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성경에 빠지다13: 이스라엘, 왕을 요구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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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3-06 | 조회수1,319 | 추천수0 | |
[리길재 기자의 성경에 빠지다] (13) 이스라엘, 왕을 요구하다 하느님 아래 이스라엘의 임금을 세우다
- 사무엘은 우리말로 “그분의 이름은 하느님”이라는 뜻이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이 판관 시대에서 왕정 시대로 바뀌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마지막 판관이자 첫 예언자이다.
비슷한 시기에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과 필리스티아인들은 빈번히 충돌했습니다. 기원전 1050년께에는 필리스티아인들이 병거와 철기 무기로 무장한 잘 훈련된 병사들을 이끌고 가나안 내륙으로 쳐들어왔습니다. 이스라엘은 필리스티아인들에 맞서 각 지파에서 소집한 병사들로 연합 부대를 만들어 대항했지만, 청동기 무기를 든 보병뿐이어서 대패를 하고 맙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실로에 있던 하느님의 계약 궤를 모셔와 참전했으나 보병 3만 명이 살육당하고 주님의 계약 궤마저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빼앗기고 맙니다.(1사무 4,1-11 참조)
전장에서 도망쳐 나온 벤야민 지파 출신 한 병사가 이스라엘의 판관 엘리 사제에게 한 증언입니다. “이스라엘은 필리스티아인들 앞에서 도망쳤고, 군사들이 대학살을 당하였습니다. 사제님의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도 죽고, 하느님의 궤도 빼앗겼습니다.”(1사무 4,17) 이 말을 들은 엘리는 뒤로 넘어져 목이 부러져 죽고 맙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리스티아인들이 하느님의 계약 궤를 되돌려줬다는 것입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하느님의 궤를 빼앗아 에벤 에제르에서 아스돗으로 옮긴 다음 다곤의 신전으로 가져다가 다곤 곁에 세워 두었습니다. 그러자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아스돗 필리스티아인들의 몸에 종기가 나는 역병이 돌았습니다. 또 신전에 있던 다곤 상이 하느님의 계약 궤 앞에 쓰러져 얼굴을 박고 있는가 하면 얼굴과 팔다리가 잘려 널브러져 있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일로 필리스티아인들은 하느님의 징벌을 피하려고 하느님의 계약 궤를 이스라엘에 되돌려 주기로 합니다.
하느님의 계약 궤는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빼앗긴 지 7개월 만에 이스라엘로 되돌아옵니다. 키르얏 여아림 사람들이 필리스티아인들이 사는 지역으로 가서 하느님의 계약 궤를 모셔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계약 궤를 아비나답의 집에 옮기고, 아비나답의 아들 엘아자르에게 주님의 궤를 돌보게 했습니다.(1사무 5-6장 참조) 하느님의 계약 궤는 다윗이 이스라엘을 통일한 후에야 아비나답의 집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졌습니다.
이 참상을 겪은 후 이스라엘은 판관이 다스리는 부족 연맹으로는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판관기 마지막 구절은 당시 이스라엘 내부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 시대에는 이스라엘에 임금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제 눈에 옳게 보이는 대로 하였다.”(판관 21,25)
그래서 이스라엘 각 지파에서는 주변 민족들처럼 강력한 권력을 가진 왕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불길처럼 일었습니다. 왕정에 대한 찬반 공방이 치열했습니다. 왕정 찬성론자들은 “판관은 이스라엘이 위험에 닥칠 때마다 그때그때 하느님께서 세워주시는 인물이어서 항구적인 제도가 아니다”라며 “안정된 국가 조직을 유지하려면 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왕정 반대론자들은 “이스라엘을 구할 수 있는 임금은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시다”며 “나라가 위기에 빠질수록 하느님께 충실해야 한다”고 반론했습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스라엘 민족 앞에 사무엘이 등장합니다. 사무엘은 마지막 판관이며 이스라엘의 첫 예언자입니다. 사무엘은 왕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는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하느님을 거슬러 큰 악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임금이 군사를 징발하고, 부역을 시키고, 세금을 징수해 결국에는 백성이 임금의 종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1사무 12장 참조)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무엘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마지못해 사무엘은 하느님께서 선택하신 사울에게 기름 부어 축성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웁니다.
신명기 17장 14-20절에는 ‘이스라엘 임금이 지켜야 할 규정’이 나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일단, 이스라엘 백성이 임금을 세울 때 반드시 주 하느님께서 선택하시는 사람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인을 임금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이스라엘의 임금은 주 하느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고, 이 율법의 모든 말씀과 규정을 명심해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금은 자기 종족을 업신여기지 않아야 합니다. 또 계명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아울러 이스라엘 임금은 아내와 군마를 너무 많이 늘리거나 금은보화를 너무 많이 모아서는 안 됩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왕정은 다른 나라의 군주제와 확연히 다릅니다. 앞의 신명기 규정에 따르면 이스라엘 임금은 절대군주가 될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왕은 오직 주 하느님뿐이시며, 임금은 하느님 아래에 있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임금은 하느님의 계명인 율법에 순종해야 하며, 예언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했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왕정은 하느님의 뜻 아래 있어야 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의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 제도였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3년 3월 5일, 리길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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