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인물]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히즈키야(2열왕 18-20; 2역대 29-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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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8-20 | 조회수1,754 | 추천수0 | |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히즈키야(2열왕 18-20; 2역대 29-32)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예수님의 탄생에 관한 이 예고는 이사야 예언자의 신탁(이사 7,14)을 인용한 것인데, 이사야는 아람과 북이스라엘 동맹의 침략을 받고 믿음을 잃어 가던 유다 왕실에(기원전 736~734년) 하느님 현존의 표징으로 한 아기의 탄생을 예언했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이 육화한 이 ‘임마누엘’(‘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 아기는 장차 태어날 성왕(聖王) 히즈키야를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히즈키야는 왕위에 오르자(13代, 기원전 716~687년 치세), 선대 임금들이 묵인했던 산당들과 기념 기둥들과 아세라 목상들을 없애고 백성이 숭배하던 느후스탄(모세가 만든 구리 뱀)을 부수어 우상숭배를 근절하였습니다(2열왕 18,3-4). 하느님을 저버린 북이스라엘의 멸망(기원전 722년)과 경신례를 어지럽힌 선왕 아하즈의 잘못을 보며 깊이 깨달은 바가 있었던 게지요. 히즈키야는 사제들과 레위인들과 함께 성전을 정화하고 전례를 정비하였고, 오랜 기간 적으로 지낸 북부 지파들에게 보발꾼들을 보내어 예루살렘에서 함께 파스카를 지내자고 권면할 만큼 마음이 넓고 경건한 이었습니다(2역대 29-30장). 자신의 이름처럼(‘주님[야]은 나의 힘[히즈키]이시다’) 오직 하느님께 기대어 위기 속 백성을 그분께로 인도했던 그를 두고, 성경 저자들은 유다의 모든 임금들 가운데 그만한 임금이 없었다고 말합니다(2열왕 18,5). 가족과 동족을 거룩한 삶으로 이끈 히즈키야는 사목자들과 가장들에게 훌륭한 모범이 됩니다.
유다 왕국의 정치·종교적 독립을 꾀하던 히즈키야는 기원전 701년에 아시리아의 침공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첫 침공 때는 왕실과 성전을 털어 막대한 배상금을 바치고 겨우 위기를 벗어났지만(2열왕 18,13-16), 두 번째 침공에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지요. 아시리아 대군을 끌고 온 랍 사케는 무력한 이스라엘과 그들의 하느님을 세 차례나 심하게 능욕했는데(2열왕 18,19-25.28-35; 19,10-13), 이 가운데 히즈키야와 신하들은 큰 변화를 겪습니다. 처음에는 차라리 백성이 못 알아 듣는 아람어로 말해달라고 ‘굴욕적으로 간청’했던 이들이(2열왕 18,26-27) 점차 모욕을 감내하며 ‘침묵’을 지키게 되고(2열왕 18,36), 종국에는 ‘이사야에게 청하여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구’하게 된 것입니다(2열왕 19,1-9). 지독한 수치와 고난의 때가 오히려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다시 하느님을 향한 겸손과 믿음을 회복하는 치유의 계기가 된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즉시 천사를 보내어 그날 밤 십팔만 오천 명의 아시리아 대군을 치셨습니다(2열왕 19,14-37). 이후에도 이사야가 전한 하느님 말씀에 늘 귀를 기울였던 히즈키야에게는 많은 이적이 따랐습니다. 그가 죽을병에 걸려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한껏 낮추고 슬피 울며 기도했을 때, 하느님께서 수명을 연장해 주신 일은 유명한 일화이지요(2열왕 20,1-11).
혹여 요즘 들어 마음이 돌처럼 굳어지고 기도하려는 열정도, 기도하는 방법도 자꾸 잊어가던 나였다면, 히즈키야의 청원기도(2열왕 19,14-19)와 감사기도(이사 38장)를 읽으며 함께 기도해 보면 좋겠습니다. ‘왜 이리 기도에 감흥이 없지? 무슨 응답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며 기도하던 나에게, 하느님께서는 그때마다 “나는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다. 이제 내가 너를 치유해 주겠다.”(2열왕 20,5; 이사 38,4-5) 하고 늘 응답하고 계셨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기도 가운데 하느님께 자주 나아가 그분과 함께 사는 기쁨을 누리길 기원합니다. “히즈키야는 주 하느님을 신뢰하였고… 주님께서는 그와 함께 계시며,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성공하게 해 주셨다”(2열왕 18,5-7).
[2022년 8월 21일(다해) 연중 제21주일 대구주보 3면, 강수원 베드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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