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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물]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타마르와 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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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1-11 조회수1,257 추천수0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타마르와 유다

 

 

이스라엘에서 유다인과 아랍인이 함께 사는 모습을 보면, 옛 히브리인들이 가나안인들과 공존한 고대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같이 사는 걸 넘어 통혼도 종종 하였는데요, 이스라엘의 직계 조상인 야곱의 열두 아들부터 가나안 여인을 아내로 맞았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사악은 며느리감을 찾으려고 고향으로 사람을 보냈지만, 야곱이 그랬다는 이야기는 성경에 없습니다. 다윗 족보의 꼭대기에 자리하는 야곱의 넷째아들 유다도 “수아”라는 이름을 지닌 가나안인의 딸을 아내로 삼습니다(창세 38,2). 그가 며느리로 들인 여인도 가나안 출신으로 추정되는 “타마르”입니다. 이를 보면, 예언자 에제키엘이 “혈통과 태생으로 말하자면, 너(이스라엘)는 가나안 땅 출신이다. 너의 아버지는 아모리 남자고 너의 어머니는 히타이트 여자다.”(에제 16,3)라고 한 이유가 이해됩니다. 더구나 유다의 며느리 타마르는 아이를 얻는 과정도 특이하여 우리에게 의문거리가 되어왔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옛 이스라엘에는 수숙혼 제도가 있었는데, 이는 어떤 이가 자손 없이 죽으면 그의 형제가 과부와 혼인하여 고인의 이름을 대신 이어주던 관습입니다(신명 25,5-6). 타마르는 유다의 맏이 “에르”의 아내였지만 남편이 자식 없이 죽자 시동생 “오난”과 재혼합니다(창세 38장). 하지만 오난은 형의 후손을 보게 됨을 알고 남편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도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납니다. 그러자 유다는 막내아들 “셀라”마저 잃을까 두려워 타마르를 그의 친정으로 보냅니다. 이후 타마르는 셀라가 장성했는데도 자신을 아내로 데려가 주지 않자 꾀를 내는데요, 창녀로 분장하고 시아버지와 동침해 자식을 얻은 것입니다. 레위 18,15의 율법을 고려하면, 이는 이스라엘에서 금지된 일이지만, 타마르는 가나안 여자였습니다. 당시 가나안 일부에 해당한 히타이트의 법전(기원전 14-13세기)에 따르면, 과부가 된 형수 또는 제수는 시형제가 거두어야 했고, 아무도 없으면 시부가 거두어야 했습니다(ANET 196쪽, 193항). 이런 조치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약자인 과부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타마르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신세에 처하자 스스로 살 길을 도모했던 것입니다. 유다 역시 자초지종을 안 뒤 타마르가 옳다고 인정합니다(창세 38,26). 그리고 이런 특이한 과정 속에 탄생한 쌍둥이 가운데 페레츠가 다윗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룻 4,18-22).

 

성경 저자는 힘 없는 과부가 혼자의 힘으로 권리를 찾아 나선 용기를 높이 산 듯합니다. 타마르는 가나안 여인임에도 예수님의 족보(마태 1,3)에 이름이 올랐는데요, 그처럼 예수님 족보에 이름을 올린, 진취적이었던 예리코의 창녀 라합(5절)도 떠올리게 합니다. 라합은 비참한 창녀의 삶에서 벗어나려고 이집트에서 갓 탈출한 이스라엘의 편에 서는 일생일대의 도박을 하였지요(여호 2장). 곧 두 여인 모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을 실현한 셈입니다. 이는 또한 과부와 창녀도 감싸 안음으로써 부족한 이 세상의 인생들을 성화의 길로 인도해 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이 드러난 예라 하겠습니다.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2022년 11월 6일(다해)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의정부주보 6면, 김명숙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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