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천사관의 발전 | 카테고리 | 천주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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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정임 | 작성일2016-10-26 | 조회수2,437 | 추천수0 | 신고 |
천사는 누구인가?
천사는 누구인가
천사(天使)라는 호칭은 하느님의 심부름꾼인 영적 존재들의 직명(職名)이다. 이런 존재들의 본성을 가리키는 천신(天神)이라는 용어를 우리 나라와 중국에서 사용한 적이 있었으나 너무 광범위한 개념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메신저라는 한정된 의미로 중세 초기부터 사용된 천사라는 호칭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 하갈에게(창세 16,7), 롯에게(창세 19,1-22), 발람에게(민수 22,22-35) 파견되어 사람을 보호하거나(창세 24,7; 시편 91,11) 사람을 처벌하고 있다(2사무 24,16; 시편 78,49). 케루빔이라는 영적 존재는 하느님의 어좌 노릇을 하고(2사무 22,10; 출애 25,18-20; l열왕 6,23-28), 하느님을 모시는 군대 역할을 한다(여호 5,14; 1열왕 22,19; 호세 12,6; 아모 3,13). 때로는 하느님을 대리하여 천사가 사람에게 나타나서 하느님의 명을 펴고 있다(창세 16,10; 출애 3,2-14).
천사관의 발전
바빌론 유배시가 이후부터 하느님의 절대적 초월성이 강조되면서 하느님의 명을 받아 세상의 자연 현상과 인간 역사를 운전하는 존재로서의 천사관이 발전하였다. 욥기, 다니엘서, 토비트서 등 지혜문학과 묵시문학을 통하여 천사들은 하느님의 아들들, 거룩한 사자(使者), 수호자, 귀한 분, 영(靈) 등으로 불리고(욥 1,6; 2,1; 33,23; 다니 3,92; 7,10) 그들의 소임은 그전 시대의 관념과 비슷하게 인식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착한 천사와 악한 천사(천사와 악마)의 구별이 생기고, 개인이나 도서나 나라의 수호천사라는 개념이 발전하였고. 미카엘(다니 10,13; 12,1) 가브리엘(다니 8,16; 9,21) 라파엘(토비 3,17; 5,4) 등 대천사의 명칭이 사용되었고, 위경인 헤녹서에는 우리엘의 이름이 나온다. 예수님 시대에는 유다이즘의 바라사이파와 엣세네파는 천사를 인정하고 사두가이파는 부정하였다.
신약시대의 천사관은 후가 유다이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천사는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특사이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즈가리야에게(루가 1,11-20), 마리아에게(루가 1,26-38) 파견되었고, 천사는 꿈에 요셉에게(마태 1,20; 2,19), 부활 때에 여인들에게(마르 16,5), 승천 때에 제자들에게(사도 1,11) 흰옷 입은 사람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창조된(골로 1,16) 영체이며(히브 1,14) 하느님의 군대로서(마태 26,53) 그리스도를 섬기고(마태 4,11; 루가 22,43) 사도들에게 봉사하고(사도 5,19; 12,7-10)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마태 18,10).
그리스도께서는 천사들에게 옹위되어 심판주로 재림하시고(마태 16,27; 24,31) 모든 천사들을 지배하신다(마르 13,32; 골로 1,16; 필립 2,10; 히브 1,5). 신약의 서간들은 묵시문학에서처럼 세력, 능력, 권세, 주권, 왕권의 천사들이 언급되어 있고(골로 1,16; 로마 8,38; 1고린 15,24; 에페 1,21) 가브리엘(루가 1,19)과 미카엘(유다 9; 묵시 12,7)의 이름이 나오고, 묵시록에서는 하느님께서 천사들을 이용하여 천지개벽을 주관하고 계신다.
초세기에서 중세기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계의 천사론의 전개는 물론 구약과 신약을 바탕으로 하지만,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성서 밖의 유다이즘과 네오플라토니즘과 백성들의 비성서적인 관념들과 섞여서 복잡하고 유치한 개념들이 혼재하고 있다. 천사의 본성은 비물질적인 영체라 하면서도 일부에서는 비물질적인 육체성을 인정하기도 한다. 또 천사는 하느님 또는 로고스의 창조물이고 이성과 자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범죄할 수도 있어서 범죄한 자는 마귀가 되었고 범죄하지 않는 자는 우리가 말하는 천사라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천사는 본래 성령의 힘으로 성화된 존재라 한다.
천사의 역할도 점점 다기화하고 복잡해졌다. 천사는 하느님을 섬길뿐 아니라 인간 특히 신자에게 봉사한다. 각 사람에게 수호천사가 있고, 각 도시와 나라와 백성에게도 고유한 천사가 있다. 천사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참여한다. 특히 물질의 창조와 인간이 아닌 생물의 창조에 간여하고, 인간의 범죄를 처벌하고, 교회의 전례에 참여하여 지상교회의 기도를 하느님께 바치고, 사람의 죽음에 동참하여 영혼을 하느님께 인도한다.
천사들의 그룹이 넷, 여섯, 일곱 가지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아홉 가지 품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사도 바오로의 여러 서간에 보이는 다섯 가지 품계에 세라핌과 케루빔과 대천사와 천사를 합한 9품으로 정리하여 구품천사론을 전개한 사람이 4세기 말의 소위 아레오파고의 디오니시오였다. 이 천사등급론은 그레고리오 대교황 때부터 널리 유행하였고 스코투스 에리제나가 라틴어로 번역한 11세기부터 서방교회에서도 크게 유행하였다.
교회의 공식 교리
이렇게 복잡하고 세밀한 천사론이지만, 그중에서 교회의 공식교리로 인정된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니케아 신경의 첫 조목 “하늘과 땅과 유형무형한 만물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하는데, 천사는 무형한 만물에 속하므로 천사의 존재는 신앙교리에 속한다. 이것은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1215년)와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70년)의 선언이다(Dz 428, 1783). 그 외에 천사의 본질적 속성이나 역할들이나 수호천사나, 천사의 품계나 기타 주장들에 대하여 교회가 유권적(有權的)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 다만 교회는 성서에 명시된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대천사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였다(745년 라테라노 회의). 그리고 삼 대천사의 축일(9월 29일)과 성서에 근거가 있는 수호천사 기념일(10월 2일)을 전례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앙인의 태도
그런데 자연과학 만능주의에 젖어있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천사론은 점점 과학 이전의 유치한 또는 몽매한 이야기나 우화나 신화나 상상력의 산물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천사나 영적 존재를 부인하거나, 상징적 존재로 취급하는 형편이다. 심지어 상당수의 그리스도교인들조차 천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 되어있다.
그러나 뛰어나게 종합적 세계관을 제시하는 그리스도교 신앙은 성서에서 계시되고 교회가 공인하는 신앙교리들을 선택적이 아닌 포괄적인 태도로 긍정하기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하느님에 의한 천지창조를 받으면서 구세주의 재림을 부인한다든지,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을 받으면서 그의 부활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신앙인이 아니다. 같은 이치로 성령을 믿으면서 성령이 주재하시고 생활케 하는 교회를 부정한다거나, 천당을 믿고 바라면서 지옥을 부정하는 태도도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이렇게 보면, 성서가 명시적으로 계시하고 교회가 신앙교리로 선포한 천사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은 신앙인의 태도가 아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의 입장에서 천사론을 과장하여 성서와 교회가 가르치는 범위를 넘어서 천사의 존재나 역할을 아무데나 결부시키는 것도 바른 신앙태도가 아니다. 천사는 비록 인간의 한계를 넘는 영적 존재일지라도 그는 하느님의 피조물에 불과하고 하느님의 지시범위 안에서 한정된 역할을 하는 유한한 존재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신앙인은 고대와 중세의 일부 사람들이, 또 현대의 천사광신자들이 천사의 역할과 능력을 과장하는 것을 성서와 교회의 공식 가르침에 따라서 식별해야 한다. 예컨대, 인간의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기한 일에 대하여 즉시 천사의 개입으로 된 기적이라고 생각하거나, 수호천사에게 매달리면 어떤 영적 물적 위해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를 받고 따름으로써 구원되는 것이지 그 어떤 천사나 성인의 도움으로써 구원되는 것이 아니다.
끝으로 과학은 결코 천사의 존재나 능력을 증명하거나 부정하지 못한다. 그것은 신앙만이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아우구스티노의 설교 1의 15).
* 정하권 플로리아노 - 마산교구 몬시뇰, 광주 가톨릭 대학교와 대구 가톨릭 대학교 학장을 역임하고 은퇴하며 집필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경향잡지, 1998년 9월호, 정하권 플로리아노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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