습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와 풍습을 등진 전례는 인간의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지 못하고 바깥에서만 머무는 피상적 행위가 되기 쉽다. "교회는 여러 민족과 인종의 정신적 유산과 자질을 개발하고 향상시킨다"(전례헌장 37항).

 전례 토착화를 위해서는 해당 민족에 대한 사랑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우리 것을 많이 알아야 한다. 우리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토착화를 이룰 수 없다. 해외 선교사들도 선교하는 지역 사람으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전례헌장은 실천적 문제를 다루고자 신학적 문제를 먼저 끌어내 신학적 토대위에 전례에 대한 기존 인식부터 바꾸도록 했다. 전례헌장은 서론, 거룩한 전례의 쇄신과 증진을 위한 일반 원칙, 성체성사의 지성한 신비, 다른 성사와 준성사, 성무일도, 전례 주년, 성음악, 성미술과 성당 기물 등 제 7장 129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달력 개정에 관한 선언이 있다.

정리=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http://www.pbc.co.kr/CMS/newspaper/view_body.php?cid=206935&path=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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