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구약]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기드온의 부르심(판관 6,1-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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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23-03-13 | 조회수1,809 | 추천수0 | |
[구약성경 순례 - 구원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판관 기드온의 부르심(판관기 6장 1~32절)
이번 순례지에서 우리가 만나게 될 인물은 판관 기드온입니다. 우리는 그를 만나러 므나쎄 지파의 땅에 속한 오프라로 올라갈 것입니다. 오프라는 스켐에서 남서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있는 성읍이며, 기드온은 바로 이 성읍 출신입니다. 당시에 이스라엘은 또다시 죄를 지어 일곱 해 동안 미디안족의 억압을 받고 있었습니다. 미디안족은 아말렉족과 동방인들(아랍족)을 데리고 쳐 올라와서 수시로 이스라엘을 약탈하였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그들을 피하여 산속의 동굴이나 토굴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심각한 곤궁에 처하여 하느님께 울부짖자 하느님께서는 예언자 한 사람을 보내시어 그들의 잘못을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주님의 천사를 기드온에게 보내시어 그를 이스라엘의 구원자로 선택하게 하십니다.
주님의 천사가 기드온을 부르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소명사화의 양식을 따릅니다. 기드온이 미디안족의 눈을 피하여 포도 확에 숨어서 밀 이삭을 떨고 있을 때, 주님의 천사가 그에게 나타나 “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하고 인사합니다. 이 인사말은 불쏘시개처럼 기드온의 깊은 절망감에 불을 붙입니다. 과연 그는 힘센 장사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세다 한들 벌떼같은 미디안족을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이 그에게는 더욱더 절망적일 따름입니다. 그는 하느님께서 그들을 저버리셨다고 생각합니다. 조상들에게서 들었던 그 놀라운 권능의 하느님은 더 이상 그들과 함께 하시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천사는 물러서지 않고 그를 설득합니다. “너의 그 힘을 지니고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족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기드온은 자신의 보잘것없음을 이유로 이 파견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천사는 다시 그를 설득합니다. “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겠다. 그리하여 너는 마치 한 사람을 치듯 미디안족을 칠 것이다.” 우리의 영웅은 이 말로 금방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는 아직 이 말씀을 하시는 분이 누구신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표징을 요구합니다. 천사는 그를 인내하며 말합니다.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대로 머물러 있겠다.” 기드온은 돌아가서 부지런히 새끼 염소 한 마리를 삶고, 누룩없는 빵을 만들어 그것을 천사가 서 있는 향엽나무 아래 바위 위에 올려놓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지팡이를 대어 그 모든 것을 불사르고 사라지자 그제서야 기드온은 자신이 만난 분이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는 그곳에 “주님은 평화”라는 제단을 쌓습니다.
비로소 이 사명을 받아들인 기드온에게 주님은 두 가지 과제를 주십니다. 하나는 우상숭배를 척결하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디안족을 물리치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집에 있는 바알 제단을 허문 후 주님의 제단을 쌓고, 이 제단 위에 황소를 번제 제물로 바치라는 첫 번째 과제를 수행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그는 성읍 사람들의 반대를 받고 죽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한밤중에 집안의 종 열 사람을 데리고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합니다. 다음날 새벽 사람들은 바알 제단이 헐리고, 아세라 목상은 잘려나갔으며, 새로운 제단 위에는 황소가 번제물로 바쳐지는 것을 목격하고 범인을 색출합니다. 기드온이 범인인 것이 밝혀지자 그들은 재판을 열어 기드온을 죽이려고 합니다. 이때 기드온의 아버지인 요아스가 나서서 기드온을 변호합니다. 그는 바알이 진짜 신이라면 스스로를 옹호해 보라고 조롱하면서 바알을 옹호하는 자는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호통을 칩니다. 그렇게 하여 기드온은 ‘바알이 싸우게 하라’는 의미의 여루빠알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과연 하느님은 말씀하신 대로 그와 함께하시면서 그의 편이 되어 주셨습니다. 자, 그렇다면 기드온은 어떻게 메뚜기떼처럼 많은 미디안족을 물리치게 될까요?
[2023년 3월 12일(가해) 사순 제3주일 가톨릭마산 8면, 김영선 루시아 수녀(광주가톨릭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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