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잠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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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9-02 | 조회수3,801 | 추천수0 | |
[성경 73 성경 통독 길잡이] 잠언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교훈이 되는 말’이라는 뜻을 지닌 잠언은 예로니모 성인이 라틴어로 성경을 번역하면서(불가타 성경) 붙인 프로베르비아(proverbia)를 우리말로 옮긴 것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의 제목은 ‘마샬’인데, 이 단어는 ‘비슷하다, 지배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서 교훈적 말씀, 비유와 은유 또는 우화를 통한 지혜라는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잠언은 이스라엘 백성이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것인가, 특히 하느님을 아는 것이 지혜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그에 걸맞는 일상에서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언에는 이스라엘 백성이 지켜왔던 전통적인 윤리, 도덕, 상식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잠언을 솔로몬이 작성했다고 전하고 있지만, 다양한 시대의 지혜를 담은 책인 걸 생각해본다면 한 사람이 작성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을 저자로 내세운 것은 솔로몬이 국제적으로도 당시 지혜문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던 이집트와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는 등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지혜를 대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잠언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1-9장은 잠언의 입문 역할을 담당합니다. 먼저 1장 1절에서 “이스라엘의 임금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잠언”이라고 말하면서 지혜와 관련한 솔로몬의 권위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1장 7절에서는 “주님을 경외함이 지혜의 근원”이라고 말하면서 잠언의 대주제를 분명하게 선언하면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2장부터 7장까지는 지혜에 귀를 기울이면 주님을 경외함을 깨닫게 되고 하느님을 찾는 지식을 얻게 된다는 부모 또는 스승의 가르침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지혜를 따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님을 경외하게 됨에 따라 주님이 바라시는 일을 하게 되며, 낯선 여자로 표현되는 이민족들의 길에 들어서지 않게 될 것임을 알려줍니다.그리고 8장부터 9장까지는 의인화한 지혜가 부모 또는 스승을 대신해서 젊은이를 가르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9장 7-12절을 두고 앞뒤로 1-6절, 13-18절이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7-12절에서는 지혜라는 여인의 초대가 등장하며, 13-18절에서는 우둔함이라는 여인의 초대가 등장합니다. 지혜와 우둔함이 대비되는 순간에서 지혜는 충만함의 상징인 일곱 기둥을 깎아 자기 집을 마련하여 초대하고 있으며(9장 1절 참조), 우둔함은 제 길을 똑바로 가고 있는 사람을 유혹해서 멸망과 죽음의 길로 인도합니다(9장 15-18절 참조). 잠언은 이 둘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10-24장은 잠언의 둘째 부분으로 10-22장까지 이어지는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과 현인들의 두 가지 잠언이 이어집니다. 솔로몬의 첫째 잠언집은 총 375개의 독립된 잠언이며 도덕적인 교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는 의인과 악인을 대비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의인은 현명한 사람을 대변하고 악인은 미련한 사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의로움의 길에는 생명이 있지만 악인의 행로는 죽음에 이른다.”(12,28)는 말씀처럼 잠언은 이들의 행실을 길 또는 행로로 표현하면서 지혜를 따르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 그리고 지혜를 따라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삶을 실천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결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25-31장은 잠언의 셋째 부분으로 25-29장까지 솔로몬의 둘째 잠언집과 30-31장의 부록 잠언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솔로몬의 둘째 잠언집은 “이것도 솔로몬의 잠언으로서 유다 임금 히즈키야의 신하들이 수집한 것이다.”(25,1)라고 말하면서 시작됩니다. 히즈키야 임금은 우상숭배에 빠진 백성들을 다시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게끔 하는 데 힘쓴 임금이었고,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백성들이 하느님을 선택하게끔 만들 지혜가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솔로몬의 이름으로 전해지던 지혜들을 모아들였던 것입니다. 솔로몬의 둘째 잠언집은 25-27장과 28-29장으로 나뉘어지는데 먼저 25-27장은 하느님의 뜻을 세상에 드러내는 소임을 맡게 된 임금의 통치와 관련된 지혜를 전해주면서 의인들은 임금의 통치를 잘 따른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8-29장은 올바른 통치 기준인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의 둘째 잠언집은 “사람을 무서워하면 그것이 올가미가 되지만 주님을 신뢰하면 안전해진다. 많은 이가 통치자의 환심을 사려 하지만 사람의 권리는 주님에게서 온다.”(29,25-26)라는 말로 마치며 주님만이 지혜의 유일한 원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30-31장은 마싸 사람 야케의 아들 아구르의 이야기인데, 올바른 통치자가 지녀야 할 겸손한 자세와 지혜로운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31장은 이러한 훌륭한 아내에 대한 찬가로 끝이 나는데, 여기서 훌륭한 아내는 실제의 배우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혜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잠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의 근원인 지혜는 세상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똑똑함이나 현명함이 아닌 하느님을 알고 주님을 신뢰하는 것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가 지혜롭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내어 맡기지 못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잠언의 가르침은 상선벌악 또는 인과응보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가르침인 신명기 신학에 기초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같은 지혜문학인 욥기의 내용과 상반됩니다. 욥기에서는 무죄한 이의 고통이라는 주인공 욥의 처지에서 알 수 있듯이 상선벌악이나 인과응보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현실에 대한 항변이 등장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본다면 같은 지혜문학의 범주에 속하지만 욥기가 잠언보다 더 후대에 작성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욥기의 지혜문학이 잠언의 지혜문학보다 후대의 것이며 더 발전된 것이라 할지라도 잠언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잠언의 저자 역시 상선벌악이 지켜지지 않는 듯 보이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느님이 계시고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믿기 때문에 더 굳은 마음으로 하느님 자체이신 지혜를 믿고 따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2년 9월호, 노현기 신부(사목국 기획연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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