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예물 준비 / 봉헌 | 카테고리 | 천주교 | ||
---|---|---|---|---|
이전글 | 성체 의식 |1| | |||
다음글 | 신부님과 수녀님의 금욕생활 |1| | |||
작성자이정임 | 작성일2017-01-25 | 조회수2,857 | 추천수0 | 신고 |
[전례를 살다] 예물 준비
보편 지향 기도를 바치는 것으로써 이제 말씀의 전례가 끝나면 예물 준비가 시작됩니다. 공동체로부터 빵과 포도주를 손에 든 행렬이 제단을 향해서 나아갑니다. 빵과 포도주는 생활영역에서, 인간의 노동에서 생산되는 것입니다. 사실 거룩한 제물을 준비하는 데는 약간의 빵과 포도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초대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예물로 많은 것을 희사했고 교회는 그것을 교회의 사업과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데 사용했습니다.
초세기의 예물 준비는 교우들이 빵과 포도주와 물을 가져오면 부제가 받아서 사제에게 주고, 사제는 그것을 제대에 놓고 바로 감사기도로 들어갔습니다. 4세기 무렵부터 교우들이 증가하면서 예물이 다양해지고 예물봉헌 행렬도 길어지게 되어, 긴 행렬 동안 가만히 있기 보다는 예물 봉헌에 알맞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중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예물은 기름, 초, 기타 자선 예물 등으로 더욱 다양해졌고, 11세기 이후 화폐제도가 발달하면서 예물 봉헌이 헌금으로 대체되어 간편해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예물 봉헌을 제물 봉헌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자연적 심리에다 미사의 제사적 의미를 강조하는 신학자들에 의해 예물 준비가 제물 봉헌 행사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17세기에 이르러서는 교우들의 예물 자체가 제물, 제사 형식이 되고 명칭조차도 ‘봉헌 예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교회가 미사 중에 봉헌하는 본 제물은 교우들이 바치는 빵과 포도주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과 피이며, 이 제물은 감사기도 중에 십자가의 제물로 축성되어 봉헌됩니다. 그러므로 이 예식의 명칭은 ‘예물 준비’이지 ‘제물 봉헌’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미사 통상문 예규(rubrica)는 ‘예물 준비 기도’라고 제목을 붙이고 “사제는 제대에 가서 빵이 담긴 성반을 조금 들어 올리고 기도한다.”고 지시하고 마찬가지로 성작을 두고 “사제는 성작을 조금 들어 올리고 기도한다.”고 지시합니다.
사제는 교우들이 가져온 예물(빵과 포도주)을 받아 제대 위에 정중하게 놓고 “온 누리의 주 하느님, 찬미받으소서….” 하는 기도를 바칩니다. 이 기도문은 우리가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임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때 빵과 포도주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연의 혜택만을 의미하지 않고, 우리의 노동과 희생, 인간적인 허약이나 부족한 점까지도 포함한 우리 자신 전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전체를 상징합니다. 그 다음 사제는 초대교회에서 실제로 빵과 포도주, 기름 등을 받고 난 후 손을 씻었던 과정을 시대가 흐른 후 그 흔적을 영적인 의미로 재해석하는 정화의 기도를 바치고 마음을 깨끗이 하는 상징으로 손을 씻습니다.
초세기에는 교우들이 자기 집에서 직접 예물을 가져와서 사제에게 바쳤기 때문에 그 많은 예물을 만진 사제는 손을 씻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깨끗한 성합이나 성반, 그리고 성작에 제병과 포도주를 담아오기 때문에 손을 씻을 필요가 없지만 몸과 마음을 깨끗이하여 성찬에 임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손 씻는 예절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때 바치는 기도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는 내적 정화를 청하는 시편25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으며 14세기경에 로마 전례에 들어 왔습니다. 이어 사제는 교우들을 향해 지금 바치는 이 예물이 하느님께 의합한 예물이 되도록 하자는 기도에로 초대를 하고 교우들의 화답이 있은 후, 예물 준비를 마감하며 동시에 곧 있을 성찬 전례를 준비하는 「예물기도」를 바칩니다.
예물기도는 본기도와 성찬 후 기도(영성체 후 기도)와 더불어 주도자인 사제의 기도 중 하나입니다. 사제는 이 기도를 과거와는 달리 크게, 그리고 팔을 펼치고 바칩니다. 항상 되풀이 되는 이 기도의 내용은 우리의 예물과 기도들, 그리고 이와 함께 우리 자신의 제사도 받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축일에는 자주 그날의 신비를 일깨웁니다. 이상으로 본격적인 성찬식을 거행하기 위한 예물 준비는 끝납니다.
[월간빛, 2014년 6월호, 최창덕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신도신학교육원 원장)]
|
||||
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