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하느님 계약에 대한 아멘의 현재성과 미래성(신명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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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2-09-05 | 조회수5,270 | 추천수0 | |
[하느님 뭐라꼬예?] 하느님 계약에 대한 아멘의 현재성과 미래성
순종의 아멘!
신명기 27,14-26에서 모세는 레위인들에게 명하길, 이스라엘 사람들에 대해 ‘열두 가지 저주’를 선포하라 했습니다. 열두 가지의 저주들이란 우상숭배, 불효, 이웃의 경계 침범, 눈먼 이에 대한 잘못된 인도,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에 대한 홀대, 아버지의 아내에 대한 간음, 짐승과의 성행위, 누이와의 동침, 장모와의 동침, 살인과 같은 죄를 저지르는 사람에 대한 징벌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모세는 온 백성이 그러한 저주의 선포에 대해 ‘아멘’이라는 환호로 응답할 것을 명하고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아멘(amen)’은 어떤 것에 대해 “확실하고 유효하다.”는 사실을 드러낼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서 ‘지지하다,’ ‘확증하다’ ‘믿는다.’ 등의 뜻을 지닌 ‘아만’(aman)에서 파생된 동사입니다. (‘아만’이 하느님께 대한 백성의 신앙행위를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된 구약의 구절로서는 “그런데도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신명 1,32]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이사 7,9] 등이 있습니다.) 신명기에서 아멘은 이런 의미를 담아 하느님의 뜻을 담은 선포에 대해 이스라엘 백성이 참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며, 동시에 그들이 신적인 명령에 대해 순종하겠다는, 순종하지 않을 경우엔 저주를 받겠다는 확인이고 약속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미사와 전례, 또 일상의 기도 중에 드리는 ‘아멘’은 ‘아만’과 비슷하게 ‘믿는다.’는 뜻을 담아 일반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는 ‘그렇습니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기도에 대해 숱한 ‘아멘’의 응답을 드리고 있는 우리가 아닙니까? 우리가 드리는 아멘이 단순히 그러한 기도에 공감한다는 뜻을 넘어 ‘나도 기도드린 대로 해 보겠다.’ ‘나도 기도의 지향대로 힘쓰겠다.’ 한마디로 ‘나도 그렇게 살겠다!’는 뜻을 담고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혹시 지금 나의 아멘이 바르게 고백되고 있지 않다면, “예,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나이다.”라는 자세로 응답해 봅시다. 아멘의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아멘을 바라고 촉구하고 계실 것입니다.
아멘과 관련한 성경말씀을 들려드립니다. “아멘 그 자체이고 성실하고 참된 증인이며 하느님 창조의 근원인 이가 말한다.”[묵시 3,14] “그분(예수 그리스도)께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 하느님의 그 많은 약속이 그분에게서 ‘예!’가 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도 그분을 통해서 ‘아멘!’ 합니다.”[2코린 1,20]
순종에 따르는 복, 불순종에 따르는 저주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분의 모든 계명을 명심하여 실천하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 땅의 모든 민족들 위에 너희를 높이 세우실 것이다.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이 모든 복이 내려 너희 위에 머무를 것이다.”(신명 28,1.2)
“그러나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분의 모든 계명과 규정을 명심하여 실천하지 않으면, 이 모든 저주가 내려 너희 위에 머무를 것이다.”(신명 28,15)
28장의 전반부는 먼저 ‘순종에 따르는 복(福)’이라는 주제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말씀을 잘 듣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풍성한 복을 내리실 것인지를 말하고 있는데, 그 복이 얼마나 풍성한지를 다음의 말씀이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너희의 광주리와 반죽 통도 복을 받을 것이다. 너희는 들어올 때에도 복을 받고 나갈 때에도 복을 받을 것이다. … 주님께서 명령하시어, 너희의 곳간과 너희 손이 하는 모든 일에 복이 넘치게 하실 것이다. 이렇게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 주시는 땅에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28,5-8)
후반부는 순종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에 내려질 저주를 (갖가지 축복에 대비하여) 갖가지 예를 들어 장황한 어조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께서 내리실 저주의 이유를 “너희가 주님을 저버린 악행 때문”이라고 분명히 선언하면서, 그 저주의 내용은 무엇이고 또 얼마나 끔찍할 것인지 다음과 같이 선포하고 있습니다.
“눈먼 이가 어둠 속에서 더듬는 것처럼, 너희는 대낮에도 더듬으며 길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할 것이다. 너희가 늘 억압을 받고 착취를 당하여도 구원해 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 너희 땅의 소출과 너희가 일하여 얻은 모든 것을 너희가 알지도 못하는 백성이 먹어 버리며, 너희는 언제나 억압을 받고 짓밟히기만 할 것이다. … 이 모든 저주가 너희 위에 내려, 너희가 멸망할 때까지 너희를 쫓아다니며 너희 위에 머무를 것이다. 이는 너희가 주 너희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그분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시는 계명과 규정들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 너희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밤낮으로 공포에 떨면서, 계속 살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너희는 마음에 느끼는 공포와 두 눈으로 보는 광경 때문에, 아침에는 ‘저녁이 되었으면!’ 하고, 저녁에는 ‘아침이 되었으면!’ 할 것이다.”(28,29-67)
모세가 선포한 저주의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이기도 합니다. 특히 47절의 “모든 것이 풍부한데도, 너희가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주 너희 하느님을 섬기지 않은 까닭에”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는 표현이 뜨끔하게 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 내리신 축복으로 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혹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섬기지 못하는 내 자신은 아닌지요? “너희가 이 영광스럽고 경외로운 이름, 주 너희 하느님을 경외하고, 이 책에 쓰인 율법의 모든 말씀을 명심하여 실천하지 않으면”[28,58], 주님께서 종살이하던 이집트로 도로 데려가실 것이라는 예언자 모세의 경고말씀을 새기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계약의 현재성과 미래성
이상 모세가 선포한 하느님의 축복과 저주는 하느님께서 “호렙에서 맺으신 계약에 덧붙여, (사해 동쪽) 모압 땅에서 이스라엘 자손들과 맺으라고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약의 말씀”(28.69)에 속하는 것입니다. 신명기에 따르면,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께서 주신 율법의 말씀을 실천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데, 이는 당시 사람 외에 미래의 사람에게도 해당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계약과 이 맹세를 너희하고만 맺는 것이 아니고, 오늘 주 우리 하느님 앞에서 우리와 함께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과 오늘 우리와 함께 여기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도 맺는다.”(29,13.14) 즉 지금 이 자리에서 현재의 사람들과 맺는 계약은 먼 훗날 미래의 사람들과 맺는 계약이기도 하다는 말씀이지요. 이렇게 계약은 시간을 초월하여 계시고 어디에나 현존하시는 하느님 앞에서, 또 하느님 친히 개입하셔서 하시는 일로 이해됩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맺으신 계약이 지금 이 자리의 나와도 관련되어 있다는 구약성경의 말씀입니다. 다음 신명기의 말씀을 앞에 두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맹세의 말씀을 듣고서도, 제 마음속으로 자신을 부추기며, ‘내가 마음대로 고집하며 살아, 젖은 것이든 마른 것이든 모조리 휩쓸어 간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아무 일이 없을 것이다.’ 한다면, 주님께서 그를 용서하려 하지 않으실 것이다. 오히려 그에 대한 주님의 진노와 질투가 타올라 이 책에 쓰인 모든 저주가 그 위에 내리고, 주님께서 그의 이름을 하늘 아래에서 지워 버리실 것이다.”[29,18.19]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9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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