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경]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타작 마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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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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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9-19 | 조회수3,470 | 추천수0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타작 마당
성경에서 타작 마당은 심판장의 비유로 자주 쓰입니다. 왜냐하면, 수확이 심판과 관계되는 표상이기 때문입니다. 알곡은 선을, 쭉정이는 악을 상징합니다. 타작 마당은 수확 때 바빠지는 곳이라, 일생 동안 쌓은 선과 악을 헤아린다는 최후의 심판장과 비슷합니다. 옛 예언자들은 심판 신탁을 전달할 때도 타작 마당 비유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의도를 깨닫지 못한다. 곡식 단들을 타작 마당으로 모으듯 그들을 모아들이신 것을”(미카 4,12). 이런 비유는 신약까지 이어졌습니다: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 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루카 3,17).
2사무 24장에는 타작 마당에 얽힌 다윗의 일화가 나옵니다. 다윗이 한 인구조사가 주님의 분노를 사 이스라엘에 흑사병이 내린 사건인데요, 여기서도 타작 마당은 심판과 관련된 장소로 등장합니다. 다윗의 인구조사가 죄가 된 건 왜냐면, 그것이 교만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인구조사는 군사적 목적을 주로 지니고 있었습니다(9절). 전쟁은 주님께 속한 것임에도, 다윗은 군세를 키워 제 힘으로 승리하려는 유혹에 빠진 듯합니다. 큰 병력을 거느리게 되면 주님의 뜻을 여쭤볼 필요도 없어지겠지요.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셀 수 없이 많은 백성으로 만들어주겠다.’(창세 15,5)고 약속하셨지만, 이는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은총이지, 그 약속의 실현 여부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10개월에 걸친 조사를 마친 뒤 다윗은, 이 일이 주님께 도전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음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을 친 흑사병의 재앙은 심판 천사가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에 있을 때 멈춥니다(16절). 예루살렘을 치려던 손길도 거두어집니다. 다윗은 죄를 용서받은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을 사들이고 그곳에서 번제물을 바쳤고, 이후 솔로몬은 그 위에 성전을 봉헌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운명하실 때 지성소의 휘장이 찢어지며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화해가 이루어짐이 드러나게 됩니다. 곧 타작 마당이 지녔던 심판의 의미가 용서와 함께 성전에 담기고,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에게도 전달되었으니 그 역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9월 18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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