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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합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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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09-04 조회수2,409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합환채

 

 

합환채(合歡菜)는 우리나라에 없는 식물이라 이름도 낯설지만, 창세 30장과 아가 7장에 등장합니다. 지중해 연안에서 잘 크는 다년생 식물로서 얼갈이 배추처럼 땅에 붙어 자랍니다. 보랏빛 꽃이 피고, 작은 사과 모양의 열매가 맺히며, 뿌리는 사람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고대에는 수태에 도움이 되는 식물로 알려져 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합환채를 뜻하는 히브리어 [두다임]은 ‘연인’을 뜻하는 [도드]의 복수형 [도딤]과 유사합니다. 합환채는 연인간의 사랑을 노래한 아가에 언급되지요: “합환채는 향기를 내뿜고 (…) 온갖 맛깔스러운 과일들이 있는데 (…) 나의 연인이여 이 모두 내가 당신을 위하여 간직해 온 것이랍니다”(7,14).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아프로디테도 합환채의 여신으로 통했다고 합니다. 합환채는 독성분을 다소 함유하고 있어 마취 효과를 내는데, 적당히 섭취하면 통증을 줄이고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지만, 과용하면 어지럼과 구토를 유발합니다. 불임부부들은 이를 최음제처럼 썼다고 합니다.

 

합환채하면 떠오르는 성경 속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라헬입니다. 라헬은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한 탓에 여종 빌하의 몸을 빌려 단과 납탈리를 아들로 얻습니다(창세 30,1-8). 유다 전승에 따르면, 불임으로 고통받던 라헬에게 야곱이 사라의 예를 들려주었답니다. 곧 몸종 하가르를 아브라함에게 주어 아이를 본 뒤, 사라도 이사악을 낳았던 일을 귀띔해준 것이지요. 그래서 라헬이 자기 몸종을 야곱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창세기 라바』 71,7).

 

합환채에 얽힌 라헬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언니인 레아의 맏아들 르우벤이 들에서 합환채를 발견하자 라헬이 그걸 얻으려고 레아와 협상합니다(창세 30,14-16). 그렇게 라헬은 야곱과의 하룻밤을 레아에게 양보하고 합환채를 손에 넣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넷이나 낳았던 레아가 또 이사카르를 낳게 됩니다. 그 뒤에도 즈불룬과 디나를 계속 출산합니다(16-21절). 그에 비해 라헬은 합환채를 먹고도 삼 년 이상 불임을 겪다가, 하느님께서 기억해주신 뒤에야 요셉을 얻게 됩니다(22-24절). “요셉”은 아이 없는 수치를 주님께서 ‘없애 주셨음’을 기뻐하며, 아들 하나를 ‘더 점지해주시기’를 청한 이름입니다. 요셉의 어근은 [아사프] 또는 [야사프]인데, 전자는 ‘없애다’ ‘가져가다’를, 후자는 ‘더하다’를 의미합니다. 라헬은 아들 하나를 ‘더’ 청한 소원대로 야곱과 함께 가나안으로 들어온 뒤 마지막으로 벤야민을 얻게 됩니다(35,16-18).

 

합환채를 먹고도 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라헬의 예에서 보듯, 성경은 자식을 얻는 일이 하느님께 달려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보다 큰 어려움은 없다는 불임의 고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그 옛날 합환채에 얽힌 이야기는 아이를 간절히 바란 여인들의 아픔을 엿보게 해줍니다. 그리고 지금도 불임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애타는 마음이 하느님께 올라가도록 우리 역시 기도를 보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9월 4일(다해) 연중 제23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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