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8: 성조 시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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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1-23 | 조회수2,092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8) 성조 시대 하느님의 이끄심 고백하는 성조들의 이야기
- 구세사 성조들의 이야기는 땅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약속과 많은 자손을 얻을 것이라는 하느님의 약속과 결합돼 있다. 땅과 자손은 그들의 생활과 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복이다. 그림은 Jozsef Molnar의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떠나는 아브라함 가족. 1850, 위키피디아.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는 종살이하던 히브리인들의 이집트 탈출부터 시작됩니다. 이집트 탈출 후 시나이 산에서 작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부족 동맹 체제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이스라엘의 역사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구약 성경은 하느님 구원의 역사 곧 구세사를 원조(元祖)들과 이스라엘 성조(聖祖)들의 역사까지 소급합니다. 창세기 12장 1절부터 아브라함이 등장합니다. 성경학자들은 아브라함 등장 이전을 ‘태고사’로, 아브라함부터 요셉까지(창세 12─50장)를 ‘성조 시대’ 곧 거룩한 조상들의 역사로 구분합니다. 창세기 1─11장 태고사는 아브라함으로부터 시작하는 구세사의 서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설이지만, 성경학자들은 성조 시대를 기원전 1900년께부터 기원전 1700년께까지라고 봅니다. 근래에는 기원전 2000년부터 이집트 탈출 직전인 기원전 1290년까지를 성조 시대로 잡기도 합니다. 성경고고학자들은 창세기 내용을 발굴 유적 유물과 비교 조사한 결과 아브라함이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이주한 시기를 중기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2000년~기원전 1900년께라고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 메소포타미아 전역에 셈족의 대이동이 있었습니다. 가족이나 씨족, 부족 단위로 이주할 때 아브라함의 아버지 테라의 친족도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칼데아 우르에서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북부 메소포타미아의 하란으로 이주합니다. 하란은 ‘파딴 아람’(창세 25,20; 28,2)과 ‘아람 나하라임’(창세 24,10)으로도 불린 유프라테스 강과 카부르 강 사이에 위치한 아람인의 땅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이곳에 살다가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너에게 축복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습니다.(창세 12,1-3)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이 부르심에 따라 아내 사라이, 조카 롯과 함께 전 재산을 가지고 새로운 땅 ‘가나안’을 향해 떠났습니다. 아브라함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가나안 땅 스켐이었습니다.(창세 12,6) 오늘날 나블루스 근처 텔 발라타(Tell Balata) 입니다. 유목민 생활을 청산하지 못한 아브라함은 베텔과 아이 등 산악 지역으로 이주했다가 헤브론 남쪽 지역 네겝으로 이주했습니다.(창세 12,9) 또 가뭄을 피해 이집트로 가기도 했습니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이 사이에서 이사악을, 이집트 여종 하가르 사이에서 이스마엘을 낳았습니다. 이사악은 브투엘의 딸 레베카와 혼인해 쌍둥이 에사우와 야곱을 낳았습니다. 형 에사우는 빵과 불콩죽 한 그릇에 맏아들의 권리를 동생 야곱에게 넘깁니다.
야곱은 형의 분노를 피해 어머니 레베카의 고향인 하란으로 도망가 외삼촌 라반의 두 딸 레아와 라헬과 혼인을 합니다. 또 두 아내의 몸종 질파와 빌하를 받아들여 네 명의 아내 사이에서 아들 열둘을 낳습니다. 야곱은 열두 아들 가운데 막내인 요셉을 가장 사랑하였습니다. 그러자 시기와 질투에 눈이 어두워진 11명의 형은 요셉을 미디안 상인들에게 은전 스무 닢에 팔아버립니다. 미디안 상인들은 이집트로 가서 요셉을 파라오의 내신으로 경호대장인 포티파르에가 되팝니다. 하지만 요셉은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아 파라오 다음가는 실권자인 이집트의 재상이 됩니다. 그리고 야곱 일가는 요셉 때문에 이집트로 이주해 그곳에서 살게 됩니다. 이상이 창세기가 전하는 구세사 성조 시대의 줄거리입니다.
아브라함은 팔레스티나 헤브론 마므레에, 이사악은 그보다 남쪽인 브엘세바, 야곱은 북쪽 베텔에서 활동했습니다. 브니엘은 야곱이 하란에서 베텔로 돌아올 때 밤에 꿈을 꾼 나루터 이름입니다. 이곳은 거룩한 곳(聖所)이기에 항상 하느님께 감사의 제사를 드렸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처럼 성조들의 이야기는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 제사와 연결돼 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구세사 성조 시대, 곧 성조들의 이야기는 땅을 차지할 것이라는 약속과 많은 자손을 얻을 것이라는 하느님과의 약속과 결합돼 있다는 것입니다. 농경 시대 유목민들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땅’이고 가장 큰 축복은 ‘많은 자손’이었습니다. 땅과 자손은 그들의 생활과 신앙(종교)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복입니다.
구세사의 성조들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이끄심 때문임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아브라함과 이사악, 야곱이 언제나 되풀이하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는 ‘신앙의 유산’이 되어 세습 전승되고, 언제나 이스라엘 민족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이 신뢰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주저 없이 길을 떠난 아브라함의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이 출발은 ‘하느님께 대한 신앙의 근원’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아브라함을 ‘신앙의 아버지’라고 현양합니다. 성조들의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성조들에게 그러하셨듯이 우리에게도 늘 부르심을 통해 신앙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1월 22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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