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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6-10-19 조회수2,453 추천수0 신고
[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4)구약성경에 하늘신은 없다

하늘신, 신격 아닌 공간 의미

 


  인류 최초의 문명을 일군 수메르인들에게 하늘신은 선과 악을 관장하는 최고신이었다. 하늘신은 모든 신의 아버지였으며, 왕권을 지정하는 존재였다. 그러한 최고신도 시대가 바뀌면 다른 신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어주는 '물러난 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하늘신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히타이트와 우가릿 등이 있었던 북서셈어(가나안어ㆍ아람어ㆍ히브리어 등) 지역과 남부셈어(아랍어ㆍ에티오피아어 등)를 쓰는 이집트 일대에서는 하늘신을 최고신으로 여기지 않았다. 대신 하늘을 장소의 뜻으로 많이 썼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은 어떨까.

 히브리어로 하늘을 '샤마임'이라 한다. 샤마임은 늘 복수형으로 쓰였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하늘이 여러 겹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파란 하늘이 물로 가득 차 있다고 여기기도 했다. 하늘 위에 또 여러 겹의 하늘이 존재하며, 그곳에는 신들이 산다고 생각했다. 가장 높은 하늘에는 최고신이 산다고 믿었다. 그래서 하늘을 복수형으로 썼다.

 샤마임은 구약성경에 무려 420번 이상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서 하늘은 하늘신을 의미하기보다 공간을 뜻했다. 구약성경에서 하늘이 신적 존재로 등장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
 수메르인부터 고바빌론시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하늘신은 최고신의 지위를 누렸다. 하지만 고대 이스라엘 종교에서 하늘신의 의미는 철저히 탈색됐다. 고대 이스라엘 신학자들이 하늘신에 대한 표현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구약성경에서 하늘은 일차적으로 공간일 뿐이다. 구약성경은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분'으로 표현한다. '하늘에 좌정하신 분께서 웃으신다'(시편 2,4), '주님께서는 당신의 거룩한 궁전에 계시고 주님의 옥좌는 하늘에 있어 그분 눈은 살피시고 그분 눈동자는 사람들을 가려내신다'(시편 11,4)고 한다. 이처럼 구약성경에서 하느님은 하늘이 아니고, 하늘도 하느님이 아니다. 하늘은 하느님이 계신 공간일 뿐, 신은 아니다.

 구약성경은 하늘에 인격이 있다고 오해할 만한 표현을 최대한 피하려고 애썼다. 아브라함이 하늘에 대한 믿음을 보이고자 외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칠 때 창세기 저자는 하늘에서 주님의 천사가 말했다는 표현을 쓴다. 구약성경의 저자들은 하늘이 인격화되는 표현을 삼간 것이다. 하늘을 장소로 이해한 까닭은 하늘을 하느님의 피조물로 여겼기 때문이다.

 #탈신화화(脫神話化, Entmythologisie rung)란?
 유명한 신약성경 학자 불트만(Bultmann)은 1920년대 '탈신화화'란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신약시대 세계관은 신화적이어서 현대의 과학적 세계관과 큰 차이가 나므로 일종의 해석학적 여과장치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신화의 언어를 탈신화화해서 그 속뜻을 합리성과 과학에 익숙한 현대인의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신화화를 통해 고대 표현을 살리고 현대인들의 이해를 돕는 해석학적 틀을 제시했다.

 성경은 신화적 세계관과 신화적 언어에 익숙한 옛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였다. 과학과 합리주의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신화의 내용을 낯설게 느낄 수 있기에 신화의 언어에 담긴 속뜻을 잘 이해해야 한다.

 불트만의 주장처럼 우리는 당시 세계관을 먼저 파악하고, 신화의 언어를 벗겨내(탈신화화) 하느님 뜻을 이해해야 한다. 탈신화화는 '의미의 현재화'다. 탈신화화는 시대를 넘어 그 의미를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한다.

 신약성경학에서 널리 수용되는 이 이론은 고대 이스라엘의 믿음을 새롭게 이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유일신 신앙이란 독특한 믿음을 보존한 고대 이스라엘은 주변 강대국의 신화에서 많은 요소를 받아들였지만, 자신의 야훼 신앙에 맞춰 섭취하고 소화하여 고유한 믿음을 지켜냈다.

 고대 이스라엘 신학자들은 고대 근동 종교의 표상을 탈신화화해 야훼 신앙으로 소화했다. 이를 '고대 이스라엘의 탈신화화'와 '재신화화'(再神話化)라고 부를 수 있다. 탈신화화와 재신화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창세기 1장의 창조 이야기다. 큰 나라의 큰 신들을 한낱 피조물로 만들어 그 권위를 추락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정리=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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