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약]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9: 성경 이야기 세계 6 - 사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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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3-06 | 조회수1,551 | 추천수0 | |
마르코 복음서 이야기 (9) 성경 이야기 세계 6 – 사건
- 중풍 병자를 치유하시는 그리스도(1619년경), 안토니 반 다이크(Anthony Van Dyck, 1599-1641) 作
오늘은 이야기의 3요소(인물, 사건, 배경) 가운데 하나인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Event)은 등장인물로 인해 야기되거나 체험되는 일들을 가리킵니다. 복음서에도 예수님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소개됩니다. 예수님은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1,21-28), 중풍 병자를 치유하며(2,1-12), 많은 군중을 배불리셨습니다(6,30-44; 8,1-10). 이러한 기적적인 일들뿐 아니라 예수님의 비유 말씀(4,1-9)이나 예루살렘 성전에 대한 예고(13,1-2), 그리고 겟세마니에서 처절하게 하신 기도(14,32-42) 또한 사건에 해당합니다.
복음서 속 사건들은 각각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르코 복음서 전체 이야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위 이야기(Micro-narative)와 상위 이야기(Macro-narrative)라는 설화적 개념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하위 이야기는 복음서 속 다양한 에피소드(혹은 삽화)를, 상위 이야기는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마르코 복음서 전체 이야기를 말합니다. 하나의 에피소드(하위 이야기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음서 전체 이야기(상위 이야기)의 흐름을 잃지 말아야 하며, 그 반대로 복음서 전체의 메시지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때 이야기를 잘 이해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갈등입니다. 갈등(Conflict)은 등장인물이 겪게 되는 대립적 관계로서, 한 인물의 내면이나 그를 둘러싼 외적 요소(가령, 바리사이들)와 겪는 생각, 행동, 가치의 충돌을 가리킵니다. 복음서 이야기 내 사건은 갈등이 해결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예를 들면, 회당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하신 이야기(3,1-6)에는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자를 치유하시는 문제로 갈등이 발생합니다. 바리사이들이 안식일 규정에 근거해 예수님을 감시할 때, 예수님은 사람(의 생명)에 관심을 두고 병자를 대하십니다.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치유함으로써 갈등이 일단락됩니다.
이 치유 이야기는 상의 이야기에서 특별한 기능을 합니다. 설화자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바리사이들이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하였다고 전합니다(3,6). 예수님과 바리사이들의 충돌은 결국 많은 논쟁을 야기시키며(11,27-33; 12,13-17; 12,18-27), 급기야 예수님을 반대하는 이들이 속임수로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 음모까지 꾸미게 합니다(14,1). 마침내 예수님은 반대자들에 의해 체포되어 재판을 받은 뒤 십자가형에 처하게 됩니다(14,43-15,47). 상위 이야기에서 제시되는 예수님과 종교 지도자들의 갈등이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자를 치유하신 에피소드에서 촉발되고 있는 것입니다.
[2023년 3월 5일(가해) 사순 제2주일 광주주보 숲정이 3면,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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